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수가협상 관행, 이제는 바꿀 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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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수가협상 관행, 이제는 바꿀 때 됐다"
  • 최은택 기자
  • 승인 2021.06.07 06: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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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준 건보공단 재정운영위원장

협상방식·연구모형 등 근본적인 변화 필요
7월부터 제도개선 논의 곧바로 시작해야 

윤석준 건보공단 재정운영위원장
윤석준 건보공단 재정운영위원장

"가입자와 (의료)공급자 모두 동의하지 않는 모형으로 협상을 해야 하는 건 난감하고 어려운 일이다. 20년 세월을 그렇게 해왔으니 이제는 바꿀 때가 됐다. 많은 분들이 동의하고 있다. 잘못된 관행을 끊기 위해 7월부터 논의를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윤석준(고대의대 교수) 건강보험공단 재정운영위원장은 지난 4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종료 직후 전문기자협의회 소속 기자들과 만나 현 보험수가 협상제도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건정심을 포함한 보건복지부 소속 보건관련 각종 위원회, 심사평가원 기획이사와 연구소장 등 보건분야 정책과 실무를 두루 경험한 윤 위원장이 실질적인 '플레이어'로 보험수가 협상에 개입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윤 위원장은 "코로나19 사태로 가입자와 (의료) 공급자 모두 고통을 겪고 있는, 역대 가장 어려운 상황에서 협상이 진행됐다. ('벤딩'을 확정하지 못해) 6월1일 새벽 4시 50분이 넘도록 재정운영위 내부 진통이 이어졌다. 가입자가 가장 강경했던 해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런 어려움 속에도) 가입자들이 공급자들의 어려움을 일부나마 인정해줘 2.09%라는 인상률이 나올 수 있었다. 병원과 치과가 결렬된 건 아쉬웠다"고 했다. 

* 다음은 윤 위원장과 일문일답

-이번 수가협상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면 

=제가 이해하는 재정운영위 역할은 가입자와 공급자 간 적절한 균형을 찾아가면서 타협의 정신을 살려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난해의 경우 의협, 병협, 치협 등 3개 유형이 결렬돼 전체 재정 파이의 70% 이상이 결렬된 것과 같았다. 올해도 전체 볼룸의 50% 정도가 결렬돼 안타까움이 있는 건 사실이다. 다만 결과만 놓고 보면 작년보다 진일보했다.

-병협 결렬 이유는 뭐라고 보나

=제가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범위는 전체 평균 인상률( 2.09%)까지였다. 건보공단 협상단에게 재량을 줘야 실제 타결이 가능하다. 2.09%라는 범위 내에서 협상단에게 재량권을 위임한 것이고, 그 이후는 협상단의 몫이다.

-의협은 결렬행진을 멈추고 4년만에 타결됐다

=의협 집행부가 바뀐게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지난 집행부에서는 한 번도 타결된 적이 없는 걸로 알고 있다. 합의 정신에 상대적으로 가치를 두는 집행부가 참여하면서 타결까지 가지 않았나 생각한다. 

-추가 소요재정이 1조원을 넘어섰다. 논의 과정에서 찬반논란이 컸을 것 같다

=재정운영위는 가입자 단체 대표로 구성돼 있다. 가입자 쪽에서도 요양기관의 어려움은 이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보다 가입자들의 생활, 삶이 엄청나게 더 피폐돼 있는 점에 착목할 수 밖에 없었다. 환산지수 인상은 건강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이런 이유들로) 역대 가장 어려웠던 상황인 건 분명했다. 

타협을 이끌어가는 관점에서 보면 가입자들의 태도가 가장 강경했던 해였다. 제가 마지막으로 시계를 봤을 때 새벽 4시 50분이었는데, 그때까지도 운영위 내부 진통이 이어졌다. 

-오늘 건정심에 보고했는데 반응은 어땠나

=재정운영위에서 의결한 사항에 대해 건정심이 존중하기 때문에 결과 자체는 특별히 문제 없었다. 임금인상률 평균 보면 1%가 채 안되는데 언제까지 공급자에게 2% 이상, 1조원 이상의 수가를 인상해줘야 하느냐고 원칙적인 의견을 개진한 가입자 단체 위원은 있었다.

-매년 협상이 시한을 넘긴다. 이런 관행을 없애기 위해서는 재정운영위가 '벤딩'을 빨리 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재정운영위원장 역할을 맡은 사람으로서 수가 협상의 기준점을 찾기 어려운 건 너무 힘든 대목이었다. SGR 모형이 활용되고 있지만 참고자료로만 사용돼 기준점으로 역할을 못하고 있다. 시간도 길어지고 내용도 어려워진다. 

잘못된 관행도 있는 것 같다. 구체적 합의점을 만들어 낼 기준선이 불분명하다. 당연히 길어질 수밖에 없다. 해가 갈수록 더 길어지는 일이 벌어지는 근본적 이유가 있다. 데이터나 협상 방식, SGR이 아닌 다른 모형개발 등 근본적인 차원의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 

많은 분들도 공감하고 있다. 가입자와 공급자 모두 동의하지 않는 모형으로 협상을 해야 하는 건 난감하고 어려운 일이다. 20년의 세월을 그렇게 해왔으니 이제는 바꿀 때가 됐다. 많은 분들이 동의하고 있다. 잘못된 관행을 끊고자 7월부터 논의를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당장 7월부터 내년도 환산지수 계약을 위한 새로운 제도개편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매년 SGR 연구가 연말에 발주되고 연초 시작돼 수가협상 개시 직전에 데이터가 나온다. 

이런 악순환을 끊기 위해 수가 계약과 관련된 새로운 제도를 만들어내기 위한 연구용역을 7월부터 연말까지 정리하고 연초부터 관계자들과 토론하는 방식을 재정운영위 전체회의와 건정심에서 제안했다. 많은 위원들이 공감했다. 

-환산지수 역전현상에 대한 지적도 있다

=(현 방식으로는) 점점 더 벌어지게 돼 있다. 병원은 의원과 달리 다른 검사나 볼룸을 늘릴 수 있는 여지가 많다보니 실제 총 진료비 규모에서 역전은 안벌어졌을 것이다. 다만 수가 환산지수는 역전됐다. 

의료전달체계 확립 관점에서 보면 반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절대로 바람직하지 않다. 지금 같은 모형으로 협상하고 타결하게 되면 역전현상은 바꾸기 어렵고 더 벌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새로운 제도가 필요하다. 

-공급자단체도 건강보험 국고지원 부족분을 수가협상에 반영하자고 제안했는데

=재정운영위 전체회의에서도 논의가 됐다. 국고 지원금을 정부가 약속한 수준으로 늘려가야 한다. 이 부분은 부대결의에 동의하는 절차가 있었다. 

-코로나19로 공급자들도 어려운 건 사실이다

=일부 가입자 단체들이 제시한 구체적인 수치를 보면,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보건업은 많지는 않지만 성장세를 유지했다. 여행업은 엄청 마이너스인데, 보건업만 큰 폭은 아니지만 성장했다는 건 공급자가 어렵긴해도 일반적인 삶과 비교하면 덜 어렵다는 데이터였다. 설득력이 있었던 건 사실이다. 

-결과적으로는 추가 재정이 1조원 이상 늘어나게 됐다

=가입자들이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공급자들의 어려움을 일부나마 인정해줬기 때문에 나온 수치 같다. 

-병협, 치협이 남았는데 어떻게 마무리될까

=다음주에 예정된 건정심 소위원회에서 제도개선을 포함해 '+@'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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