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암종에서 효과를 보이고 있는 면역항암제의 적응증 별 급여 진입은 어떤 방식으로 추진해야 재정부담과 환자접근성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해 20일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개최된 '면역항암제 10년, 성과와 과제 정책토론회'에서 라선영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확실한 생존개선을 입증한 치료법이라면 오랫동안 소외됐던 암종들에 있어서 급여 확대가 필수적"이라는 입장을, 유승래 동덕여자대학교 약학대학 교수는 "급여의 기본적 방향은 '적응증 기반 약가 결정(IBP)'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내에서 사용되는 면역항암제는 키투르다(성분 펨브롤리주맙, 26개 적응증 중 7개 적응증 급여), 옵디보(성분 니볼루맙, 22개 적응증 중 6개 적응증 급여), 티쎈트릭(성분 아테졸리주맙, 8개 적응증 중 4개 급여), 임핀지(성분 더말루맙, 4개 적응증 중 1개 급여), 바벤시오(성분 아벨루맙, 2개 적응증 중 2개 급여), 잼퍼리(성분 도스틸리맙, 1개 적응증 중 1개 급여) 등으로 6개 면역 항암제의 급여 적용 적응증 수는 21개에 불과하다. 이들 품목 중 키투르다와 옵디보의 경우 보유 적응증 중 3분의 1 가량만 급여 시장에 진입해 있다.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이 주최하고 뉴스더보이스헬스케어 주관으로 열린 이번 토론회에서 라선영 교수는 '면역항암제 도입 10년, 임상현장의 변화와 접근성 확대의 필요'를 주제로 한 발제를 통해 "키트루다와 옵디보는 2017년 폐암 영역에서 2차로 급여 시장 진입한 이후 높은 높은 치료 성적을 나타내고 있다"면서 "면역항암제는 폐암을 중심으로 치료 환자 수가 증가하고 있으며 현재 21개 급여적응증 중 비소세포폐암이 8개에 달한다"고 소개했다. 

이어 "최신 연구가 반영된 의학적 가이드라인에 맞춰 치료하는 선진국에서는 훨씬 더 다양한 암종에 많은 환자들이 면역항암제로 치료를 받고 있다"면서 "국내에서는 42개의 비급여 적응증에 해당하는 암환자와 의료진은 전액본인부담으로 면역항암제를 투약하는 것을 권유해 선택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며 투병 중"이라고 의료 현장의 문제를 언급했다. 

라 교수는 위암에서의 면역항암제 효과를 소개하면서 "독성항암제에 면역항암제를 병용했을 때 전체생존기간의 연장을 다수의 연구에서 확인하고 있으며 중앙생존기간은 면역항암제를 사용하지 않으면 최대 14.4개월, 면역항암제를 사용하면 최대 22.6개월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라 교수는 "연세암병원에서 진행한 리얼월드데이터를 보면 급여기준에 맞는 환자(PD-L1 발현이 1이상)는 35~40% 수준으로 이들 환자에 면역항암제를 사용하게 되면 기존의 독성항암제도 비급여로 투여해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독성항암제는 기본으로 하되 면역항암제는 비급여로 가는 부분 급여도 고려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위암에서는 그동안 치료제가 없었지만 면역항암제가 들어오면서 3~4개월 생존 연장이 가능하며 국내에서는 6개월 가량 생존이 연장되는 결과를 보이고 있어 중요한 치료제"라고 강조했다. 

신장암 치료 성적에 대해서는 "최근 전이성 신장암 1치 치료에서 나온 3상 연구들을 종합해 보면 면역항암제를 사용하는 것이 효과가 굉장히 좋다"면서 "한국에서 전이성 신장암은 옵디보와 여보이를 병용하는데 전체 신장암에서 이렇게 쓸 수 있는 환자군은 5~6%에 그치는데 환자들을 기준에 안 맞아도 넣고 있다"고 전했다. 

전이성 신장암 1차 치료에서 사용되는 약제는 옵디보+여보이, 렌비마+키트루다, 옵디보+카보메틱스 등이 있다. 

