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단체도 '1GDP 기준 삭제' 대안적 활용 긍정적
공개범위 제한적이어서 예측가능성은 '글쎄'
"최소값, 제약 압박용으로 활용될까" 우려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경제성평가 제출 약제 비용효과성 평가결과(ICER)를 공개한 데 대해 제약계와 환자단체는 일단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다. 국민 알권리와 약제급여평가위원회 운영의 투명성 제고 측면에서 호응을 나타낸 것이다.
하지만 공개범위가 제한적이어서 추가적인 예측가능성 확보를 기대하기 어렵고, 공개된 최소값이 제약사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도 있다는 등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거나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번 평가결과 공개를 기점으로 ICER 임계값에 대한 좀더 전향적인 고민과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먼저 이번 ICER 공개와 관련해 A제약사 임원은 비교적 길게 뉴스더보이스에 의견을 전해왔다.
그는 "우선은 드디어 비용효과성 평가 기준인 ICER 값을 정부(보험당국)가 공개했다는 데 의미를 두고 싶다. 정부가 과연 어느 정도를 비용효과적이라고 보았는지 일반인들도 알 수 있게 된 것이어서 투명성이 대폭 제고될 것으로 보여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결과값이 보여주는 시사점과 개선방향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비교약제 가격이 여러 사후관리 기전으로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기 때문에 새로 들어 오는 신약들이 비용효과성을 충족하는 게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같은 가격이라도 비교 약제 가격이 낮아짐으로 인해 ICER 값은 높아진다. 허가당국이 안전성 자료를 광범위하게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의약품 개발 비용은 점점 높아져 지금은 조단위 비용이 들어간다고 한다. 인플레나 임상을 포함한 개발 비용은 높아지지만 비교약제 가격은 낮아지기 때문에 ICER는 이를 반영해 적절히 조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2014년 이후 값을 심사평가원이 따로 공개한 이유도 정부가 탄력적으로 비용효과성을 판단하는 ICER 상한을 조정해 가고 있다는 메시지를 주고자 했던 게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항암제는 환자가 더 오래 살게 만들수록, 다시말해 생존 연한이 늘어나게 만들수록 들어가는 비용이 많아지기 때문에 비용효과성을 보이기가 어려운 특성이 있다. (따라서) 항암제의 ICER 값은 지금(2022년) 기준의 '2GDP'는 돼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런 방식으로) 경제성평가를 통해 등재되는 신약이 늘어나야 경평면제제도를 통해 평가 받으려는 신약이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상대적으로 비용효과성을 인정받은 일반약제의 ICER 값이 매우 낮은 점도 눈에 띤다. 이 부분도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B제약사 임원도 "ICER를 공개해 어느정도 가이드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본다"고 했다.
그는 "다만 우리나라는 임계값을 약물의 가치(value)보다는 보험유무를 결정하는 절대적인 잣대로 사용하는 게 유럽의 HTA 운영국가와 다른 부분인 것 같다. 학계에서 강조하는 진정한 HTA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임계값에서 벗어나더라도 필요한 약제에 대해서는 급여를 인정할 수 있는 문화가 먼저 정착돼야 한다. 유럽국가와 현저히 다른 이런 부분을 개선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으면서 다른 HTA국가에는 경평면제 규정이 없다고 비판하는 건 맞지 않다"며, 경평면제 제도 폐지나 축소를 주장하는 일각의 목소리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C제약사 임원은 "평가결과를 보면 알 수 있듯이 현재까지 5천만원을 넘는 약제는 없었다. 지난 15년간 지속적인 대체약제 약가인하로 인해 ICER 입증이 더 어려워지는 환경에서 암묵적인 '5천만원 캡'을 적용해 온 게 환자 치료제 접근성 제한에 영향은 없었는지 살펴봐야 한다. 이번 참에 ICER 탄력적용의 의미를 제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D제약사 임원도 "약제급여평가 과정의 투명성 개선 측면에서는 상당한 전전으로 보인다. 다만 공개된 ICER를 통해 신규 약제 평가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하기에는 공개된 정보 수준이 너무 제한적이다. 또 명시적인 임계값은 없다고 발표했지만 5천만원을 상한으로 ICER를 관리하고 있다는 게 사실로 확인된 듯 하다"고 했다.
E사 임원은 "일반약제 ICER가 2천만원 이하라는게 지금까지의 상식이었던 점을 감안할 때, 항암제와 희귀질환치료제가 2~3배 높은 건 고무적이지만 이는 일반약제 평가값이 상대적으로 낮은 데 기인한 것일 뿐 현 시점의 '1.5~2GDP'와는 한참 동떨어진 임계값"이라고 평가했다.
제약계 한 전문가는 우려의 목소리도 냈다. 그는 "평가결과 공개 이후 범위 중 최소값을 언급하면서 '항암제 중에 1800만원도 있다. 4천만원이면 잘 주는 거다.' 이런 식으로 (심사평가원과 제약사 간) 대화가 흘러갈 수 있다. 최대값은 제약사가 옹호용으로, 최소값은 정부가 이렇게 압박용으로 활용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했다.
그는 또 "최소한 약효군별로는 구분을 해줘야 의미가 있을텐데 이런 3개 범주로 공개되는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 물론 이제 첫발이니 앞으로 어떻게 변화돼 나갈 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한편 제약계의 여러 목소리와 달리 환자단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관망세를 보였다. 한 단체 관계자는 "환자단체 입장에서는 국민 알권리와 투명성 측면에서 볼 때 긍정적으로 본다. ICER 임계값 관련 규정이 개정('1인당 GDP 참고' 삭제)됐었는데 대안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