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반, 위반, 위반"...해외약가 비교 재평가 법적 쟁점 수두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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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반, 위반, 위반"...해외약가 비교 재평가 법적 쟁점 수두룩
  • 최은택 기자
  • 승인 2023.09.25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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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태 변호사, 법무법인 세종 헬스케어 세미나서 주장
"법률유보원칙 위반 등 법적 다툼 소지만 8가지"

정부가 추진 중인 해외약가 비교 재평가가 실제 시행될 경우 예상되는 법적 쟁점이 차고 넘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법무법인 세종의 김성태 변호사가 언급한 쟁점만 8가지에 달한다. 그만큼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인데, 정부와 보험당국도 소송을 최소화하거나 소송에서 패소하지 않기 위해서는 평가기준 마련에 보다 신중을 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 변호사는 지난 22일 열린 법무법인 세종 헬스케어 세미나에서 '해외약가 비교 재평가의 법적 쟁점 및 대응방안'을 발표했다. 그가 주장하는 해외약가 비교 재평가의 법적 쟁점은 온갖 '위반'들로 가득차 있다.

구체적으로는 법률유보원칙 위반, 포괄위임금지의 원칙 위반, 근거법령 위반, 절차 위반, 과잉금지원칙(비례의 원칙) 위반, 법령이 규정한 재량권 한계 위반, 재량권의 불행사 또는 재량의 해태, 객관적 합리성을 결여한 재량권 일탈·남용 등이 그것이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해외약가 비교 재평가의 직접적인 근거 법령은 부령인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 제13조(직권결정 및 조정 등) 4항 17호다.

해당 호는 '그 밖에 외국의 의약품 허가사항, 가격 및 보험등재 현황, 임상연구 관련 자료 등을 고려해 보건복지부장관이 요양급여대상 여부 및 상한금액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라고 기술돼 있다. 

김 변호사가 주장하는 해외약가 비교 재평가의 법적 쟁점을 정리하면 이렇다.

"근거 법령 자체에 위반된다"=김 변호사는 "근거 법령에 따라 외국의 의약품 허가사항, 가격 및 보험등재 현황, 임상연구 관련 자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지 않고 외국의 약가만을 기준으로 조정하는 것은 법령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또 "17호는 보충적 규정으로 제1호~16호까지 사유에 준하는 사유가 인정돼야 하는데 외국 약가만을 사유로 삼는 건 불균형적"이라고도 했다.

아울러 "상한금액 조정 필요성이 제대로 검토되지 않거나 객관적으로 인정되지 않으면 역시 근거 법령 위반에 해당할 수 있는데, 외국 약가만을 조정 사유로 삼을 경우 이 요건을 충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의 일반원칙에 위반된다"=법의 일반원칙에는 법률유보의 원칙, 포괄위임금지의 원칙, 재량권 일탈·남용 금지, 과잉금지의 원칙(비례의 원칙) 등을 들 수 있다. 김 변호사는 해외약가 비교 재평가는 이들 원칙에 모두 위배될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우선 법률유보 원칙과 관련해서는 "복지부장관이 직권으로 외국 약가만을 고려해 약가를 인하하는 처분을 한다면 이는 결국 외국 약가만을 근거로 약가인하의 일반적인 기준을 정립하는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는 "직권조정에 대한 법률과 하위 법령 규정 체계에 비춰 볼 때 법률에서 명시해야 할 중요사항을 처분 형태로 창설하는 것과 같으므로 법률유보 원칙에 반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했다.

포괄위임 금지 원칙과 관련해서는 "외국약가를 기준으로 국내 약가를 인하하는 건 건강보험 약가 결정체계의 근간에 관련된 것인자, 국민(제약사)의 권리에 관한 핵심적 사항이므로 하위법령에 위임하더라도 법률 규정에 의해 대강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특히 어떤 국가가 참조대상 국가에 포함되는 지 여부에 의해 약가인하 여부가 실질적으로 결정되는데 이를 복지부 또는 심사평가원이 임의로 정할 수 있게 포괄적으로 위임한 것은 포괄위임금지의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했다.

재량권 일탈·남용과 관련해서는 "복지부장관이 상한금액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는 재량권 행사의 한계를 규정한 것이자, 적절한 재량권 행사를 하지 않는 재량권 불행사 내지 해태를 금지하는 규정이라고도 볼 수 있다"면서 "이를 위반해 조정 필요성을 전혀 검토하지 않거나 검토하더라도 제대로 검토하지 않는다면 이는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한다"고 했다.

특히 '인하 기준이 되는 외국 약가 산출방식의 비합리성과 가격의 가변성' 등은 객관적 합리성을 결여해 재량권 일탈·남용 소지가 크다고 했다.

과잉금지 원칙과 관련해서는 "안전성이나 유효성, 기타 어떤 면에서도 사정변경이나 인하 요인이 없고 임상적으로도 널리 처방되는 의약품을 대상으로 단기적 재정절감만을 위해 가격을 강제로 인하하는 것은 목적의 정당성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양한 약가인하 제도가 이미 운영되고 있고 청구량이 많은 경우 약가를 인하하는 사용량-약가 연동제도가 이미 존재하므로 최소 침해의 원칙에 반한다"고 했다. 

아울러 "행정목적으로 달성 가능한 공익은 실질적으로는 단기 재정 절감 뿐이고, 장기적으로는 제약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저해한다.  제약사의 이익침해가 공익에 비해 매우 심대하다"며 "협이의 비례의 원칙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김 변호사는 해외약가 비교 재평가에 대한 사전·사후 대응 방안도 제시했다. 

사전적 대응은 워킹그룹 등 제도 설정단계와 평가 진행단계에서의 대응을 의미한다. 김 변호사는 "(제도 설정단계에서) 제도를 실시하지 않는 것이 건강보험과 제약산업 측면에서 더 바람직하고 법적으로 문제 소지가 있음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 그래도 정부가 강행할 경우 최대한 업계 피해를 줄이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사후적 대응은 법적 대응(효력정지 신청 및 취소소송)을 의미한다. 김 변호사는 효력정지 신청과 관련 "환수환급법 시행 후에도 효력정지 신청이 인용될 가능성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경영상 유불리를 따져서 전략적으로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또 본안소송의 경우 "성분기반이든 품목기반이든 개별품목에 대한 약가인하 고시 형태를 취하게 될 것이므로 이를 소송으로 다투는 제약사에게만 판결의 효력이 미치게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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