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림 의원은 약값 폭등을 원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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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림 의원은 약값 폭등을 원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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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10.31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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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논평

문정림 의원은 진정 약값 폭등을 원하는가?
- 국민과 환자들에게는 경제적인 약이 필요하다!

지난 10월 14일 국회 정기국감에서 문정림 의원은 “사용량-약가 연동제, 신약 해외진출에 큰 걸림돌, 대책마련 시급”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국내 개발 신약의 해외수출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문정림의원은 사용량-약가 연계제도가 도입되고 강화된 배경에 대해서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 2000년 국민건강보험 출범 이후, 매년 1조원씩 치솟던 약제비가 건강보험 재정을 파탄 낼 위험에 처하자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은 포지티브 리스트 도입을 포함한 약가제도의 재정비, 엄격한 임상적 유용성과 경제성 평가 하의 약가 산출을 주장해 왔다. 2006년 12월 결국 정부에서는 약제비를 통제하기 위해 ‘건강보험 약제비 적정화 방안’을 시행했지만 그 효과는 기대 이하였다. 2002년 기준 4.8조원이던 약제비가 2011년 기준 13.4조원으로 무려 3배 가까이 증가하고 전체 건강보험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2002년 25.2%에서 2011년 29.1%로 높아졌다. 무엇보다 OECD 국가들과 대비하여 보건의료비 대비 의약품 지출이 현저히 높은 부분(2009년 기준 OECD 16.9%, 한국 22.5%)은 여전히 해결되고 있지 않은 어려운 숙제이다.

사용량-약가 연계제도 또한 약제비 적정화 방안의 일환으로 시작되었다. 이 제도는 당해 예상했던 사용량보다 매출이 크게 증가한 의약품의 경우 다음연도에 일부 약가를 깎기로 한 제도이다. 호주, 프랑스, 대만, 독일이 같은 제도를 시행중이며 일본, 스웨덴, 벨기에, 포르투갈, 스위스도 유사한 제도를 시행하는 등 OECD 대부분의 국가들이 채택하고 있는 약가 절감 제도이다. 그러나 이 제도는 도입 초기인 2009년과 2010년, 대상품목 16개 품목에 재정 절감액 33억원에 그치는 등 유명무실한 제도에 가까웠다. 게다가 제도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예상 사용량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최대 인하폭을 10%에 고정시켜 사용량이 예상보다 3000%나 초과한 약제의 경우 겨우 9.4%만 인하하는 등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감사원의 지적을 받기도 했다. 제도를 더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감사 과정을 통해 드러난 것이다. 결국 정부는 작년 9월 사용량-약가 연계제도의 개선안을 내놓고 올해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그러나 국내 기업들의 수출에만 정신이 팔린 문정림 의원은 합리적인 약가제도 운영과 건강보험 재정의 견실한 운용에는 도무지 관심이 없는 듯하다. 문의원이 발표한 보도 자료에서는 이 제도가 다국적 제약회사의 가격을 억제하지 못하고 수출에 걸림돌만 된다고 언급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기존 사용량-약가 연계 대상 품목 대부분이 다국적 제약회사 제품이며 액수로 따져도 국내 제약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적다. 게다가 정부는 올해부터 사용량-약가 연계 대상이 확대됨에 따라 기존 80억원대에 불과했던 재정 절감 효과가 300억원에 가깝게 늘어날 것이라 발표한 바 있다. 때문에 USTR(미무역대표부)이 작성한 2014년 무역장벽 보고서에서는 사용량-약가 연계제도가 미국 제약기업들의 이익을 감소시키고 있다며 한국 정부에게 이를 자제할 것을 종용하고 있다. 문의원의 주장대로 이 제도를 이대로 유예하거나 어떤 형식으로든 약화된다면 가장 신날 이들은 국내 제약회사가 아닌 다국적 제약회사들일 것이다.

제약기업에 대한 특혜를 주기 위해 우리나라의 약가제도를 뒤흔드는 시도는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 여전히 수많은 환자들이 높은 병원비와 값비싼 약값에 병의원과 약국 가기를 주저하고 있으며 많은 국민들이 매년 인상되는 건강보험료를 부담스러워 한다. 건약을 비롯한 수많은 진보적인 보건의료단체들이 그동안 약가제도를 비롯한 각종 보건의료 사안에 매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신약의 등재가가 낮은 편이니 제도를 무력화해서라도 약가를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은 제약회사 사장이나 발언할 만한 내용일 것이다. 기업들의 이윤을 앞세우기보다 아픈 환자들과 힘없는 서민들을 돕는 것이 국회의원의 진정한 역할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의약품과 약가제도를 보는 문정림 의원의 시선이 좀 더 낮고 평등한 곳으로 향하길 희망한다.

2014. 10. 29.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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