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희 교수 "이 보다 더 나은 데이터 나올 수 없어"
임석아 교수 "현실은 스탠다드 항암요법도 보험 안되는 상황" 지적
"KEYNOTE-522 연구는 심평원이 추가 자료를 요청하더라도 더 이상 가져올 데이터가 없을 정도로 이상적인 결과를 보였다. 현실적으로 더 나은 데이터를 만들기 어려운 상황이다." (박연희 서울삼성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올해 9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최된 유럽유럽종양학회 연례학술회의(ESMO 2024)에서 삼중음성유방암을 다루는 의사와 그 환자들에게 최대 과제인 '완치 가능성'을 연 데이타가 발표됐다.
주인공은 MSD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성분 펨브롤리주맙)였는데, 고위험 조기 삼중음성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3상 KEYNOTE-522 연구에서 병리학적 완전관해율(Pathological Complete Response, pCR), 무사건 생존율(Event-Free Survival, EFS), 전체생존율(Overall Survival, OS)까지 이전보다 개선한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KEYNOTE-522는 고위험 조기 삼중음성 유방암에서 1년(17사이클)간 진행된 키트루다 수술 전후 보조요법의 치료 효과를 평가한 연구로, 치료 경험이 없는 2기 또는 3기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 1,174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연구에서 키트루다는 pCR이 64.8%로 나타나 대조군의 51.2%에 비해 13.6% 높았다. 5년 전체생존율은 키트루다 86.6%, 위약 81.7%를 보이며 사망위험을 34% 감소시킨 결과를 보였다.
무사건 생존율 역시 키트루다 81.21%, 위약 72.2%로 나타나 사건 발생 또는 사망의 위험이 35% 더 낮은 것으로 관찰됐다.
다만 pCR 달성 여부에 따라 결과치는 달라졌는데, pCR을 달성한 환자 전체생존율은 키트루다군 95.1%, 위약 94.4%(HR=0.69, 95% CI 0.38-1.26)로 차이가 적었던 반면, pCR을 달성하지 못한 환자에서는 71.8%와 65.7%로 격차를 보였다.
이 같은 연구 결과를 재조명 하기 위해 한국MSD는 '키트루다, 삼중음성유방암'을 주제로 한 미디어 세미나를 지난 24일 개최했다.
이날 연자로 참여한 임석아 서울대학교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삼중음성유방암은 치료가 어렵고 공격적인 유방암으로 진단 후 2~3년 이내 원격 전이가 높게 나타나며 전이시 생존기간은 표준 항암치료로 9~17개월에 불과하다"면서 "조기 삼중음성유방암에서 완전관해(CR) 도달은 치료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삼중음성유방암은 pCR이 일어나지 않으면 생존 곡선이 1~2년 사이에 급격하게 떨어진다"면서 "삼중음성유방암은 다른 유방암 종류에 비해 pCR에 도달하지 못했을 때 OS가 급속하게 떨어지는 특징이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면역항암요법은 환자의 면역원성을 향싱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임 교수는 KEYNOTE-355연구를 소개했다. KEYNOTE-355은 항암제 탁센+젬시타빈+카보플라틴에 키트루다 병행한 연구로, PDL-1이 CPS 10 이상인 경우 무진행 생존율(PFS)이 기존 5.6개월에서 9.7개월로 연장됐다. OS 역시 기존 16개월에서 23개월로 연장됐다.
임석아 교수는 "전이성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KEYNOTE-355연구는 질병 진행율을 35% 낮췄다"면서도 "(우리나라의)임상현장에서는 다른 항암제와 키트루다를 추천하고 있다"고 연구와 현실의 차이를 짚기도 했다.
그는 "그러나 삼중음성유방암은 예후가 나빠 환자들에게 키트루다 투여 여부를 물으면 대부분 100대 100으로 맞겠다고 한다"면서 "환자가 비급여 가격을 감당할 수 있는지, 부작용 감수와 건강 상태 등의 요인을 고려해 처방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연희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이날 강연을 통해 KEYNOTE-522 전체 생존 데이터의 임상적 가치를 재조명하며 "연구 결과에서 펨브롤리주맙+항암화학요법 병용군의 pCR 도달률은 64.8%로, 항암화학요법 단일군의 51.2% 대비 높은것으로 나타났다"면서 "5년 생존율이 86.6%를 보이며 키트루다가 삼중음성유방암의 수술 전 보조요법에서 OS 개선을 증명했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KEYNOTE-522 연구는 심평원이 추가 자료를 요청하더라도 더 이상 가져올 데이터가 없을 정도로 이상적인 결과를 보였다"면서 "현실적으로 더 나은 데이터를 만들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이날 두 교수는 질의응답 시간을 통해 삼중음성유방암에서 급여 진입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임 교수는 "키트루다가 보유한 삼중음성유방암 적응증 중 먼저 급여 진입이 되어야 한다면 선행항암요법이 돼야 한다"면서 "다만 우리가 가진 또 하나의 허들은 항암요법(KEYNOTE-522에 투여된 항암요법-카보플라틴+파클리탁셀+독소루비신)이 보험이 되는 백본이 아니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항암요법이 우선적으로 보험이 되어야 그 이후 키트루다가 되는 것을 이야기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KEYNOTE-522가 좋은 임상인 이유는 여태 나온 삼중음성유방암 연구에서 pCR, EFS, OS까지 모두 입증한 첫 사례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석아 교수와 박연희 교수는 KEYNOTE-522가 삼중음성유방암 치료에 '완치의 길'을 열었다는 데 동의하면서도 한국 환자의 치료제 접근성은 요원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박연희 교수는 "삼중음성유방암 발병 연령대가 미국과 유럽 등은 50대 이후지만 한국은 평균 나이가 36세 중반으로 사회적 역할을 해야 하는 여성이 걸린다"면서 "암의 급여 진입 논의를 사회경제적 손실을 따지는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번 연구로 5년 생존기간이 누가 봐도 차이가 나는 것은 완치에 기여를 많이 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면서 "환자를 위해서라도 조속한 급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석아 교수 역시 "연구 결과와 달리 우리의 현실은 연구에서 진행된 항암요법도 급여가 되지 않는 상황"이라면서 "글로벌 스탠다드 케어라도 급여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키트루다 급여 진입 상황에 대해 신주현 한국 MSD 항암제사업부 본부장은 "심평원에 키트루다 재정분담안을 추가로 제출했지만 어느 암종이 암질심에 상정될 지는 모르는 상황"이라면서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긴급한 암종이 아니라는 시각이 있기 때문에 사회적인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삼중음성유방암은 에스트로겐 수용체(ER), 프로게스테론 수용체(PR)와 HER2 등 3가지 호르몬 수용체의 발현이 모두 음성인 유방암을 말한다. 전체 유방암에서 약 15~20%대 발병율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연구에서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 중 50세 미만의 비율은 36.6%로 타 유형의 유방암(24.4%)에 비해 젊은 환자군의 비율이 높은 특징이 있다.
삼중음성 유방암의 5년 상대생존율은 91%를 보이지만, 원격 전이된 환자의 5년 상대생존율은 12%에 불과하다. 그 동안 직접적인 치료제가 전무했던 삼중음성유방암에서 면역항암제인 키트루다와 표적항암제 트로델비가 등장했지만 국내에서는 두 약제 모두 급여권에 진입하지 못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