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여 확대 과정 협상 결렬 첫 사례…화이자, 'RSA' 해지 만지작
안병철 교수 "1차 사용 시 환자 이득 확인" 조속한 급여 필요성 강조
"지난 5월 ASCO에서 로비큐아는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에서 무진행생존기간 5년 이상을 보장하는 결과를 냈다. 환자에게 큰 이득이 되는 약제를 가격 문제로 정부와 제약사가 이견을 보이는 것이 아쉽다. 환자를 위해 조속한 합의점을 찾길 바란다." -안병철 국립암센터 교수
화이자의 3세대 ALK 표적치료제 로비큐아(성분 롤라티닙)가 ALK 양성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에서 5년 무진행생존율(PFS) 60%라는 '뛰어난 성적'을 발표한 시점은 안타깝게도 국내에서 1차 치료제 급여 확대 도전에 실패한 지 채 보름이 지나지 않은 5월 마지막 날이었다.
좋은 치료 성적에도 불구하고 국내 시장에서는 그야 말로 '그림의 떡;이 되어버린 로비큐아는 2차 치료제 진입 당시 기타 ALK TKI와 달리 위험분담계약을 체결하며 경평면제 트렉으로 빠르게 시장 진입에 성공해 1차 치료제 합류에 기대감이 높은 상태였다.
그러나 공단과의 협상 과정에서 제동이 걸렸다. 화이자는 1차 약제로 급여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경평면제 트랙 대신 경제성평가를 통해 급여진입을 시도했다. 회사측은 비용-효과성을 따져 가격을 제시했는데 심평원 허들은 넘었지만 공단의 문턱을 넘어서지는 못했다.
여기서 문제가 된 것은 총액(cap)으로 알려졌다. 공단과 회사 간의 총액 차이 간격을 좁히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로비큐아의 급여 협상 결렬에 따른 피해는 환자에게 직결되고 있다. 그 동안 로비큐아의 1차 약제 급여 진입을 기다리던 환자들은 협상 결렬 소식에 절규에 가까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의료 현장에서 이들을 돌보는 의료진의 입장도 애가 타긴 마찬가지다.
안병철 국립암센터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뉴스더보이스와 통화에서 "최근 진료에서 중학교 2학년 딸 아이를 둔 환자가 '제발 딸 아이가 시집 갈 때까지만 살게 해 달라'고 호소했다"면서 "환자가 말한 시기는 대략 10년인데 그를 그때까지 살리기 위해서 쓸 수 있는 약제는 로비큐아 뿐"이라고 말했다.
안 교수는 "결국 그 환자는 경제적인 이유로 (로비큐아를) 먹지 못하고 2세대 약으로 치료를 하고 있다"면서 "연구 결과를 통해 환자의 생존기간을 입증한 약제가 있음에도 쓸 수 없는 현실은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절실한 환자들이 많기 때문에 로비큐아의 1차 급여 진입이 현장에서는 더 간절하다"면서 "연구를 통해 검증된 약제는 비용이 들더라도 환자에게 혜택을 줄 수 있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는 또 "환자 입장에서 경제적으로 여력이 되지 못해 좋은 치료제를 쓰지 못하고 죽어가야 한다는 사실을 가족들에게 설명하는 게 얼마나 괴로운 일인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면서 "정부와 제약사가 환자를 위해 조속한 합의점을 찾아 주길 바란다"고 당부의 말을 전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화이자는 위험분담제를 해지하고 1차 치료제 급여 확대하는 방법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위험분담제를 해지하게 되면 오히려 정부 입장에서는 환급 절차를 덜어내 효율성을 가져갈 수 있고, 환자 역시 표시가 기준으로 책정된 환자 부담도 줄일 수 있다"면서 "환자 접근성을 최우선으로 두고, 타 약제와의 형평성을 고려한 통합적인 시각의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와함께 업계 일각에서는 급여 재신청 절차에 따른 제도적 지원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번 로비큐아 건이 위험분담계약 약제에서 협상이 결렬된 첫번째 사례로, 추가적으로 스텝을 따를 약제들이 나올 수 있어 '급여 재도전'에 대한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편 로비큐아는 최근 ASCO에서 발표된 CROWN 연구 5년 장기 추적 연구를 통해 크리조티닙(잴코리) 대비 질병 진행 또는 사망위험을 81% 감소시켰으며, 투여 환자의 60%가 5년 후에도 질병 진행 없이 생존한 것을 확인했다.
또 투여 환자의 94%에서 뇌전이 진행 위험이 감소됐고, 뇌전이가 없었던 로비큐아 투여 환자 114명 중 4명만이 뇌 전이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2022년) 및 미국임상종양학회(ASCO)(2022년), 유럽종양학회(ESMO)(2023년)에서는 ALK 양성 비소세포폐암의 1차 치료 중 하나로 3세대 치료제인 로비큐아를 권고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화이자측은 "한국화이자제약은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을 위해 다시 급여확대 신청을 마쳤다"면서 "정부와 효율적인 논의 및 전향적인 검토가 진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