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비·엡킨리가 쏘아올린 '보험 제도 변화' 논의 물고 터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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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비·엡킨리가 쏘아올린 '보험 제도 변화' 논의 물고 터질까?
  • 문윤희 기자
  • 승인 2024.07.11 07: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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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암 전문가들 입모아 "신약 재정분담, 변화 시도할  때"
DLBCL, 초고가약제 '킴리아' 급여 진입 후 신약 줄줄이 급여 대기 
양덕환 교수 "개인 부담금 올리는 방안 고려해야"

"우리는 좋은 보험제도를 가졌지만 이제는 고가약제 진입이 재정부담이 되고 있다. 30년 된 보험제도를 이제는 바꿀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양덕환 화순전남대학교병원 혈액내과 교수 

"한국이 신약을 세계 최저의 약가로 도입한다는 것이 자랑거리가 돼선 안된다. 싸게 약을 들여왔다는 것은 결국 우리나라에서 임상 등 연구 투자를 하지 않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가다가는 우리나라 신약이 안 들어오는 방향으로 갈 것이다." 김진석 세브란스병원 혈액내과 교수

급속도로 신약의 진입이 가팔라지고 있는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Diffuse Large B Cell Lymphoma, 이하 DLBCL) 영역에 신약 진입이 줄줄이 예고된 가운데 관련 학회 교수들이 보험 재정 운영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혀 주목된다. 

초고가 약제 킴리아를 비롯해 이중항체치료제 컬럼비, 엡켄리 등의 연간 치료비용이 2~3억에 달하고 있어 현재의 재정 부담으로는 신속한 급여 등재가 어려워 환자 본인부담금을 올리거나 펀드를 활용하는 등 제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양덕환 화순전남대학교병원 혈액내과 교수(대한혈액학회 림프종연구회 위원장)은 10일 진행된 한국애브비 엡킨리 허가 기자간담회에서 작성한 듯 "최신 의학 중 가장 빨리 신약이 적용되는 분야가 림프종이지만 고가 신약이 진입하는데 우리의 보험제도가 하나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운을 뗐다. 

그는 "고가 약제들이 효과는 좋은데 재정 부담으로 (환자 치료 시 )선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보험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양 교수는 "림프종은 혈액암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병으로 고령화에 따라 (환자 발생)빈도 역시 높아지고 있다"면서 "CAR-T 치료제나 이중항체치료제를 환자가 100% 부담하려면 너무 고가이고, 암환자 5% 본인부담을 적용하면 보험재정에 너무 부담이 된다"고 문제를 짚었다. 

양덕환 교수는 대한혈액학회 림프종연구회 위원장으로 고민하는 부분을 이날 기자회견에서 허심탄회하게 풀어냈다. 

그는 "현실적으로 국내 제약사에서 이런 약제를 만들 수 없어 (해외에서)제조사로부터 사와야 하는 상황이"이라면서 "환자 부담을 높이고 정부도 절반 부담하는 형식으로, 선택적으로 부담을 하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정부, 제약사, 학계 모두 모여 (보험 제도 변화에 대한) 논의를 전개해야 할 때"라면서 "접근하는 방식을 다양하게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DLBCL에 사용되는 킴리아의 경우 3억원대에 달한다. 이중항체치료제로 신약인 한국 로슈의 컬럼비와 엡킨리는 글로벌 시장에서 2~3억원대 약가를 형성하고 있다. 

양덕환 교수는 "이제 보험제도는 새로운 시스템을 적용해야 할 때"라면서 "약제 비용이 높지 않았던 30년 전 만든 의료제도를 고가의 신약이 줄지어 출시되는 지금 시점에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고가' 항암제·희귀약제, '펀드' 운영으로 해결책 찾아야

김진석 세브란스병원 혈액내과 교수(대한혈액학회 다발골수종연구회 위원장)은 보험 당국의 낮은 약가 정책이 결국은 '코리아 패싱'과 산업 전반의 투자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진석 교수는 "우리나라는 제일 싸게 약을 공급하고 있다는 것을 자랑하는데, 이렇게 지속해서 약가를 낮추게 되면 약이 안들오게 될 것"이라면서 "이렇게 되면 임상이나 연구 투자를 하지 않게 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저가의 약가를 책정하는 것은 결국 우리나라 의료를 망치는 일"이라면서 "우리나라 약가를 다른 국가들이 참고해 약가를 결정하기 때문에 신약의 도입이 오히려 늦어지거나 안들어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교수는 대안으로 영국과 미국 등 선진국에서 운영하는 '펀드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영국은 캔서펀드가 있고 미국은 희귀약 펀드 등을 만들어 일정 규모에서 필요한 약제를 우선적으로 공급한다"면서 "희귀질환이나 암에 대한 펀드 운영을 고려해야 할 때"라고 언급했다. 

이날 김 교수는 암질환심의위원회 등 전문가 그룹이 모여 신약의 도입 유무를 결정하는 회의에서 혈액암 전문가들이 배제되고 있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암질심 등 약제 평가를 위한) 회의에서 혈액암 전문가를 배제한 채 약제 도입 논의를 비전문가들이 협의해 진행한다"면서 "이런 식의 회의를 통해서는 절대 좋은 정책이 나올 수 없다"고 못 박았다. 

관련해 대한혈액암학회와 대한조혈모세포이식학회는 지난해 1월 암질심 내 '혈액암위원회' 신설을 심평원에 제안했으나 수용되지 않았다. 

당시 학회는 "암질심 위원회 참석자는 심평원 실무자와 고형암 전문의(6~8명), 혈액암 전문의(2명)으로 구성돼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암질심 위원장 역시 고형암 전문의가 맡고 있으며, 위원회 구성 역시 고형암 전문의가 압도적으로 많아 약제에 대한 심의가 고형암 전문의 의견으로 결정되는 구조"라고 비판한 바 윘다. 

이후 심평원은 암질환심의위원회 위원을 임상전문가 중심으로 개편하는 작업을 추진한 뒤 올해 3월 10기 암질심 위원으로 40명을 선정했다. 임질심 위원장에는 임호영 서울삼성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를 선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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