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든, 관행이든… 환자 안전 먼저 생각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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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든, 관행이든… 환자 안전 먼저 생각해주세요"
  • 뉴스더보이스
  • 승인 2021.03.08 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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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반변성 환자 보호자, 아바스틴 안과질환 비급여 사용승인 완화 우려

[히든보이스] 눈이 갑자기 침침하다는 어머니의 말에 노안이겠거니 가볍게 생각하고 병원에 모시고 갔다가 황반변성 진단을 받은 것도 벌써 2년이 되었다. 심하면 실명할 수도 있다고 해 처음에는 걱정이 컸는데, 주사 치료를 받으면서 이제는 시력이 더 나빠지지는 않는 것 같아 천만다행으로 여기고 있다. 어머니도 이제 실명 걱정은 조금 내려놓으신 듯 하다. 

얼마 전부터 어머니를 우리 집으로 모시면서 가까운 쪽으로 병원을 옮기게 되었는데, 새로운 병원의 의사 선생님이 약을 바꿔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말씀하셨다. 그동안 잘 치료 받던 주사인데 갑자기 바꿔도 되나 싶어 검색해보니 선생님이 추천한 주사는 아바스틴이라는 약이었다. 그런데 이 약에 대해 찾아보면 찾아볼수록 의구심만 커졌다. 

우선 아바스틴은 안과용이 아니라 대장암 치료용 항암제였다. 질환이 다른 것도 다른 것이지만, 안구용 주사가 아니라서 정해진 치료 간격도 딱히 없고 눈에 주사하기엔 용량이 많아 한 병을 여러 번 나눠서 쓴다고 한다. 약을 개봉하는 순간부터 쓸 때마다 주사기로 약을 뽑고, 보관하고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사람 눈에 맞는 주사인데 정해진 치료법도 없고 그것도 여러 명이 나눠서 쓴다니, 과연 안전할지 우려스럽다. 

지금 내는 효과가 굉장히 뛰어난 것도 아니고, 치료 비용도 크게 다르지도 않은데, 이런 상황에서 굳이 눈에 항암제를 맞아야 할 이유가 있을까? 얼마 전 암이 아닌데 항암치료를 받고 숨진 여성의 사례를 보면서 더욱 걱정이 되었다. 오랜 시간 동안 써왔던 관행 같은 것이라고 해도 황반변성에는 정식으로 허가도 받지 않은 걸 썼을 때 문제가 생기면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그런데 더 기가 막힌 기사를 환자 커뮤니티에서 봤다. 이제 동네안과에서도 아바스틴 주사를 맞을 수 있게 규제를 푼다는 것이었다. 허가에 급여까지 받은 약들이 있는데 허가도 받지 않은 약을 맞을 수 있게 한다는 것인지 그게 환자와 의사에게 어떤 이득이 있는지 궁금하다.

실제로 환자 커뮤니티에서는 어떤 규모의 동네안과인지는 모르겠으나, 주사 환경이나 약을 나눠쓰는 모습이 너무 불안해서 주사를 맞고 나서도 염증을 걱정하거나 원래 치료하던 큰 병원으로 다시 다녀야겠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나마 이런 내용을 잘 아는 환자들은 아바스틴 주사를 맞기 직전에 약을 나누는지, 보관 주기가 어느정도 되는지 물어보라는 조언들도 해주고 있었다. 왜 환자들이 이런 걱정까지 해야되는걸까.

이런 글들을 읽고 있자니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고 이후에도 이런 관행이 하나도 고쳐지지 않고 오히려 국가가 규제를 풀어주며 용인하고 있다는 사실에 화가 난다. 황반변성 환자들에게 실명은 가장 두려운 것이다. 동네안과에서 항암제를 눈에 여러사람이 나눠 맞다가 감염으로 고생하거나 실명하는 상황이 생기지 말라는 법은 없다. 믿을 수 있는 안전 관리 대책도 없이 어떻게 사람 눈에 주사하는 약을 이렇게 쉽게 다룬다는 말인지. 자신의 부모, 가족이 이런 상황이라면 지켜만 보고 있을지 궁금하다.

우리 어머니는 우리 집으로 이사 후에도 기존 병원으로 치료를 받으러 다니기로 결정했다. 집에서 1시간 이상 걸리더라도 안전하게 치료받도록 하고 싶은 게 환자 가족들의 마음이다. 환자와 가족들이 주사 감염까지 걱정하기에는 짊어지고 있는 걱정거리가 이미 많다.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언제나 환자를 위한 정답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황반변성 환자에게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인지 잘 생각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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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약산업계 주요현안이나 이슈, 사건사고, 종사자들의 사는 이야기 등 소재를 가리지 않고 투고받는 '뉴스더보이스 독자들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공간이다. 유명인사이거나 오피니언 리더일수도 있고,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스스로를 드러내지 않는 열혈독자이거나 '평범'이라는 용어로 불릴만한 독자의 목소리일수도 있다. 마음 속 깊은 이야기까지 끌어내도록 익명의 보이스로 전한다. 다만 투고 중 '가짜뉴스', '불확실한 사실', '인신공격' 등의 가능성이나 개연성이 없는 지는 뉴스더보이스가 사전 검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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