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만에 '한국인 간질환 백서 개정판' 공개
대한간학회가 22일 간의 날을 맞아 개최한 기념식과 토론회에서 'C형간염 국가검진' 적용과 '알콜의 폐해'에 대해 정부와 언론의 관심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간학회는 매년 10월 20일에 '간의날' 행사를 열고 간염과 간경변, 간암 등 국내에서 빈발하는 간질환 통계와 원인 분석에 대해 재조명하는데, 올해는 학회의 염원이기도 한 'C형간염 국가검진' 도입에 대한 필요성과 '알콜이 건강에 미치는 폐해'에 방점을 찍고 언론과 정부의 관심을 촉구했다.
토론회에 발제자로 나선 나세연 한국건강증진개발원 음주폐해예방팀 팀장은 ‘코로나19 이후 국민 음주 행태 조사 결과 및 음주폐해 예방정책 추진 방향’을 주제로 한 발표를 통해 "코로나19로 인해 음주 빈도, 음주량은 감소했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다시 증가하는 추세로 돌아서고 있다"면서 "특히 혼술, 홈술 등이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저도수 소비가 인기를 얻는 등 음주 행태가 변화하고 있다"면서 "이런 변화가 알콜 의존도를 높일 위험이 있어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코로나19 확산 이후 알코올에 대한 유병률 추이를 모니터링 해 볼 필요가 있다"면서 "알코올 폐해에 대한 대대적인 국민 인식활동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드라마 등에서 음주 문화를 미화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나 팀장은 "드라마에서 술을 마시는 장면을 미화해 내보내는데 이 역시 대중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방송사에 이런 부분들을 지적하더라도 그 때뿐이고 시간이 지나면 다시 이런 장면 방송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보다 명확한 제재방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장재영 대한간학회 정책이사(순천향의대)는 8년 만에 개정된 '한국인 간질환 백서'에 대해 소개하며 치료제의 조속한 급여확대와 바리어스 간질환의 체계적인 관리체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장 이사는 발표에서 "B형간염은 적절한 치료제가 있음에도 아직까지 B형간염에 걸리면 취업이 어렵다는 오해가 있을 정도로 인식적 개선이 더딘 상황"이라며 "전문가뿐 아니라 일반 국민들도 적절한 정보를 접하고 질환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도록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B형간염은 간암 발생의 주원인이며 완치는 어렵지만 좋은 약제들의 등장으로 효과적인 관리가 가능하다"면서 "인식 개선을 통해 치료 유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부작용을 개선한 약제들이 등장하고 있어 조속한 투여가 필요한데 급여 과정은 이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면서 "건강보험도 이에 발을 맞춰 조속히 환자들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해야 하며 간염 발생 전 위험상태에서도 약제 변경이 가능하도록 유연한 급여 정책 변경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와함께 "낮은 DNA수치를 가진 간경변환자나 ALT 상승이 불충분해 비활성B형간염으로 분류된 환자 등 치료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에 대한 유연한 치료기준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이사는 정책 제안으로 "일차 진료 단계에서 진행된 비알코올 지방간질환 환자 중 고위험 환자군의 조기 발견을 위한 최적의 선별 방법 개발과 전문 진료 단계로 조기 이송을 위한 다단계 의료 전달 체계계 개선과 도입이 필요하다"면서 "체계적이고 선제적인 생활습과 교정활동과 올바른 식습관 교육 역시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질병부담이 큰 간암의 경우, 치료 연속성과 효과를 위해 중증등록기간의 연장, 전신항암제 치료의 신속하고 다양한 급여화, 국소치료와 전심항암 치료의 적절한 병합 등 보험정책의 변화가 필요하다"면서 "간암 관련 보험정책 결정 과정에서 전문가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재영 이사는 정부가 주도해야 할 정책 과제로 △A형 간염 예방접종 확대 △B형간염 바이러스 보유자 선별검사 개선 △C형간염 바이러스 보유자 선별검사 시행 △E형 간염의 법정 전염병 지정 및 인식개선 △정책연구용역사업의 활성화 등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이와함께 음주문화 개선과 알코올 사용장애자들을 위한 사회적 지원체계 강화, 비알코올 지방간질환 예방을 위한 범사회적 노력과 지원, 국가간암검진사업의 효율성 증긴과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정재영 이사는 "결국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회가 보건의료정책 업무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학회 대관 역할 강화에 방점을 찍기도 했다.
C형감염 검진 시범사업, 비용효과성 입증
장영 대한간학회 의료정책간사(순천향의대)는 '2020년 C형간염 조기발견 시범사업 및 비용 효과 분석 보고'를 발표했다.
보고에 따르면 시범사업 기간 중(2020년 9월과 10월) 10만 4,918명이 검진에 참여해 792명(0.75%)에서 C형간염 항체 양성이 확인됐다.
양성자 중 60% 이상은 과거에 C형간염 검사를 받아 본 적이 없었고, 70% 이상은 C형간염을 처음 진단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비용-효과 분석에서 모든 대상자를 1회 검진하는 Screen-all 전략이 검진을 시행하지 않는 No screening 전략에 비해 점증적비용효과비(ICER)가 816만원으로 임계값인 3,583만원 보다 훨씬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장영 간사는 "이 같은 결과는 국가검진에 포함될 중요한 기초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지역적으로 C형간염 양성률이 높은 곳은 부산(1.44%)과 울산(1.05%)이었다.
C형간염에 대한 인식조사를 진행한 결과 C형간염 진단을 받은 후 치료를 받은 '치료이행률'은 70.3%를 보였고, C형간염이 간경화나 간암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위험인식은 29.8%로 낮게 나타났다.
C형간염 검진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96.11%를 보이며 매우 높게 나타났다.
장영 간사는 "국내 56세 인구 대상의 C형 간염 선별검사는 적절한 치료 연계시 진행성 간질환 발생을 현격히 줄일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시범사업을 통해 비용 효과성 역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시범사업 결과가)사용하는 모수와 분석방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학회가 현재 C형간염 국가검진 비용효과성의 타당성 분석 연구를 진행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회에 앞서'의료진 대상 C형간염 설문조사’ 결과도 공개됐다.
조사에서 국내 의료진은 무증상 C형간염 환자를 조기에 진단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조처로 ‘국가건강검진 항목에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을 78.9%가 보였다.
성인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검사에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해야 한다는 응답도 40.5%를 차지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간학회 원로는 "학회에서도 알코올과 간질환에 대한 문제를 지속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또 C형간염 국가검진 도입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이런 것이 왜 필요한지 언론이 많이 언급해 달라"면서 "국민의 인식 개선과 정책 개선을 위해언론의 언론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