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발에 오줌 누기' 안정화 방안보다는 장기 안목서 접근
"일단 '합리적 약가'로 시장을 작동시킨다면 국내 제약기업들이 해당 약을 안 만들 이유가 없다."
일시적으로 보조금을 지원하거나 약을 구매해주는 단편적인 방식으로는 수지타산이 없는 원료의약품이나 필수의약품을 국산화하기란 쉽지 않다는 게 제약업계의 일각의 시각이다.
지난주 12일 남인순 의원과 제약바이오협회가 공동주최한 원료의약품 관련 정책토론회에서 제기된 약가 보전을 통한 원료약 자립화에 대해, 일선 제약업계는 여전히 '반드시' 정부가 수용해 제도개선을 해줘야 하는 부분임을 분명히 했다.
'합리적 약가'가 적용되지 않을 경우 해당 의약품의 시장기능이 전혀 없기에 적절한 약가를 제공해 최소한의 기능을 불어넣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당장 국내에 없더라도 해외에서 구입할 수 있는 환경이 된다고 해도 미국이나 유럽 등 세계 곳곳에서 자국화 바람이 돌고 있는 상황에서 언제든지 수출입이 막힐 가능성을 염두해야 한다는 의미다. 국민의 생명과 직결될 수 있는 필수 원료나 필수약의 경우 수입의존도를 줄여 자국내에서 생산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런 환경을 만들기위해서는 가장 직접적으로 국내 제약기업 스스로 생산해 시장에 공급하는 자생력을 키우는 밑거름, 즉 약가를 챙겨주는 방식이 현재로서는 가장 빠른 국산화의 길을 택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이와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 토론회에서 정부는 FTA 등 통상차별문제를 들어 약가혜택을 주기가 쉽지 않다는 언급을 내놓았다"면서 "하지만 미국도 자국기업이 생산할 경우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으로 안다. 통상문제를 뛰어남어 향후 국민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결코 물러설 수 없는 전재조건"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제약업계는 단편적인 보조금 지원 등에 머물지 않고 생태계를 잘 살려 기업이 움직여 국산 원료약이나 필수약을 생산할 수 있는 여건이 필요하다"며 "여타 지원책보다 약가 지원을 통한다면 작은 규모이겠지만 국내 소비량을 채운 후 남은 물량은 해외 수출이나 기부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이어 "국산원료약에 대한 약가를 현실화한다면 기업이 움직일 동력이 되고 이는 곧바로 국산화로 직결될 것"이라며 "당장 국내에 필요한 2000개의 물량을 기존 가격에 비해 3~10배의 가격을 치르며 해외에서 수입하는 방식보다는 약가를 제대로 받은 국내 기업이 1만개를 생산해 8000개를 해당 기업이 책임지고 해외판로 개척 등을 통해 해결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더 낫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눈앞의 문제 해결에 급급하는 '언발에 오줌 누기'방식보다는 장기적 안목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다.
이와함께 제약바이오협회를 중심으로 원료의약품 자립화와 관련해 정부를 상대로 약가 합리화 등을 지속적으로 설득해나갈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