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에게 각기 맞는 치료제가 다르다. 치료제를 찾는 과정에서 교차투여 기회를 열어주고 완치가 가능한 줄기세포 치료 기회를 좀 확대해 주는 방안이 필요하다." 문현준 크론가족사랑회 대표
크론병은 입에서 항문까지 소화관 전체에 걸쳐 어느 부위에서든지 발생할 수 있는 만성 염증성 장질환이다. 궤양성 대장염과 달리 염증이 장의 모든 층을 침범해 병적인 변화가 연속적이지 않고 드문드문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환자들은 예측할 수 없는 면역반응 또는 염증과 사투를 벌여야 한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화장실을 찾아 뛰어나는 것은 예사고 밤새 잠 못 이루며 설사와 비슷한 증세로 화장실을 들락거려야 한다. 염증 반응에 따른 고열과 오한, 구토, 식욕 부진은 환자들에게 원치 않는 체중감량을 선사한다. 체력이 떨어지면 환자들은 약을 감내할 여력이 줄어든다. "멀쩡한 몸으로 왜 그리 골골대느냐"라는 핀잔을 수없이 들어야 하지만 정작 질환명을 말하면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과도 마주해야 한다.
"환자에 대한 인식 개선과 공감이 필요하다" 말하는 문현준 크론가족사랑회 대표와 뉴스더보이스가 지난 17일 가산디지털단지에 위치한 한 사무실에서 만났다. 환자이지만 그 역시 사회의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짬을 내기 어려운 그를 위해 인터뷰도 점심시간에 진행됐다. 귀한 점심시간을 내어 인터뷰에 나선 문 대표는 크론병 환자에게 각기 맞는 약을 찾을 수 있도록 교차 투여 기회를 열어달라고 강조했다.
최근 등장한 줄기세포치료제가 완치 가능한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1차에만 적용되는 급여 기회를 보다 확대해 달라는 목소리도 냈다. 크론병 환자들을 위한 상담과 인식개선캠페인, 화장실문화 운동까지 벌이며 밤낮없는 생활을 마다 않는 문현준 대표와 나눈 대화를 담아봤다.
-먼저 환자들을 위해 크론가족사랑회를 소개해 달라.
1998년부터 모임 활동이 시작됐다. 모임 초기는 대부분이 20대 청년으로 구성돼 있었다. 이 병이 20~30대 주로 발병되는 원인 불명의 장질환이라 대부분과 사회 초년생이 많았다. 졸업을 하고 직장생활을 하는 청년층들에게 당시 비싼 약값은 큰 부담이었다. 서로 만나 질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치료 과정에서 어떤 방법들이 좋은지를 공유하는 모임으로 시작됐다. 지금까지 모임이 진행되면서 모임 가입자 수는 1만명을 훌쩍 넘어섰다.
환우회 활동으로 대표되는 대정부 활동을 소개하자면, 에너젠 보험화(경구용 영양 치료제)를 시작으로 18세 이하 특수분유 지원, 생물학제제 보험 적용 확대(2008), 줄기세포 치료제 보험화(2014) 등이 있다.
-크론가족사랑회의 운영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
대표인 나를 포함해 5명이 주요 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회원들이 새로운 약제가 나오거나 치료방법이 나오면 질의를 많이 하는데 그런 의견들을 취합해 정부나 한국희귀난치질환연합회에 목소리를 전하고 있고 치료과정에서 힘든 점, 어려운 점 등을 공유하며 서로 어려운 점을 공유한다.
-크론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 가장 불편한 점은 무엇인가?
다른 질환은 아프면 병원에 입원을 한다든가 수술을 한다던가 뭔가 큰 이벤트가 생기는데 크론병은 언뜻 보기에 '꾀병' 같다는 것이 함정이다. 증상 악화가 되면 일단 일상생활이 힘들다. 그런데 이것을 꾀병으로 본다. 주변에서 "너는 항상 그러네" 이런 반응이 나와도 할말이 없다. 크론병에 대해 말해도 사람들이 크게 인식하지 않는다.
남들이 봤을 때 쟤는 체육시간도 열외, 청소시간도 열외, 사회 나가서는 회식도 열외, 잦은 조퇴나 월차를 쓰는 모습을 보니 일상에서 '꾀병'을 부리는 사람으로 찍힌다. 이것이 크론병 환자들이 갖는 사이드 이펙트(부작용)다.
화장실 문제도 환자들이 겪는 어려움 중 하나다. 성인인데 배변활동 때문에 실수한다는 것이 사실 시트콤에서나 나오는 일 아닌가. 이런 일들을 환자들은 일상으로 겪는다. 요즘은 개방된 화장실이 많지만 여전히 빌딩 1층 화장실은 닫힌 곳이 많다. 급한 환자들은 이럴 때 좌절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래서 화장실 배려 캠페인을 하는 것이다.
