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암 환자들에게 살려면 피를 구해오라고 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 환자와 환자가족은 피를 구하는 고통에서 벗어나 투병과 간병에만 전념하고 싶다."
백혈병환우회들의 외침이다.
한국백혈병환우회(대표 안기종)는 13일 성명을 통해 백혈병-암환자의 지정헌혈 문제를 즉각적으로 해결해 줄 것을 윤성열 대통령과 조규홍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촉구했다.
환우회는 12일 오후 진행된 대한적십자사 대상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이 "일반헌혈량은 2018년 285만 유닛에서 2021년 246만 유닛으로 해마다 감소하는 반면 지정헌혈량은 2018년 1만9344 유닛에서 2021년 14만2355 유닛으로 급증했고, 백혈병·암 환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성분채혈혈소판 지정헌혈은 2018년 4437 유닛에서 2021년 3만711 유닛으로 4년간 7배 증가했다”며 환자와 환자가족이 수혈해줄 헌혈자를 직접 구하는 지정헌혈 문제를 지적했다고 밝혔다.
이날 최혜영 의원은 “2년 전 국정감사에서 지적했는데 아직도 환자들은 동일한 고통을 겪고 있다.”며 국정감사장에 스무 살 청년인 장연호 백혈병 환자를 참고인으로 불러 의견을 청취한 후 대한적십자사 신희영 회장에게 혈소판성분헌혈 활성화와 지정헌혈 제도개선을 강도 높게 요구했으며 참고인으로 나온 장연호 환자는 “백혈병 치료받는 환자에게 살려면 피를 구해오라고 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며 “환자와 환자가족은 피를 구하는 고통에서 벗어나 투병·간병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환우회는 "환자와 환자가족이 직접 헌혈자를 구하는 지정헌혈 사례는 2007년 의료기관과 전국의 혈액원이 네트워크화해서 의료기관에서 필요로 하는 성분채혈혈소판을 전국의 혈액원 헌혈의집·헌혈카페에 적절하게 배분해 채혈하는 ‘혈소판 사전예약제’ 시행으로 거의 사라졌다"면서 "문제는 지정헌혈 사례가 2016년(19,316 유닛)부터 증가하기 시작해 2017년(2만0859 유닛), 2018년(1만9344 유닛), 2019년(4만5557 유닛), 2020년(7만7334 유닛)을 거치면서 계속 증가하다가 2021년에는 총 헌혈 건수 260만4427 유닛 중에서 5.4%에 해당하는 14만2355 유닛을 혈액 부족으로 환자와 환자가족이 직접 구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고 언급했다.
이어 "백혈병·암을 처음 진단받은 환자들이 갑작스럽게 입원해 병을 받아들이기도 힘든 패닉 상태에 지정헌혈자를 구해야 한다는 의료진의 안내를 받고 병실에서 스마트폰으로 지인이나 친구들에게 연락해 백혈병·암에 걸린 사실을 알리고 헌혈을 부탁하며 피를 구해야 하는 상황은 너무 가혹하다"면서 "의료진이 알려준 기한 안에 지정헌혈자를 구하지 못한 환자나 환자가족은 위급상황이 발생할까 불안과 공포에 떨어야 한다. 의료진은 지정헌혈자 여유가 있는 다른 환자에게 양해를 구하고 혈액을 빌려서 위급한 환자에게 우선 수혈하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나 SNS에서 지정헌혈을 해줄 사람을 구하는 환자들의 안타깝고 다급한 사연들을 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상황을 전했다.
환우회는 "국내 성분채혈혈소판 채혈장비는 2022년 기준 현재 전국 총 170개 헌혈의집·헌혈카페 중 141개 헌혈의집·헌혈카페에 총 345대가 설치되어 운영되고 있다"며 "2021년 한 해 동안 지정헌혈로 채혈된 3만711 유닛의 성분채혈혈소판은 전국 헌혈의집·헌혈카페에 설치된 성분채혈혈소판 채혈장비 1대당 하루에 1개씩만 추가 채혈해도 환자와 환자가족은 지정헌혈을 통해 혈소판을 구하지 않아도 된다"고 제안했다.
