드디어 신생아 선별검사에 대한 급여대상이 확대 시행된다.
보건복지부는 리소좀축적병 신생아선별검사에 대한 급여를 2024년 1월 1일부터 확대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국내 신생아 선별검사(스크리닝)는 1985년부터 순천향대학교 병원에서 최초로 시범사업으로 진행된 이후 국가 지원 대상 신생아검사로 확대됐으며, 2018년 10월부터 탠덤매스 기술 등을 사용하여 한 번에 50여 가지의 선천성대사질환에 대한 신생아 전수 검사가 국가지원으로 시행되고 있다.
이전에는 유전성 대사질환과 내분비질환 등 대부분 장애나 증상이 상당 부분 진행된 상태에서 환자를 발견했었는데, 국가지원으로 전수검사가 시행되면서 신생아 시기부터 치료와 관리가 가능하게 되면서 우리 아이들이 비교적 건강하게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리소좀축적병 선별검사도 신의료기술 평가를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받아 비슷한 시기인 2018년 11월에 급여 신청이 됐었지만, 작년 4분기가 들어서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상정됐다. 행위 평가 신청부터 상정 문턱까지, 만 5년이 걸린 셈이다.
리소좀축적병(Lysosomal Storage Disease, LSD)은 유전성 희귀질환이다. 우리 몸의 불필요한 물질들을 제거하는 세포 내 소기관인 ‘리소좀’ 관련 특정 효소의 결핍으로, 선천적으로 이상이 생겨 분해되어야 할 물질들이 세포 내 축적되면서 여러 증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결핍된 효소에 따라 50여 종의 대사질환을 유발할 수 있으며, 파브리병, 폼페병, 고셔병, 뮤코다당증 등 희귀질환이 대표적이다.
리소좀축적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은 환자마다 증상이 다양하게 나타나고, 딱히 눈에 띄는 증상이 없기 때문에 진단이 어렵다. 소아청소년과, 신경과, 유전의학과 등 여러 학과를 오가는 일명 ‘진단 방랑’을 겪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 증상 발현 후 정확한 병명을 진단받기까지 10년 이상 걸리기도 한다. 희귀질환 환자를 ‘발견’한다고 표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리소좀축적병은 나이가 들수록 병세가 악화되는 진행성 질환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빠른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 실제로 뮤코다당증 1형을 진단받은 남매의 사례를 보면, 5세부터 치료를 시작한 누나에게서는 다발성 골형성부전이 나타난 것에 반해, 생후 5개월 신생아 선별검사를 통해 조기 진단 후 치료를 시작한 동생은 외모와 성장률은 물론, 다발성 골형성부전에 있어 이상 소견이 나타나지 않았다. 빠른 진단과 치료는 이렇게 한 사람의 삶을 통째로 결정지을 수 있다.
작년 5월,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에서 발표한 대국민 신생아 선별검사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국민 89.5%는 신생아 선별검사 중요성에 공감하고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또한 약 80%가 리소좀축적병선별검사의 국가 지원 신생아 선별검사 대상확대에 동의했다.
필자도 이번 보건복지부의 리소좀축적병 신생아선별검사에 대한 급여 확대 소식을 두 팔 벌려 환영한다.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립된 검사로, 전문가들의 평가가 완료되어 곧바로 현장에서 적용가능한 리소좀축적병 선별검사 급여를 통해, 신생아들이 적기에 진단을 받고 치료를 시작해, 소중한 생명과 건강을 지킬 수 있도록 임상적 기술과 사회적 요구에 발맞춘 정책적 결정이 반갑다.
이제 선별검사가 시작됐으므로, 관련하여 확진을 위한 유전자 검사, 위양성인 경우, 보인자의 경우, 진단되었으나 증상이 한참 뒤에 나타나는 경우 등 전문가의 프로토콜 논의와 함께 치료 시기에 대한 가이드라인 정립 등의 후속조치가 필요하다. 대한신생아스크리닝학회는 소아청소년과학회, 유전성대사질환학회 등 유관학회는 물론, 정부 당국과 함께 환자의 치료 접근성이 향상될 수 있도록 점진적이고 체계적인 시스템 구축을 위해 노력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