라 교수는 "신장암에서 4개 병용요법 모두 승인이 됐으나 비급여"라면서 "이들이 급여 시장에 들어오면 전체 환자에서 치료가 가능해지고, 치료성적 또한 좋아 치료 성적도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면역항암제는 적은 부작용, 높은 완전반응률을 특징으로 수 많은 암종에서 새로운 치료옵션을 제시하고 있고, 국내에서도 급여가 적용된 폐암에서는 치료성적과 삶의 질을 유의하게 개선했다"면서 "특히 신약의 혜택으로부터 오랫동안 소외되어 온 전이성 위암, 삼중음성 유방암 등에 있어서는 면역항암제의 급여 확대가 더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라 교수는 또 "한 약제에 여러 적응증이 추가된다는 이유로 꼭 필요한 환자에게 급여가 늦어져서는 안된다"면서 "확신한 생존 개선을 입증한 치료법이라면 중복되고 소모적인 급여 검토 절차를 개선해 환자들이 최선의 치료를 받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승래 동덕여자대학교 약학대학 교수는 '다적응증 면역항암제의 합리적 급여제도 운영 방안'을 주제로 한 발표를 통해 '적응증 기반 약가 결정(Indication based pricing, IBP)'과 다년도 다적응증 관리계약(Multi-Year Multi-indication, MYMI)의 도입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우리나라 급여 결정 단계를 볼 때 '적응증 기반 약가 결정'이 보다 현실적인 방안이 될 것이라고 무게를 뒀다. 

유 교수는 "전통적인 약제 평가 방법은 적응증 별 평가된 약가 중 최저가를 책정하는 단일 최저 약가 방식이었다면 다적응증 약제는 단일 가중 평균가를 적용하거나 적응증별 환급율을 차등 적용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단일 가중평균가의 경우, 적응증별 평가된 약가에 사용량을 가중해 단일 가중 평균가를 산출하는 방식"이라며 "적응증별 환급율을 차등 적용하는 방식은 정부 고시로 가격은 동일하게 하되 적응증별 환급률을 다르게 적용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영국의 경우, 상업적 접근성 계약(CAA)을 통해 추가되는 적응증에 한해 임상적·비용적 가치 평가와 다양한 유형의 계약을 새롭게 체결한다. 이를 통해  키투르다는 19개 적응증에 급여가 인정되고 있으며, 옵디보와 티쎈트릭은 각각 5개, 6개 적응증에 급여가 인정되고 있다. 

호주는 최초 등재시 다수 적응증이 있으며 황금율을 차등해서 보험코드를 별도로 운영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적응증 별로 여러 보험코드를 설정해 관리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벨기에와 네덜란드는 추가되는 적응증에 대한 재정 추계와 허용 예산을 미리 책정해 급여 진입의 문을 여는 다년도 다적응증 관리계약(Multi-Year Multi-indication, MYMI)을 활용 중에 있다. 

유 교수는 "국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방안으로는 영국의 항암제 펀드처럼 별도의 기금을 활용하는 방안, 질환 중증도 및 사회적 요구도 등을 고려해 ICER 값을 탄력 적용하는 방안, WAP(가중평균가) 산출처럼, 적응증별 가중치가 반영된 결과를 산출, 평가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면서 "다만 별도 기금은 다부처 협의와 법률 개정 등 거버넌스의 문제 해결이 쉽지 않아 보인다.ICER값 탄력 적용 역시 추가적 재정 부담에 대한 우려가 있고, WAP 역시 이론적 불확실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적응증 기반 약가 결정(IBP)'은 최초의 등재와 급여 확대 시에 가치와 근거 기반 평가를 일관되게 실행할 수 있고, 적응증별 가치에 따라 약가, 예상청구금액, 위험분담제를 차등화 할 수 있다"면서 "위험분담제 적용하면서 비용효과성 평가와 적응증별 추가 재정 분담을 통해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영국의 경우 적응증별, 환자단위 모니터링과 사후관리 기반을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다년도 다적응증 관리계약(MYMI)에 대해서는 "HTA 국가들의 IBP 사례처럼 적응증별 평가 및 사후관리가 이뤄질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과정에, 진료상 필수에 준하는 임상적 가치를 지님에도 비용-효과성 평가의 불확실성과 지연 문제가 클 경우에는 참조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