또 "전국 총 170개 헌혈의집·헌혈카페 중 성분채혈혈소판 채혈장비가 설치되어 있지 않은 29개 헌혈의집·헌혈카페에 채혈장비를 1대씩 29대를 설치하고, 채혈장비 1대당 하루 혈소판성분헌혈을 3 유닛만 해도 혈소판 지정헌혈은 필요하지 않다"며 "2021년 한 해 동안 총 364,081 유닛의 혈장성분헌혈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혈장 헌혈을 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헌혈의집·헌헐카페 문진 간호사가 문진 시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성분채혈혈소판의 필요성에 대해 안내하고 혈소판성분헌혈 참여를 권유해도 혈소판 지정헌혈은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보건복지부와 대한적십자사가 2007년 ‘혈소판 사전예약제’ 시행으로 거의 사라졌다가 2016년부터 부활한 혈소판 지정헌혈 사태의 발생 원인을 제대로 파악해 대책을 마련했다면 2021년 한 해 동안 채혈된 성분채혈혈소판 26만2450 유닛 중에서 11.7%에 해당하는 3만711 유닛이나 백혈병·암 환자들이 지정헌혈을 통해 직접 구하는 상황까지 초래하지는 않았을 것이며 전형적인 직무유기"라고 비판했다.
환우회는 "‘목마른 사람이 우물 판다’는 속담처럼 무균실이나 병실에서 치료에 전념해야 할 백혈병·암 환자들에게 살려면 피를 구해오라고 하는 이 비상식적이고 비인권적인 상황을 백혈병·암 환자와 환자가족은 더 이상 침묵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 당국에 환자들이 투병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고,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을 통해 인권적 관점에서의 해결을 요구하고, WHO(세계보건기구)·국제헌혈자조직연맹 등 국제기구에도 우리나라의 비인권적인 지정헌혈 실태를 알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하면서 국정과제 110가지를 발표했다며 '국민의 안전과 건강, 최우선으로 챙기겠습니다'는 국정목표 아래 66번째 국정과제로 '필수의료 기반 강화 및 의료비 부담 완화'로 정하고, 보건복지부에 '국민 생명과 직결되는 감염병·응급·중증외상·분만 등 필수·공공의료 인력·인프라 강화를 통한 지역완결적 의료체계 구축'을 주문했다"고 소개하고 "헌혈과 수혈도 국민 생명과 직결된 필수·공공의료 영역에 속하고, 연간 수혈받은 142,355 유닛의 혈액을 치료받는 환자나 간병하는 환자가족이 직접 구해 마련하고 있다는 사실은 윤석열 대통령의 ‘국민의 안전과 건강, 최우선으로 챙기겠습니다’라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과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환우회는 이에 백혈병·암 환자들이 혈소판 헌혈자를 직접 구하는 이 비상식적이고 비인권적인 상황을 해소하기 보건복지부와 대한적십자사에 대해 다음과 같은 10가지 조처를 할 것을 촉구했다.
△전국 헌혈의집·헌혈카페 중 성분채혈혈소판 채혈장비가 없거나 부족한 곳에는 신규 설치 또는 추가 설치 △성분채혈혈소판 채혈장비가 있는 헌혈의집·헌혈카페의 평일 운영시간을 오후 8시에서 오후 9시로 1시간 연장하는 시범사업 추진 △헌혈의집·헌혈카페 토요일·공휴일(일요일, 국경일 등) 운영 종료시간을 전국적으로 오후 8시로 통일 △의료기관과 네트워크화된 전국의 혈액원간 2007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혈소판 사전예약자’를 고도화해 의료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성분채혈혈소판을 전국의 혈액원 헌혈의집·헌혈카페에 적절하게 배분해 채혈하는 환경 조성 △헌혈의집·헌헐카페 문진 간호사가 문진 시 요건을 충족하는 사람에게 성분채혈혈소판의 필요성 안내-혈소판성분헌혈 참여 권유를 제안했다.
더불어 △헌혈자가 희망하는 헌혈의집·헌혈카페에서 전체 헌혈 예약현황 실시간 확인 시스템 도입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 홈페이지에 ‘오늘의 혈액보유량’과 함께 ‘오늘의 지정헌혈 의뢰건수’도 매일 공개 △‘헌혈공가제’와 함께 평일 전혈헌혈을 하러 헌혈의집·헌혈카페를 가는 직장인에게 1~2시간 외출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헌혈외출제’ 활성화 △평일 혈소판성분헌혈을 하러 헌혈의집·헌혈카페를 가는 직장인은 1~2시간 일찍 퇴근하도록 배려하는 ‘헌혈조퇴제’ 활성화 △조기 헌혈교육 환경 조성과 채혈기관·헌혈단체·수혈단체가 함께 혈소판성분헌혈 대국민 홍보 및 교육을 요구했다.
환우회는 "첫째부터 다섯째까지의 대책은 단기간 추진이 가능하고, 이를 통해서도 백혈병·암 환자들이 혈소판을 직접 구하는 지정헌혈 문제의 해결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보건복지부와 대한적십자사는 명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