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질병과 일하지 못해 '경제적 이중고'...제도보완 절실
상태바
환자, 질병과 일하지 못해 '경제적 이중고'...제도보완 절실
  • 엄태선 기자
  • 승인 2020.10.07 06: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증질환 치료시 소득없을 경우 상병수당 제도 도입 고려
전염 등 특정질환 인식 부재...사회적으로 연대통한 전환을
환자단체연합회, 6일 제1회 환자의날 제정기념 전문가 토론

국민 누구가 환자가 될 수 있다. 그만큼 질병에 있어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건강한 사람에서 질병을 걸린 환자로 불러질 때부터는 그 질병의 경중에 따라 하늘과 땅을 오가는 경제적 어려움을 경험할 수 있다. 특히 넉넉하지 못한 일반 국민이 만약 중증질환을 앓게 된다면 환자복을 입는 순간, 치료와 함께 다가오는 경제적인 부담은 그야말로 피할 수 없는 일이다.

환자들이 '아파도 걱정 없는 세상'에서 경제적 부담없이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자를 중심에 둔 제도와 정책을 주문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6일 제1회 환자의 날 제정 기념행사를 열고 환자와 전문가가 함께 참여하는 토론을 진행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6일 제1회 환자의 날 제정 기념행사를 열고 환자와 전문가가 함께 참여하는 토론을 진행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출범 10주년을 맞은 지난 6일 '제1회 환자의 날' 제정을 기념해 환자와 전문가가 참여하는 '환자의 목소리' 주제 토론을 열었다. 울산대의대 예방의학교실 이상일 교수와 의료문제를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 회장 이인재 변호사, 서울대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김 윤 교수,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 등이 참여해 의견을 나눴다.

먼저 질병으로 인한 진료비용과 중증질환시 일을 할 수 없어 발생하는 소득중단 등 환자의 경제적 부담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견해이 제기됐다.

이상일 교수는 "환자의 경제적 부담을 덜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있어야 한다"면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사각지대가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비급여의 급여화에도 불구하고 부담이 되는 환자도 존재한다"면서 "이를 위해 재난적 의료비 지원도 있지만 대상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증질환인 환자는 치료받는 기간동안 소득이 없을 수 있다"면서 "아직 우리나라에는 도입되지 않은 상병수당을 주는 제도가 도입돼야 한다. 현재 이와 관련해 정부는 뉴딜정책으로 청사진만 내놓은 상태로 안다"고 밝히고 정책 도입을 위해 환자단체가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원발성 폐동맥고혈압 환자인 성민수 씨는 "보건소에 확인한 결과, 재산이 3억원 미만의 경우만 약값 등에서 혜택을 줄 수 있다고 했다"며 재산이 없어야만 혜택을 주는 규정에도 불편함을 내비쳤다. 환자 지원에 대한 현실화된 기준 조정과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이인재 변호사도 환자의 경제적 벽, 제도적 벽에서의 차별에 대해 말을 아끼지 않았다.

이 변호사는 "왜 환자에게 제도적인 차별이 있을까에 대해 고민해 봤다"면서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경제적 차별은 있을 수 있지만 제도적 차별은 왜 있을까를 보면 건강보험 급여기준을 만들때 환자의 목소리보다는 제약회사, 정부기관, 의료계 등의 이해관계가 우선시 되다보니 환자가 배제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상식적으로 증상이 더 심한데 급여가 되지 않는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서 현재 국내 제도의 문제점이 적지 않다고 봤다. 

아울러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나가기 위해 환자단체의 지속적이면서도 함께하는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환자에 대한 국민의 인식에 대해서도 언급됐다.

중증건선 환자 오명석 씨는 "건선이 전염되는 거 아니냐. 유전되는 거 아니냐 등 가슴아픈 말을 많이 듣는다"면서 "10대부터 실제 듣어왔고 45년이 지난 현재까지 고통을 받고 있다"고 질환에 대한 잘못된 국민인식의 폐해를 꼬집었다. 이와 함께 "건선은 옮기지 않는다. 아픔을 안고 사는 젊은환자에게 배려하는 자세가 정착됐으며 좋겠다"고 바람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 안기종 대표는 "백혈병환우회에서도 전염되느냐 등의 질의가 지속적으로 있다"면서 "희귀질환의 경우 특히 많다. 성희롱이 사회전반에서 지탄을 받게된 것처럼 질병도 인식개선의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급여로 돼 있는 일부 폐동맥고혈압 치료약제의 급여기준 조정도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고 지목했다.

여기에 "환자단체가 환자들의 현장의 목소리를 모아 정부에 전달하는 노력을 끊임없이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상일 교수는 "단순히 특정 질환에 대한 사회적 인식전환에 초점을 두기보다는 국내에서 삶을 영유하고 있는 외국인 등, 다소 우리와 다른 사람들과의 함께 살아가는 방향으로의 전반적 인식개선에 나서야 한다"면서 "이를 위한 그들과의 연대를 고민하며 풀어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왼쪽부터 이인재 변호사, 김윤 교수, 이상일 교수, 안기종 대표 등이 토론을 이어갔다.
왼쪽부터 이인재 변호사, 김윤 교수, 이상일 교수, 안기종 대표 등이 토론을 이어갔다.

 

응급환자 진료거부 없애야...규제 강화와 보상체계 보완도
의료사고시 의사가 과실없음 증명하는 독일사례 고심할때

 

응급환자의 진료거부에 대해서도 말문이 열렸다.

김 윤 교수는 "응급환자의 진료거부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도 "국내는 환자를 받아놓고 치료를 못할 경우 이송하게 되며 이같은 사례는 잦은 편"이라고 현실을 직시했다.

이어 "선진국의 경우 응급환자의 진료거부를 못하도록 제도적으로 엄격하게 장치를 마련해놓고 있다"면서 "국내는 이같은 이송사례는 수술할 의사가 없거나 당직서류에는 올려놓고 실제 의사가 없어 응급환자를 볼 수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제도개선을 통해 전원을 엄격하게 단속하고 당직에 대한 건강보험 보상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면서 "그동안 해당 사항에 대해 논의는 있었으나 이에 정부와 병원이 소극적으로 입해 제도화가 되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또 "정부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개편을 논의 중"이라며 "환자와 시민단체가 대거 참여해 환자의 절박함이 이해하면서 건강보험의 정책을 수립하고자 하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의학과 경제성이 아닌 환자의 상황을 중심에 두고 제도를 개선하는 게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의료사고에 대한 의견이 제시됐다.

이인재 변호사는 "20년전에도 의료사고에 대해 의사의 과실을 환자가 증명해야 해야 했으며 현재도, 20년 후에도 그 상황은 변하기 않을 것"이라면서 "환자들은 의료분쟁으로 3년정도를 씨름하게 되고 끝나면 더이상 그 과정을 되돌아보지 않으려 한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의료사고 등이 벌어졌을 때 지금처럼 환자가 이를 증명하기보다는 반대로 의사가 의료과실이 없음을 증명하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면서 "모든 것을 의사나 의료기관에서 과실이 없다고 증명하는 제도로 가야 한다. 의료사고의 예견가능하고 회피가능이 추정된 상황이 벌어지면 입증책임조항에 따라 진행되는 독일의 민법과 같은 사례가 적용되면 된다"고 제언했다.

 

왼쪽부터 오명석, 황원재, 성민수 환자와 사회자인 김형기 아나운서가 토론에 자리했다.
왼쪽부터 오명석, 황원재, 성민수 환자와 사회자인 김형기 아나운서가 토론에 자리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