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촉각, 윤정부 특사경 추진 비관적 "법적 근거와 명분 약해"
근거를 중시한 건강보험 재정관리 신임 수장이 특사경(특별사법경찰관) 법제화 바통을 이어받을까.
의료계는 건강보험공단 정기석 이사장의 특사경을 포함한 중점 업무 추진 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건보공단의 특사경 법제화는 숙원 과제이다.
의원 법안 이후 국회 심의 과정에서 의료단체 반대로 번번이 좌초됐다. 현재 관련법 개정안은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사무장병원과 면대약국 등 불법요양기관 척결을 명분으로 공공기관에 수사권을 부여하는 특사경 신설 법안.
공단은 이사장 취임식 다음날인 지난 12일 보도자료를 통해 특사경 홍보전에 돌입했다.
지난 2009년부터 2021년까지 환수 결정된 불법개설기관 1698개소 중 폐업 기관은 1635개소로 96.3%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공단 측은 정확하고 신속한 수사를 통해 재정누수를 조기 차단해 보험재정 안정을 도모하는 현실적이고 근본적인 방안으로 특사경 권한을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발 더 나아가 특사경 도입으로 수사 착수 후 3개월 만에 환수처분이 가능해져 불법개설기관이 청구하는 진료비 지급을 차단할 뿐 아니라 조기 압류 추진으로 추가 재정 누수를 막을 수 있다고 단언했다. 연간 2000억원 규모의 재정 절감 효과까지 명시했다.
정기석 이사장이 특사경 추진에 동의했는지 알 수 없다.
의사 출신 정 이사장은 질병관리본부장(현 질병관리청장)을 역임한 보건전문가이다.
질병관리본부장 재임 시 방역 의료를 총괄하면서 복지부와 업무조율 중요성과 관료주의 현실을 몸소 체험했다.
의료계는 공단의 특사경 추진은 현정부에서 희망사항이라는 시각이다.
의료단체 임원은 "윤정부에서 공단의 특사경 법제화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본다. 검경 수사권 분리도 홍역을 치룬 상황에서 비공무원 조직에 수사관을 부여하는 것은 법적 근거와 명분 모두 약하다"며 "문정부에서 특사경 추진을 관망한 복지부도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단은 사무장병원 조사에 행정인력을 다수 포진시킨 상태이다.
의료기관지원실 업무는 불법개설 및 부당청구 조사 지원. 불법개설기관 조사 및 수사의뢰 그리고 복지부 특사경 지원 및 조사 등으로 명시되어 있다.
겉으로는 복지부 지원이나 법제화 시 언제든 특사경 전담부서로 전환할 준비를 하고 있는 셈이다.
정기석 이사장은 취임사에서 "신구 사업을 막론하고 모든 중요 사업에는 반드시 객관적 근거가 필요하다. 단순히 관례나 경험에 의존하는 것은 객관적 근거가 될 수 없다"며 근거중심 행정을 주문했다.
업무 파악 중인 정 이사장 책상에 특사경 도입 당위성과 효과성 등 공단의 축적된 자료가 쌓여있을지 모른다.
이사장 취임사에 포함된 불법개설기관 적발을 통한 재정 누수 차단이 특사경 추진으로 진화될지 단정하기 이르다.
의료계 중진 인사는 "근거중심 정 이사장이 특사경에 대한 자신의 소신과 조직의 생존 사이에서 어떤 혜안을 내놓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정기석 이사장은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로 오는 8월 정년퇴임을 앞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