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 내성균이 공중보건을 위협한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코로나19 팬더믹을 겪으며 더 높아지고 있다.
항생제는 감염병 치료에 필수적인 약물이지만 과거 오남용과 부적절한 처방이 누적돼 내성률이 높아지는 결과를 낳았다.
국내에서 감기약처럼 투여되던 항생제 남용은 최근 10~20년 사이 보건당국의 규제로 급속히 줄고 있으나 항생제 내성균에 따른 원내 감염은 겁잡을 수 없이 증가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한국이 초고령화사회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는 사실이다. 중환자실과 요양기관의 고령환자 입원 비율이 갈수록 높아지는 상황에서 의료관련감염 원인 미생물 중 그람음성균의 비율은 48.4%에 달하고 있다. 한국의료관련감염감시체계(KONIS) 데이터에 따르면 폐렴의 82.2%, 요로감염의 56.6%가 그람음성균으로 인해 발생하고 있다.
그런데 그람음성균 치료에 사용되는 마지막 항생제 카바페넴계 내성은 59.2%에 달하고 있다. 카바페넴계 항생제를 사용에도 환자 10명 중 6명은 치료 효과를 거둘 수 없다는 의미다.
치료효과 거둘 수 없는 항생제, 다음은?
항생제 내성에 대응하는 원칙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항생제 오남용을 방지해 기존약제를 보호하는 방안, 또 다른 하나는 항생제 내성균에 대응하는 신약을 만들거나 신속하게 도입하는 것이다.
보건당국은 전자를 택하고 있다. 항생제 사용을 최소화해 내성 자체를 줄이면서 대응가능한 (최소)약제로 항생제 내성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인데 의료계에서는 이 같은 대응이 오히려 항생제 내성 문제를 키웠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카바페넴 내성이다. 국내 의료현장에서 항생제 내성에 대응할 수 있는 최후 보루로 카바페넴을 남겨 놓으면서 선택지가 없는 의료현장은 카바페넴 사용 빈도를 높이게 됐고 이는 다시 타바페넴 내성이라는 문제를 야기했다는 것이다.
두 가지 원칙 중 오남용 방지에만 초점을 맞춘 보건당국의 선택이 결국 내성 문제를 더 크게 만든 셈이다.
다행인 것은 아직 도입할 수 있는 항생제 신약이 여전히 존재하며, 세계적으로 새로운 항생제 개발을 위해 공조와 협력이 활발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20개 글로벌제약기업도 동참하고 있다. 지난 2020년 ‘AMR 액션 펀드(AMR action fund)를 결성해 2030년까지 2~4개의 항생제 신약 개발을 목표로 활발한 연구 활동을 전개 중이다.
세계 각국 역시 항생제 개발 제약기업의 지원과 환경 조성에 나서고 있다. 영국은 2020년 항생제 개발을 장려하기 위해 ‘구독형 지불 모델’을 도입했고, 프랑스는 새로운 항생제에 완화된 평가기준과 가격 보장을 내세우고 있다. 이밖에도 독일과 스웨덴 등이 항생제 개발에 따른 정책 지원을 펴고 있다.
이 흐름에 우리 정부도 적극적으로 동참하길 희망한다.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지원을 통해 결과물을 얻었듯 항생제 역시 가능성 있는 후보물질 탐색에서부터 임상까지 전주기 지원과 투자에 나선다면 결과물을 얻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당위성은 정부가 놓친 항생제 내성 대응 원칙 중 하나에서 찾아도 충분하지 않을까. 이 시점에서 동아ST 시벡스트로가 생각나는 건 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