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민 수석전문위원, 이정문 의원 약사법개정안 검토
위해 의약품 회수 때 발생하는 비용을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급여 대상에 포함시키려는 입법안에 대해 주무부처와 제약단체들이 난색을 표한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약사단체는 찬성 입장을, 의사단체는 찬성을 전제로 문구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사실은 더불어민주당 이정문 의원이 대표 발의한 약사법개정안에 대한 이지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의 검토보고서를 통해 확인됐다.
8일 보고서를 보면, 이 의원 개정안은 발사르탄 사건과 같이 위해 가능성이 발생해 의약품을 회수할 때, 재처방·재조제·교환 등에 따른 건강보험 및 요양기관 발생비용과 환자 부담비용에 대해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급여를 지급하도록 근거를 마련하는 게 주요내용이다.
이에 대해 주무부처인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약품 위해사고 발생을 대비하고 국민건강의 보호에 이바지하려는 입법 취지에 공감한다"면서도 "위해 의약품의 회수는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제도와는 그 목적 등 성격이 다른 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개정안과 같이 위해 가능성이 발생해 의약품을 회수하는 등의 경우는 의약품의 안전관리와 관련된 사고인데,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 제도는 정상적으로 의약품을 사용했는데도 예기치 못하게 발생한 부작용으로 입은 피해를 보상하기 위한 것"이라며, 신중 검토 입장 배경을 설명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와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 또한 반대 입장을 내놨다.
두 단체는 "개정안의 '의약품의 위해 가능성'이라는 표현은 그 의미가 모호해 전문적·과학적 판단 하에 인과관계 등을 분석해 보상 여부를 결정해온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 사업과 부합하지 않고, 불순물이 혼입된 의약품 등에 대해 동 사업의 재원을 사용하는 것은 제도 목적에 반하며, 해당 사업의 재원은 한정돼 있으므로 본래의 적용 대상인 중증 부작용을 겪은 환자들이 충분히 보상받지 못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이와 달리 대한약사회는 "위해 의약품의 재처방·재조제에 따른 건강보험 발생비용과 환자 부담에 대한 지급 규정의 미비로 인해 약국 약제비 정산이 지연된 사례가 있으므로 의약품 위해 사고 발생 시 제도적 대응 범위를 규정하고 사고수습을 위한 정부의 책임을 설정함으로써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개정안에 찬성한다"고 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의약품 안전사고 발생에 대비해 개정안과 같이 피해구제 제도를 마련하는 것에는 찬성하나 세부적인 문구에 대해서는 신중한 조율이 필요하다"고 했다.
구체적으로는 "모든 의약품은 인체에 위해를 미칠 가능성이 있으므로 ‘의약품의 위해 가능성’이라는 표현은 명확하지 않고, 약물 이상 반응과 피해의 인과관계를 판단할 때 위해 정도와 관계없이 피해구제 범위가 과도하게 확대될 여지가 있다"고 했다.
이어 "'재처방·재조제, 교환 등에 따른 환자 부담비용'이 환자 본인부담금만 해당되는 것인지 명확히 표시해 의약품 교환을 위해 사용한 교통비 등 여러 제반 비용의 포함 여부에 대한 혼란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이지민 수석전문위원은 검토의견에서 "위해 의약품 회수는 의약품 자체의 안전성·유효성에 문제가 있는 사실을 알게 된 경우로 무과실 책임을 기반으로 정상적인 의약품 사용에 따른 피해를 보상하는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 제도’와는 그 취지와 성격이 다르다"고 했다.
또 "‘위해 가능성’이 있는 의약품이면 모두 피해구제사업의 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그 표현이 명확하지 않아 보상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될 우려가 있으므로 의약품 사용과 부작용 간의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경우로 한정하는 등 추가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수석전문위원은 결론적으로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 제도’를 통해 위해 가능성이 있는 의약품을 회수할 때 발생하는 재처방·재조제·교환 등에 따른 건강보험 및 요양기관 발생비용과 환자 부담비용을 보전하도록 하는 것은 해당 제도의 본래 목적 및 취지와 비용 부담근거에 대한 입법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입법정책적으로 결정해야 할 사안"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