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국가필수약으로 제한적...약가-세금혜택 등은 '글쎄'
해외의존도가 무려 80%에 달하는 원료의약품의 자립화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와 업계가 한자리에서 의견을 나눈 국회정책토론회는 다소 '미묘한 차이'가 흘렸다.
바로 자립화에 대해서는 모두 인식이 같았으나 현시점에서 '할 수 있는' 고민은 정부와 업계가 사뭇 달랐다.
업계는 국내 원료의약품 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전폭적으로 지원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정부는 현실적인 한계를 거론하며 다소 수동적인 모습에 급급했다. 이는 지난 12일 남인순 의원과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주최한 정책토론회 '위기의 한국 원료의약품산업, 활성화 방안은?'의 공기이다.
업계는 국내 원료의약품 산업을 키우기 위해서는 국가 비축 등에서의 국산원료약 우대부터 약가 우대, 세금 혜택, 연구개발 지원, 규제개선 등 다양한 지원과 함께 이를 원활하게 관리할 수 있는 범정부 컨트롤타워와 원료약산업육성법 제정의 필요성을 거듭 밝혔다.
반면 정부는 국산화는 국가필수의약품 범위내에서, 또 원료약 관련 제대로 된 고민이 부족했다는 '자아비판'까지 언급되면서 그동안 신경을 쓰지 않았던 산업이었음을 인정했다.
특히 식약처는 원료의약품 규제와 관련해 지속적인 개선을 취해왔다고 밝히고 업계가 기대하는 원료의약품 산업의 자립화와 궤가 다른 '국가의약품 안정공급'과 '공급망 다변화'에 초점을 뒀다.
또 복지부는 업계가 고대하는 약가 혜택에 대해 FTA 비차별 사안에 대한 우려와 신약연구개발에 투입되는 2조원의 예산에서 원료약도 범위에 포함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해보겠다는 수준에 머물렀다. 세제 혜택의 경우도 국가전략기술에 원료약이 포함될 수 있을지 관련 부처와 협의해 나가겠다는 답변을 내놓은 수준이었다.
업계의 깊은 고민과 달리 정부는 다소 뜨뜻미지근한 입장을 나타냈다.
업계는 코로나19로 드러난 의약품의 '무기화'에 방점을 두고 이번 기회에 국내 산업의 자립화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기대한 '애타는 심정'이 그대로 반영됐지만 정부는 많은 산업을 관장해야 하기에 이같은 업계이 요구에 관망적이고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다.
다만 정부가 원료의약품을 바라보는 시각이 어떠냐는 것이다. 자급화나 자립화가 현시점에서 반드시 요구되냐는 것에 대한 온도차가 느껴지는 부분이다.
식약처의 경우 현재 추진 중인 50억원을 투입하는 필수약 안정공급 사업을 통해 국민보건 위기관리를 위한 의약품 공급에 주목하는 모습이다. 업계가 생각하는 원료약 산업 자립화와 달리 특별법 제정이나 컨트롤타워 마련에 대해 '추진하기 어려운' 사항으로 판단하는듯 했다.
여기에 필수약 안정공급 사업도 당장 원료약보다는 완제약 제조에 중심을 두고 있어 실제적으로는 원료약 자립화와는 더욱 거리가 먼 사업이다.
이처럼 정부는 큰 틀에서의 '의약품 안전공급'에, 업계는 안전공급을 위한 산업의 자립화의 필요성을 전반적인 지원에 정부의 바뀐 태도를 요구했으나 결과는 인식의 차이를 서로 알아가고 개선할 방안이 있는지를 탐색하는 데 그쳤다.
물론 업계의 민원이 접수된 만큼 정부와 국회가 이에 대한 주문에 대해 향후 차근차근 답변을 만들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기 위한 정책토론이었기 때문. 이제 첫발을 내민 것이기에 향후 국회는 관련 법률을 지원하고 정부의 실행을 촉구하는 감시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 이에 남인순 의원도 보다 적극적으로 원료약의 해외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약속한 바 있다.
무엇보다 그동안 지구촌이 한 경제 속에서 수출입이 자유롭게 이뤄지고 있었지만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 상황에서의 드러난 의약품 등 '특정' 산업에 대한 자급화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의약품 공급 불안정'을 일시에 해소되기까지는 오랜 시일이 걸리겠으나 이를 인식하고 준비해야 할 시점이다. 자국민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모든 국가가 앞다퉈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구하기에 나섰던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