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단체, 법상 진료거부 명시화?..."응급실 뺑뺑이 해결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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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단체, 법상 진료거부 명시화?..."응급실 뺑뺑이 해결부터"
  • 엄태선 기자
  • 승인 2024.09.19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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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입장문 발표

환자단체가 정부의 '응급의료법'상 진료거부의 정당한 사유 지침 발표와 함께 응급실 뺑뺑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응급환자 수용의무 관련 지침도 발표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이하 연합회)는 19일 '정부의 '응급의료법'상 진료거부의 정당한 사유 지침 관련 입장을 발표하고 이같이 강조했다. 

연합회는 "보건복지부는 추석 연휴가 시작되는 지난 9월 13일 안전한 응급실 환경을 조성하고 원활한 응급의료 체계를 유지하기 위해 '응급의료법상 진료 거부의 정당한 사유 지침’을 배포했고, 16일(월) 보도자료를 통해 이러한 사실을 대외적으로 알렸다"면서 "해당 지침에서는 진료 거부의 정당한 사유로 '환자·보호자의 폭행, 협박 또는 장비 손상 등 응급의료종사자가 정상적인 의료행위를 할 수 없도록 방해하는 경우'와 '통신·전력의 마비, 인력·시설·장비의 미비 등 응급환자에 대하여 적절한 응급의료를 행할 수 없는 경우' 등을 들고 있으나 예시로 든 사유들은 지침이 없더라도 '응급의료법' 제6조 제2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 수 있는 상식적인 수준의 내용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정당한 사유의 예시로 든 '응급의료기관 인력, 시설, 장비 등 응급의료 자원의 가용 현황에 비추어 응급환자에게 적절한 응급의료를 할 수 없는 경우'는 판단의 명확한 기준이 없고, 이를 판단하는 주체도 정해져 있지 않아 또 다른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면서 "지난 2월 19일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이탈한 인력이 보충되지 않는 한 우리나라 수련병원 대부분은 응급환자의 진료를 거부할 수 있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결국 이번 지침은 정부가 전공의 집단사직과 추석 연휴로 의료진이 부족한 현재 상황에서는 응급환자 진료를 거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응급의료기관에 한 번 더 확인시켜 주는 성격의 지침으로밖에 이해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연합회는 응급의료법 제6조 제2항에서는 '응급의료종사자는 업무 중에 응급의료를 요청받거나 응급환자를 발견하면 즉시 응급의료를 하여야 하며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부하거나 기피하지 못한다'라는 응급의료 거부금지 의무를 규정하고 있고, 응급의료법 제48조의2 제2항에서는 '응급의료기관의 장은 응급환자 수용능력 확인을 요청받은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응급의료를 거부 또는 기피할 수 없도록 응급의료기관의 응급환자 수용의무를 규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응급의료법에서 '정당한 사유'의 구체적인 내용을 명시하지 않고 법원의 최종 판단이 필요한 '정당한 사유'로만 규정해 응급의료를 거부할 수 있고, 수용을 거부할 수 있도록 한 취지는 응급의료기관은 응급환자에 대해 원칙적으로 진료 거부나 수용 거부를 하면 안 되고, 예외적으로만 진료와 수용을 거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면서 이는 응급의료기관은 가급적 응급환자를 수용하고 진료하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연합회는 "현재 의료진과 병상 부족이 응급의료기관의 진료거부 사유로 가장 많고, 이에 따라 골든타임 이내 모든 응급의료기관이 수용곤란 상황이 되었을 때 ‘응급실 뺑뺑이’가 발생하고 있다"이라면서 "이번 추석 연휴에도 의료진 부족으로 응급의료 공백이 더욱 커질 것이고, ‘응급실 뺑뺑이’로 응급환자들이 구급차를 전전하며 생명까지 위태로운 상황에 빠질 것이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이었다면 정부는 응급환자 진료거부의 정당한 사유를 지침으로 발표할 것이 아니라 ‘응급실 뺑뺑이’ 상황에서도 응급의료기관이 응급환자를 수용해 치료함으로써 생명을 살릴 기회를 제공하는 지침을 만들어 발표하는 것부터 먼저 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회는 2019년 10월 9일 119구급차로 심폐소생술을 받으며 양산부산대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로 이송 중이던 만 4세 김동희 어린이는 도착 5~6분 전 수용거부를 통보받았다면서 119구급대는 어쩔 수 없이 오던 길을 돌아 22분 만에 부산동아대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에 도착했지만, 동희는 뇌사에 빠졌다가 결국 사망했다고 사례를 들었다. 또 동희 부모는 아들과 같은 제2의, 제3의 억울한 사건이 더는 발생하지 않도록 해 달라며 국회와 정부에 응급의료기관의 응급환자 수용의무 법제화를 호소했었으며 이러한 노력으로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국회의원이 대표발의한 “응급의료기관의 응급환자 수용의무와 수용 불가능 시 사전 통보의무 그리고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기준·방법·절차를 명확하게 법제화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응급의료법 개정안”(일명, 동희법)이 국회를 통과해 2022년 12월 22일부터 시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정부는 2022년과 2023년 각각 두 차례에 걸쳐 ‘수용곤란 고지 관리체계 마련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해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48조의2 제3항에서 보건복지부령으로 위임한 응급의료기관의 응급환자 수용의무와 수용 불가능 시 사전 통보의무 그리고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기준·방법·절차 관련 ‘응급환자 적정수용 관리체계’를 마련하고, 이에 따른 ‘응급실 수용곤란 고지 관리 표준 지침안’ 마련을 위한 사회적 논의를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또 2022년 첫 번째 협의체에서 논의한 ‘응급환자 적정수용 관리체계’ 관련 시행령과 이에 따른 ‘응급실 수용곤란 고지 관리 표준 지침안’을 의료계의 반대로 발표하지 못했고, 2023년 의료계의 의견을 반영해 보완한 두 번째 협의체에서 논의된 내용도 의료계의 반대로 아직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응급실 수용곤란 고지 관리 표준 지침안’에는 인근 모든 응급의료기관이 응급환자를 수용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있어서 ‘응급실 뺑뺑이’ 상황이 발생했을 때의 해결방안도 포함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연합회는 "개정 응급의료법이 시행된 지 약 2년이 되어가지만, 아직까지 ‘응급환자 적정수용 관리체계’ 관련 시행령과 ‘응급실 수용곤란 고지 관리 표준 지침안’은 발표되지 않고 있다"며 "의료계에서 ‘응급환자 적정수용 관리체계’ 관련 시행령과 ‘응급실 수용곤란 고지 관리 표준 지침안’ 내용 모두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면 반대하는 내용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다시 해서라도 신속하게 발표하고 시행해 “응급실 뺑뺑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재차 역설했다. 

