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과제로 청구액 1천억 이상 약제 집중관리
장기적으론 총액예산제 도입 고려해야
지난 3월 건강보험공단 이상일 급여상임이사 간담회에서 맛보기로 거론됐던 이화여대 배승진 교수의 사용량-약가연동 협상제도(PVA) 개선방안 관련 연구용역 결과가 확인됐다.
앞서 이 급여이사가 언급한 것처럼 청구액 규모가 큰 약제를 중심으로 사후관리(약가인하)를 강화하는 내용이 주축인데, 제도개선은 이해관계자 수용성 등을 고려해 단기, 중기, 장기로 나눠 제안됐다.
이 같은 사실은 이화여자대학교 산학협력단 소속 배승진 교수가 건보공단 의뢰로 수행한 '사용량-약가 연동 제도의 성과 평가 및 개선 방안 연구' 보고서를 통해 확인됐다.
11일 보고서를 보면, 연구진은 정책취지와 타당성(건보재정 안정화, 국민건강 증진, 합리적 제도 적용), 정책수용성(관련 인프라, 이해관계자 수용성, 법·제도적 환경) 등을 고려해 사용량-약가 연동 협상제도 발전방안을 단기, 중기, 장기로 나눠 제안했다.
단기과제에는 '유형가' 선정기준에 절대값 기준 추가, 청구액 규모에 따른 산식 차등화, 산식 차등화를 고려한 최대 인하율 상향 등이 포함됐다.
또 ▲중기과제로는 로그산식 적용, 초고재정 약제 사후관리 강화, 일시적 사용량 증가 약제관련 환급제 도입 등이 ▲장기과제로는 성분군·효능군 등 관리단위 확대, 약품비 지출관리를 위한 총액예산제 도입 등이 각각 거론됐다.
연구진은 "단기는 주로 이해관계자 간 이견이 비교적 적고 시급성이 높은 정책으로 건강보험 재정과 국민건강 측면에 있어 정책의 타당성이 높은 안으로, 중기는 이해관계자 간 이견이 크거나 수용성이 높지 않은 정책, 장기는 추후 본 제도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건보공단 정해민 약제관리실장은 간담회 당시 "제약사와 워킹그룹을 구성해 5월 중 (사용량-약가연동제도 개선과 관련한) 논의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했는데, 이 때 고려될 내용이 연구진이 내놓은 단기과제들이다.
단기 개선 과제=연구진은 "증가율 기준만 있는 ‘유형 가’에 절대값 기준을 추가하는 것을 제안한다. 현 제도의 취지가 재정 건전성 확보라고 할 때, 결국 증가율(%) 보다는 증가액에 대한 안전 장치가 필요한데 '유형가'의 경우 증가율 기준만 있어 증가율은 낮더라도 증가액이 큰 품목에 대한 적용에 한계가 있다"고 했다. 여기서 절대값 기준은 '유형나'와 '유형다'에 이미 적용되고 있는 '50억 이상 & 10% 이상 증가'를 의미한다.
연구진은 이어 "'유형 나'와 '유형다'도 증가 금액 기준을 낮춰 제도 적용 대상을 확대해 재정 절감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므로 재정영향(청구규모)이 큰 품목에 대해 산식을 차등 적용하고 차등된 산식 계수를 고려해 최대 인하율을 상향해 재정 절감 효과를 증대시킬 수 있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했다.
아울러 "현재의 제외기준(청구액 20억)을 30억~50억으로 높이면 협상의 효율성과 제도의 수용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정리하면 단기 제도 개선 방안은 선정기준 및 제외기준 개정, 산식 차등화, 최대인하율 상향으로 압축된다.
중기 개선 과제=연구진은 "청구액 증가에 따른 인하율 상향 효과를 높이기 위해 현재의 산식을 로그산식으로 변경하고, 거시적 관점의 약품비 관리를 위해 超高(초고) 재정 품목(청구액 1000억 이상, 2배 이상 증가)에 대해 집중 관리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연구진은 특히 "로그산식 적용 시 이번 연구의 시뮬레이션에서 나타난 재정절감 효과는 2019-2021년 3년간 약 1890억원으로 2021년 기준 현재의 403억원과 비교했을 때 연간 약 230억원 증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다만 "전체 약품비 대비 협상 약제의 청구액 비중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므로 포함대상/산식/인하율 관련 지속적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했다.
연구진은 또 "현 제외기준에 해당하는 산술평균가 대비 인하 정도(현행 90% 미만)를 지속적으로 낮춰서 제약사가 자발적으로 약가를 인하할 동기를 제공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했다.
아울러 "일시적 환급의 경우 일시적으로 사용량이 증가한 품목에 대한 합리적인 관리를 위해 중기로 도입하는 것을 제안한다. 환급제도(이중가격제도)는 이해관계자 별 이견이 커서 단기에 도입하기 어려우나 이해관계자 이견 및 건강보험의 취지, 제도 인프라적인 측면에서 장기적으로 그 필요성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장기 개선 과제=연구진은 "건강보험 재정이 한정돼 있음을 이해관계자가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대만의 사례를 고려할 때, 총액예산제 도입이 진지하게 고려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구체적으로는 "현 사용량-약가 연동 협상에서 관리단위인 동일제품군에서 거시적 약품비 관리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성분군, 효능군, 제약사 단위로 확장이 필요하고, 총액예산제에 기반한 사후관리 제도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면서 "먼저 약효군별 예산을 정해 총액예산제를 시작할만 하다"고 했다. 또 "이를 위해 성분별(명) 처방/최저가 대체조제 등이 같이 논의되는 것을 제안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