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2~3명 부족하다고 'C등급' 낙제점 부과 과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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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2~3명 부족하다고 'C등급' 낙제점 부과 과도하다"
  • 이창진 기자
  • 승인 2024.01.09 0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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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한라병원 권역응급센터, 과태료 행정처분과 보조금 패널티 부여
섬 특성 의료인력난 반복, 경영손실 불가피 "지역 평가체계 마련해야"

"응급의료기관 평가기간 동안 간호인력 2~3명이 부족하다고 'C등급' 낙제점을 주면 어떡하라는 말인가요. 지역의료 특성과 치료 역량을 감안하지 않고 수치만으로 평가하는 현 평가체계 개선이 시급합니다." 

제주한라병원 김성수 병원장은 8일 [뉴스더보이스]와 통화에서 권역응급의료센터 최하위 등급을 부여한 보건복지부에 대한 답답한 심정을 이 같이 밝혔다.

제주지역 중증응급과 중증외상을 책임지는 제주한라병원은 권역응급의료센터 최하위 등급을 받았다.
제주지역 중증응급과 중증외상을 책임지는 제주한라병원은 권역응급의료센터 최하위 등급을 받았다.

앞서 복지부는 지난달 29일 전국 412개 응급의료기관을 대상으로 '2023년 응급의료기관 평가결과'를 발표했다.

제주도 중증응급을 책임지는 제주한라병원은 권역응급의료센터 42개소 중 유일하게 C등급을 받았다.

복지부는 필수영역을 미충족하거나 부정행위가 발견된 기관은 'C등급'을 부여했다고 설명했다.

필수영역은 시설과 인력, 장비 법정 기준 충족 여부이다. 시설과 장비는 복지부 권역응급의료센터 지정의 기본 인프라로 충족한다.

문제는 의료인력이다.

권역응급의료센터는 응급의료법(제26조)에 근거해 응급의학과 전문의 5명 이상, 소아전담 전문의 1명 이상, 전담 간호사 25명 이상, 소아전담 간호사 1명 이상, 응급구조사 5명 이상, 간호사와 응급구조사, 보건의료정보관리사 2명 이상 그리고 보안인력 1명 이상 등 인력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제주한라병원은 이중 간호사 인력 미충족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복지부 평가기간 중 전담 간호사 25명 기준 미충족에 근거해 전체 평가에서 'C등급'이라는 최하위 등급을 부과한 셈이다.

■중증응급 치료역량 아닌 인력 수치만으로 평가…젊은 간호사들, 육지 선호 이직 '일상'

김성수 병원장은 "복지부 평가기간 동안 간호사 인력이 많이 빠진 것도 아니고 2~3명 부족한 것을 두고 전체 평가등급에서 최하위 등급을 부여한 것은 과도하다. 중증응급 치료역량이 아닌 단순한 인력 수치로 평가등급을 매기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응급의학과 전문의 인력은 10명 이상으로 기준치를 상회하고 있다. 간호사는 수시 채용 중으로 현재 간호인력 기준치를 충족시킨 상태"라고 전했다.

민간종합병원으로 자타공인 제주지역 최상위 제주한라병원에서 왜 이런 상황이 발생한 것일까.

응급의료기관 종별 구분 기준.
응급의료기관 종별 구분 기준.

먼저, 제주 지역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

섬지역인 제주도는 의사와 함께 간호사 역시 육지 수급이 불가피하다. 다른 권역응급의료센터와 동일하게 중증응급 환자를 전담하면서 의료진 피로도와 업무 가중은 동반될 수밖에 없다.

수도권과 지역 대학병원 분원 붐으로 간호사 인력 역시 육지로 향하는 현상이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다.

간호사 인력 부족으로 병동을 축소하고, 데이와 이브닝을 겸직하는 일명 '데이닝' 근무라는 신조어까지 나온 실정이다.

워라벨을 중시하는 젊은 간호사들에게 제주지역 병원 근무는 임기 거처일 뿐 평생직장 개념이 아니라는 것이다.

근무 인력 수치만으로 절대평가 하는 응급의료기관 평가에서 최하 등급에 지역병원이 많은 이유이다.

지역응급의료센터 135개소 중 5개소, 지역응급의료기관 235개소 중 46개소 등이 필수영역 미충족으로 'C등급'을 받았다.

이들 'C등급' 병원 중 수도권보다 지역병원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제주의대 모 교수는 "제주한라병원은 제주대병원과 함께 제주권역 중증환자를 전담하고 있다. 권역응급의료센터 평가에서 간호사 인력 문제로 최하위 등급을 받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제주지역 간호사 인력 부족 문제는 육지와 다른 형태"라며 "급여를 높여 채용을 하더라도 육지 대학병원을 선호하는 젊은 세대 풍조를 막기 어렵다"고 말했다.

■제주한라병원 수가와 보조금 불이익 불가피 "경영손실 감수, 제주 중증응급 생명 살려야"

제주한라병원은 복지부 지정 권역응급의료센터와 권역외상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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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과 외상 분야 전담 전문의를 확보하기 위해 대학병원보다 1.5배에서 2배 높은 인건비를 지급하는 출혈을 감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제주한라병원 전체 지출에서 인건비 비중은 50%를 상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권을 포함한 대학병원 40% 수준을 초과한 수치.

제주한라병원 김성수 병원장은 권역응급의료센터 경영손실 불구 제주 중증응급 환자 생명을 지키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열린 닥터헬기 1주년 기념식.(사진 제주한라병원 홈페이지)
제주한라병원 김성수 병원장은 권역응급의료센터 경영손실 불구 제주 중증응급 환자 생명을 지키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열린 닥터헬기 1주년 기념식.(사진 제주한라병원 홈페이지)

김성수 병원장은 "복지부가 중증응급 체계 목표를 달성하기 원한다면 지역 특성을 고려한 다른 의료인력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인구와 환자가 몰린 수도권 대형병원과 동일한 잣대의 현 평가기준은 문제가 있다. 의사는 충분한데 간호사가 몇 명 부족하다고 낙제점 등급을 부여하는 것은 지역의료 살리기를 역행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제주한라병원은 권역응급의료센터 C등급 부여로 300만원 이하 과태료 부과 및 3년 연속 미충족 시 지정취소 등 행정처분이 취해질 예정이다.

또한 응급의료관리료와 진료구역 관찰료, 전용 중환자실 관리료 수가가산 그리고 권역응급의료센터에 지급하는 복지부 보조금 패널티 등 한 해 수 십 억원의 경영 불이익이 불가피하다.

권역응급의료센터 지정 반납 의사를 묻는 질문에 김성수 병원장은 "올해 경영손실이 불가피하다. 경영손실 때문에 권역응급의료센터 지정을 반납한다면 제주지역 중증 응급환자는 누가 치료하겠느냐"면서 "힘들지만 권역응급의료센터로서 제주도 환자들 생명을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복지부는 지난 4일 열린 강원지역 필수의료 간담회를 통해 지역의료 약화와 환자의 수도권 쏠림현상 악순환을 끊기 위해 다양한 정부지원 사업과 함께 의료기관 평가체계를 지역 의료기관 역량 증진 관점에서 재검토하고 재편하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사업과 평가 대부분 현재 인력자원과 역량을 중심으로 이뤄져 각 의료기관이 처한 지역적 여건이나 환경, 기관의 노력 의지가 충분히 고려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이미 취약한 지역의 의료기관들이 오히려 충분한 지원을 받지 못하고, 역량이 약화되는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고 봤다.

제주한라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 C등급 부여와 같은 탁상행정이 개선될지, 허언에 그칠지 복지부 보건의료 정책 변화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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