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이후로도 뜨겁게 이어지던 더위가 주말 동안 내린 이틀간의 비로 순식간에 선선함으로 변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계절이 변하듯 아이의 성장 역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변화를 이어가고 있다.
엄마의 걱정과 달리 시간의 흐름에 따라 유진이의 친구 관계도 변화의 바람이 일었다. 지난 번 글에 유진이의 인간관계를 살짝 언급했는데 그 사이 잔잔한 변화가 일었다. 유진이를 자주 때리던 친구가 어느새 새로운 단짝 친구 명단에 올랐고, 절친 중 한 명이었던 친구는 이사로 이별을 하게 됐다.
유진이는 5살 때 절친이었던 유영(가명)과의 이별에도 별다른 감흥을 보이지 않았는데, 6살이 되니 유하(가명-유진이는 특이하게 절친 이름에 모두 ‘유’자가 있다!)와의 이별에는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였다. 유하는 똘똘하고 야무져서 평소에 어수룩한 유진이를 잘 돌봐주어 개인적으로 ‘똘똘이’란 별칭으로 부르곤 했는데 그런 유하가 이사로 이별을 하게 되자 유진이는 꽤 오랜 시간 동안 유하앓이를 하고 있다.
최근까지 밥을 먹다가도 “이거 유하가 좋아하는 반찬이야”라든지 장난감을 가지고 놀다가도 “엄마, 유하가 이 장난감 좋아했는데”라며 그리운 친구의 존재를 곱씹고 있다 지난주에는 바닷가에서 물놀이를 하다 돌연 “유하가 물놀이 할 때 너무 깊은 곳에 가면 안 된다고 했어”라며 아빠에게 “너무 깊은 곳으로 가면 안돼”라고 유하의 말투를 따라하며 훈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유진이는 이렇게 성장을 하면서 알게 되는 다양한 것들을 엄마에게 가르치고(?) 있다. 새롭게 원에서 배운 글자를 알려주거나, 흥미로운 책을 보게 되면 엄마에게 “이게 뭔지 알아? 이건 바로 00야~”하며 엄마를 가르친다. 엄마가 잘 모르겠다는 제스처를 취하며 “그게 뭐야”라고 묻거나 “유진이 그런 것도 알아?”라고 물으면 “아유, 당연하지. 엄마는 그것도 몰랐어?”라며 지식을 뽐내기도 한다.
요즘엔 자주 “엄마는 그것도 몰라?”라고 핀잔을 주어서 “유진아, 엄마라고해서 다 아는 건 아니야. 그리고 엄마가 모르면 잘 알려줘야지. 그렇게 핀잔을 주면 안 돼”라고 했더니 “엄마, 어른이면 이 정도는 다 알아야 하는거야”라며 점잖게 타이르기도 한다.
6살, 말 많고 까질한 홀로서기 중
유진이는 이렇게 자신의 성장을 말이나 행동으로 표현하는데 거침이 없다. 독립된 개인으로 자신을 인정해 달라는 요구가 점점 강해지고 있다. 영유아 시기를 거치며 몸이 고단했던 엄마는 이제 몸은 점차 편해지고 있지만 정신적으로 ‘시험’을 당하는 시기에 진입하게 됐다. 자기주장이 강해지고 고집이 세지는 만큼 엄마의 말도 듣지 않아 맘이 답답해지는 일이 많아지는 요즘이다. 그러나 이 역시 아이가 성장해 가는 과정임을 알기에 속으로 자신의 성장과정을 되돌아 보기도 한다.
어릴 적 말을 듣지 않거나 고집을 피우던 나를 보며 뒤돌아 한숨을 쉬던 엄마의 뒷모습이 선하다. 엄마가 지속적으로 이야기 하던 ‘참견’과 ‘조언’이 사실은 잔소리가 아닌, 결국은 나의 안전과 행복을 위한 ‘따뜻한 보살핌’이었음을 깨닫는다.
그래서 나는 나를 위로하며 곱씹는 한 구절을 ‘부모’인 독자에게도 공유해본다.
“자녀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는 당신의 삶의 조각들이, 아이가 눈부시게 자라나는 영양분이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자녀를 위한 당신의 희생은 아이를 살리고, 그 아이가 살아가는 세상을 살리는 고귀하고 아름다운 일입니다.”
유진이를 키우며 나 역시 자란다. 부모란 아이와 함께 성장하는 존재임을 육아를 하며 절절히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