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성인 4명 중 1명만이 정상 혈당을 유지할 정도로 한국인 당뇨병 관리 성적이 낙제점 수준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 의료계의 생각이다. 때문에 생활습관을 교정할 수 있는 높은 수준의 교육이 시급히 진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 시점에서 대한당뇨병학회는 당뇨병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당뇨병 자가관리 교육의 효과'를 입증할 수 있는 연구를 진행했는데 연구 결과도 당뇨병 교육을 받은 환자들이 그렇지 않은 환자에 비해 사망 위험이 26% 감소했다.
임상현장에서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확인한 당뇨병학회는 의료현장에서 실행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들을 추진하고 있다. 환자들의 당뇨병 교육과 당뇨병 교육 커리큘럼을 만들어 지난 1999년부터 당뇨병 교육자 자격인정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전문가가 팀을 이뤄 환자를 교육하면 환자 역시 당뇨병 관리와 생활습관 교정이 되기 때문이다.
학회는 정부측에도 지속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왜 환자들의 생활습관 교정이 필요한 지, 그 과정에서 교육이 왜 정부의 지원을 통해 이뤄져야 하는지를.
김난희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내분비내과 교수와 조재형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가 대한당뇨학회 교육위원 자격으로 제약바이오기자단과 당뇨병 관리와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당뇨병 관리를 위해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김난희 교수 : 당뇨병 치료의 근간, 즉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생활습관조절이다. 먹는 것, 운동하는 것, 규칙적으로 생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이후에도 당뇨병 관리가 안될 때 약을 추가하는 것이다.
생활습관조절이 중요한 이유는 혈당이 시시각각 변화하기 때문이다. 무엇을 먹느냐, 어떻게 행동하느냐, 잠을 얼마나 잤느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느냐 등에 따라 혈당이 시시각각 변화하기 때문에 자기관리가 중요하다. 환자의 혈당 관리를 의사나 간호사가 24시간 따라다니며 조절해 줄 수는 없기에 환자의 실제 행동이 변화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이 필요한 것이다.
우리의 목표는 환자가 스스로 혈당을 재고, 적정한 지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하면서 혈당의 목표에 따라 운동을 해야 할 지 아니면 의사에게 약을 더 늘려달라고 해야 하는지를 스스로 판단하는 행동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드리는 것이다.
그래서 과거에는 당뇨병 교육이라 했지만, 이제는 ‘자기관리 교육’이라고 한다. 자기관리가 가능하도록 능력을 함양시켜주는 것이 근간이다.
여러 연구로 당뇨병 교육의 효과가 보고되고 있지만, 42개 연구 1만 3000명에 대한 메타분석결과 당뇨병 교육을 했을 때 당뇨병 환자의 사망률을 26%까지 줄여주는 것으로 보고됐다. 교육이라는 것이 눈으로 보기에는 약을 쓰지 않아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여도, 어마어마한 수치다. 이처럼 교육은 간과할 수 없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교육의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질이 담보되어야 하나?
김난희 교수 : 대한당뇨병학회에서는 교육위원회를 통해 당뇨병 교육자를 양성, 전문가를 키우는데 힘을 쏟고 있다. 대상 직군은 의사와 간호사, 영양사로 사회복지사나 운동처방사도 있다.
당뇨병 교육자들은 당뇨병 교육에서만 2000시간 이상의 실무 경험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자격을 갖춘 사람들이 시험을 통과하면 자격증을 수여한다. 학회는 당뇨병 교육 자격증을 가지신 분이 의사 포함 3명 이상이어야 당뇨병 교육 인증병원으로 인증한다. 2023년 기준 당뇨병 교육 인증병원으로 지정된 기관은 총 8개이며, 이 중 60개의 병원에서 교육인증병원 현판식을 진행중에 있다.
-현재 당뇨병 교육의 문제는?
김난희 교수 : 2,3차 병원의 당뇨병 교육과 1차 병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만성질환관리제의 컨셉이 다르다는 점이다. 일테면 당뇨병 교육은 인정 비급여 수가이고 교육 횟수도 1회만 가능하게 설정돼 있다.
당뇨병 교육은 1대 1 교육도 중요하지만, 그 보다는 의료진의 조직적인 관리가 중요하다. 의사와 간호사, 영양사가 함께 모여 환자의 니즈와 문제를 파악해서 각자의 영역에서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일단 당뇨병 교육을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할 수 있도록 횟수를 풀어줘야 하고, 필요에 따라 영양사나 간호사, 운동처방사 등 직역별로도 나눠서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당뇨병 환자의 특성이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환자에 따라 교육 횟수와 강도를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1형 당뇨병, 다회 인슐린 주사를 맞는 2형 당뇨병과 연속혈당측정기(CGM)을 쓰는 사람들에게는 더 자주 교육할 수 있도록 하고, 식사에서 탄수화물양 계산, 인슐린 용량조절, CGM 사용법 등도 교육 가능하도록 교육 난이도에 따른 개별적 수가가 매겨져야 한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지금처럼 비급여가 아니라 급여를 적용하는 것이다. 특히 지방에서는 환자들이 교육비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급여화를 바라고 있다. 비용을 받지 못하면 교육에 전담인력을 둘 수 없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에게 가게 된다.
