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사례 의무보고대상 포함...법 개정 촉구도
급성골수성백혈병으로 진단받은 환자가 사용기한이 경과한 수약제를 맞은 뒤 다제내성균에 감염돼 사망한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이에 대해 환자단체는 사용기한이 경과한 의약품 투여로 인한 환자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대책을 담은 주의경보를 마련해 신속히 발령해야 한다고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촉구했다.
또 국회에는 사용기한이 경과한 의약품이 투여돼 환자가 사망하거나 심각한 신체적·정신적 손상을 입은 환자안전사고가 발생한 경우를 환자안전사고 의무보고 대상에 포함시키도록 환자안전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국백혈병환우회는 10일 성명을 통해 이 같이 밝혔다.
환우회에 따르면 급성골수성백혈병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를 받던 21살 청년이 사용기한이 77일 지난 포도당 수액을 투여받은 환자안전사고가 발생했다. 이후 해당 환자는 다제내성균의 일종인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에 감염돼 고열과 패혈증 증세를 보인 후 일주일 만에 사망했다.
환우회는 "유족은 고강도 항암치료를 받아 면역력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사용기한이 2달 이상 지난 포도당 수액을 맞아 사망한 것이 아닌지 강한 의문을 갖고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 최근 YTN 보도에서 해당 병원은 "포도당 수액을 만든 제약사에 확인한 결과 적합성을 통과했기 때문에 사용기한이 경과한 포도당 수액을 투여한 것이 환자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이 아닌 것으로 본다"는 입장을 밝혔다.
환우회는 "해당 병원은 사용기한이 경과한 포도당 수액을 투여한 환자안전사고 발생에 대해서는 인정해도 환자 사망과의 인과관계는 부정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유족은 사용기한이 경과한 포도당 수액 투여와 환자 사망간 인과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조정신청을 냈고, 현재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했다.
환우회는 이어 "(우리는) 사용기한이 경과한 포도당 수액을 백혈병 환자에게 투여하는 환자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당 병원에서 사전에 마련해 놓은 이중삼중(二重三重)의 안전장치가 하나도 작동하지 않은 것에 주목한다. 해당 병원은 어느 단계에서도 포도당 수액이 사용기한이 경과한 사실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용기한이 경과한 포도당 수액 투여와 환자 사망과의 인과관계는 의료감정의 영역으로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나 법원에서 판단할 문제다. 그러나 사용기한이 경과한 포도당 수액을 환자에게 투여한 의료인의 실수는 절대 발생하면 안 되는 대표적인 환자안전사고다. 해당 병원은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자율보고를 통해 주의경보가 발령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환우회는 또 "(현행) 환자안전법에는 투약오류의 유형으로 '진료기록과 다른 의약품 투여'와 '용량 또는 경로가 진료기록과 다르게 투여', 2가지만 규정돼 있어서 사용기한이 경과한 의약품이 투여돼 환자가 사망하거나 심각한 신체적·정신적 손상을 입은 환자안전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의료기관에서 복지부장관에게 보고하지 않아도 된다"면서 "이는 입법적 흠결로 신속히 환자안전법을 개정해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