무엇보다 "인근 모든 응급의료기관이 중증 응급환자를 수용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있어서 ‘응급실 뺑뺑이’ 상황이 발생했을 때 권역응급의료센터 또는 119구급상황관리센터나 중앙응급의료센터 상황실로부터 응급환자에 대한 진료를 요청받은 응급의료기관은 응급환자를 수용하고 응급의료를 제공하도록 해야 한다"며 "의료계는 의료사고 발생 위험이 크고 이로 인한 형사책임까지 부담해야 한다며 반대해 왔다. 이에 대해 환자단체연합회는 모든 응급의료 관련 의료사고에 대해 형사책임을 면책할 것이 아니라 인근 모든 응급의료기관이 응급환자를 수용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있어서 ‘응급실 뺑뺑이’ 상황이 발생했을 때 중증 응급환자를 수용해 일어난 의료사고에 한 해 응급의료종사자의 형사책임을 묻지 않아야 한다는 의견을 2023년 협의체 회의에서 보건복지부에 전달했었다"고 그간의 노력을 밝혔다. 

연합회는 끝으로 "국회와 정부는 골든타임 내 인근 모든 응급의료기관이 수용곤란 상황 시 인력·시설·장비 상황이 가장 좋은 권역응급의료센터 또는 119구급상황관리센터나 중앙응급의료센터 상황실에서 지정한 응급의료기관에서 사회적 합의를 통해 마련된 일정 중증도 수준 이상의 중증 응급환자를 의무적으로 수용하고, 수용 후 발생한 의료사고에 대해서는 형사책임을 필요적 감면하고 재정적·행정적 지원을 할 수 있는 입법적·제도적 조치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한국백혈병환우회, 한국GIST환우회, 한국신장암환우회, 암시민연대,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한국건선협회,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한국신경내분비종양환우회, 한국PROS환자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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