조재형 교수 : 당뇨병은 다른 만성질환과 달리 교육이 필요한 질환이다. 아무리 좋은 약이 나온다 하더라도 당뇨병은 지속적으로 관리하기가 어렵다. 약을 강하게 써서 좋기만 하면 다행인데 저혈당이 올 수 있고, 먹는 것의 영향도 크고, 무엇보다 사람의 행동을 바꾼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그래서 환자에 대한 교육이 중요한데, 교육을 전담할 간호사(코디네이터)를 뽑으면 인건비를 감당하기 어렵다. 코디네이터 인건비를 감당하려면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제 시범사업에서 300명 이상을 등록해야 한다.
한 단계 더 들어가면 공단에 교육 여부를 증명하는 것도 쉽지 않다. 일차의료만성질환 관리사업에 참여하는 환자 한 명을 등록하는데 20분 이상이 소요된다. 교육은 사라지고 증명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하는 것이다.
심지어 교육을 얼마나 열심히, 얼마나 잘했는가는 평가항목에 들어있지 않다. 예를 들어 인슐린을 투약하거나 많은 약제를 복용함에도 조절이 잘 되지 않는 환자는 보다 집중적인 교육이 필요한데, 지금과 같은 일차의료만성질환 관리 사업의 체제에서는 그 취지와는 다르게 당뇨병 정도가 심하지 않은 사람을 주로 등록하는 것이 수월하고 반대로, 더 많은 교육이 필요한 사람은 오히려 등록에서 소외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당뇨병 환자라고 해도 다 똑같지는 않다. 인슐린 분비량도 다르고 합병증도 다르다. 특히 인슐린을 써야하는 환자라면 중증이라고 봐야한다. 당뇨병 치료제 1, 2개로 조절이 되는 환자라면 일반 의사가 볼 수 있도록 하되, 조절이 어려운 중증의 환자들은 당뇨병 전문가가 보도록 하고 수가에도 차등을 둬야 한다. 구분하지 않고 섞어버리면 중증 환자가 갈곳이 없는 상황이 된다.
차등하는 조건이 너무 많으면 복잡하겠지만, 최소한 약을 3가지 이상 쓰거나 인슐린을 투약하는 환자, 초진 환자 등 집중적인 괸리가 필요한 환자는 조금 더 큰 수가를 청구할 수 있어야 한다.
-의사와 환자간 소통에 도움을 주는 플랫폼 '닥터바이스(Doctorvice)'가 나왔다. 소개를 부탁드린다.
조재형 교수 : 닥터바이스는 의사가 중심이 된 헬스케어 플랫폼으로 3000여 가지 교육 콘텐츠를 환자의 다양한 유형에 맞춰 기성복처럼 만들어 환자가 찾아오면 유형에 따라 필요한 자료를 교육 프로그램에 맞춰 제공한다.
교육은 환자와 함께 화면을 보면서 할 수도 있고, 프린트물이나 메신저로 제공할 수도 있으며 환자가 앱을 설치하면 그 앱으로 전송할 수도 있다.
여기에 환자가 직접 작성하는 설문이나(Patient Reported Outcome, PRO), 환자의 의료기기가 제공하는 정보를 연결할 수도 있어서 의사는 이러한 데이터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으며, 이러한 정보를 바탕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EMR과 연동해 (공단 청구를 위한) 증빙자료도 제출할 수 있어 증빙을 위해 낭비되는 업무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닥터바이스는 KIMES 2023(국제 의료기기ㆍ병원설비전시회, 3월 23~25일 코엑스)에서 전시할 예정이며, 4월 1일부터 시범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1차 의료기관에서 사용하고 있는 의사랑과 연동되기 때문에 비용부담은 크지 않을 것이다.
-당뇨병 교육과 관련해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김난희 교수 : 교육시스템 개발 시 처음부터 정부의 컨택 포인트가 학회였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당뇨병 교육 자료는 당뇨병학회, 당뇨병교육간호사회, 당뇨병교육영양사회와 함께 공동으로 제작하였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당뇨병 학회에서 인증하는 교육자는 2000시간 이상의 실무 경험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실무 경험이 없는 사람도 몇시간만 수강하면 만관제의 케어코디네이터로서 활동이 가능한 상황이다. 기존에 당뇨병 환자를 많이 보지 않던 케어코디네이터는 매우 다양한 당뇨병 환자의 상황에 대한 정확한 설명 및 대처가 불가능하다고 생각된다.
현실적인 문제로 케어코디네이터를 운영할 수밖에 없다 하더라도, 당뇨병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부분은 당뇨병학회가 주도적으로 할 수 있도록 했으면 한다.
당뇨병학회에 교육 컨텐츠도 많아서 이를 활용해도 된다. 꼭 필요한 만큼은 갖춰서 어느정도 수준은 되도록 해야 한다. 교육의 질을 잘 만들려면, 당뇨병학회가 오피니언 리더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