-대표님은 언제 진단을 받았나?
2003년 군대에서 복무하다 발병이 됐다. 가족이 장이 안 좋은 가족력이 있어서 크게 인지하지 못하다 졸업과 인턴생활이 겹치던 시기에 심해졌다. 하루는 퇴근길에 직장 상사와 지하철을 타고 가는데 갑자기 화장실이 급해졌다. 상사에게 말하고 지하철에 내려서 화장실을 찾는데 그 과정이 정말 너무 힘들었다. 이후 회사를 그만두고 병원에 찾아가 진단을 받았다. 크론병 지수를 측정하는 방법이 있는데 나는 기준에 맞아 진단을 바로 받았다. 다른 환자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 병원 저 병원을 전전하다 크론병 진단을 받는데 2년이 걸렸다고 하더라. 너무 늦게 진단 받아 결국 장을 거의 드러내는 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 크론병 역시 조기 진단과 조기 치료가 필요하다.
나는 다행히 초기에 발견돼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크론병 진단을 받았을 때 몸무게가 75kg이 넘었는데 진단 후 3개월 사이 20kg이 빠졌다. 열도 나고 심하게 앓다 보니 지금의 몸무게가 됐다.
-크론가족사랑회의 운영 방향이나 계획이 궁금하다.
연구지원이나 환자관련 캠페인은 대한장연구학회와 함께 하고 있다. 과거엔 크론병을 아는 선생님들이 소수였는데 이제는 크론병에 대해 대부분 알고 계셔서 환자관련 프로그램이나 활동에 대해 많은 분들이 참여해 주고 있다. 한국희귀난치질환연합회와 손을 잡고 질환에 대한 홍보와 화장실 배려 캠페인도 진행하고 있다.
-크론병 환자들을 위해 시급히 해결되어야 할 정책들이 있다면?
치료제에 대한 급여 확대 문제를 빼놓을 수 없다. 크론병 환자들은 본인에게 맞는 약제를 찾는 과정을 겪는데 교체되는 과정에서 다른 약제의 급여가 적용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 나의 경우도 생물학적제제를 사용하다 부작용이 심해 다른 생물학적제제를 쓰고 싶었지만 급여 적용이 되지 않아 면역억제제와 소염제를 쓰고 있다. 다른 생물학적제제를 사용하려면 약값으로 한 해에 300만원 이상을 부담해야 한다. 용량을 늘리면 600만원까지 올라간다. 이렇게 급여가 되지 않는 현실은 환자들을 궁지로 몰아넣는 것이라 생각한다.
한 가지를 더 말씀드린다면 줄기세포치료제의 급여 확대를 말씀 드리고 싶다. 줄기세포치료제는 국내에서 허가를 받았다. 그런데 한번 시술에 1000만원 정도가 든다. 환자들이 급여를 요청해서 1회 투여에 한해 급여가 됐지만 그 이상 확대는 어렵다고 한다.
의료진의 의견을 들어보면 줄기세포치료제는 완치라는 결과를 얻으려면 다회 투여가 전제돼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심평원은 보험 적용 근거가 없다고 말한다. 제약사측에서는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라고 하는데, 기다리는 환자들은 애가 탄다. 치료 기회 확대를 제발 긍정적으로 검토해 달라.
-정부에 줄기세포치료제 적정 투여 방안을 제시했나?
명확하게 의견을 전달하지는 않았다. 다만 고가이기 때문에 무작정 많이 투여 기회를 달라는 것은 아니다. 완치 가능성을 확인해 볼 수 있도록 적정한 투여 기회를 열어달라는 것이다. 아까 말씀 드렸듯, 크론병을 앓는 환자들은 살이 빠져서 몸에 지방이 없다. 줄기세포치료제는 자신의 몸에 있는 지방에서 추출해야 하는데 그 과정이 너무 험난하다. 정부가 치료제 급여를 확대해도 다회 투여를 할 수 있는 환자들이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인터뷰를 마무리 하려고 한다. 추가적으로 전하실 메시지가 있다면?
예전 정부에서 희귀난치질환TF를 만들어 환자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 과정에서 크론병환우회가 제시한 줄기세포치료제 급여 요청이 수용된 경험이 있다. 오늘 인터뷰에서는 희귀·난치질환 연구를 위해 슈퍼컴퓨터 도입을 제시하고 싶다. 연구의 주최가 어디이든 상관은 없다. 희귀난치질환을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슈퍼컴퓨터를 도입해 질환 연구에 단계를 업그레이드 시켰으면 한다. 그러면 환자들에게 필요한 진단시스템이나 치료제 개발도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희귀난치 질환의 치료 환경 및 인식 개선을 위한 노력에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