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렷한 치료제 없어 정신과 약물 과다 복용과 치료제 유랑생활 필연적
3년 전 '뚜렛 증후군(Tourette Syndrome)'은 '아임 뚜렛'이라는 유튜버의 등장으로 주목을 받았다. 지속적으로 목을 꺾거나 말을 제대로 못하고 더듬거나 갑자기 고성을 지르는 그의 모습이 세간의 관심을 받으면서 '뚜렛증후군'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개선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그의 '틱 장애'는 과장된 연기에 불과했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뚜렛증후군'에 대한 대중의 관심 역시 빠른 속도로 식었다. 하지만 여전히 뚜렛증후군을 앓는 환자들은 현실 속에서 사회적 편견과 질환으로 인한 고통 속에 사투를 벌이고 있다.
뚜렛증후군(뚜렛병)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반복적으로 소리(음성틱)나 움직임(운동틱)이 만성적으로 일어나는 질환을 말한다.
틱(Tic)은 전체 아동의 10%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게 5세에서 7세 사이에 일시적인 틱이 나타나며 곧 사라지지만 틱을 경험한 아동의 10%는 만성 틱으로 발전하게 된다. 또 이들 중 1%는 가장 심한 경우인 뚜렛증후군으로 진행된다.
뚜렛을 앓는 아이들의 증상이 최고조를 찍는 시기는 10대 초중반이다. 이후 대체로 증상 호전을 경험하지만 평생 틱 증상의 악화와 완화를 경험하며 살아가게 된다. 뚜렛증후군을 앓는 아이들에게 더 큰 문제는 ADHD(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강박(OCD), 우울 등의 동반질환이 수반되는 것이다.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증상으로 인해 아이들은 학교에서 '이상하거나 특이한 아이'로 특정되고 이는 곧 낮은 자존감을 형성하는 배경이 된다. 문제는 더 있다. 음성틱과 운동틱이 악화되는 날이면 학교 출석도 쉽지 않아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적정한 교육의 기회를 놓치기도 한다.
증상이 악화되는 10대 시절 정상적인 학교생활이 불가능하지만 이를 보완하거나 대체할 수 있는 교육시스템도 전무한 상황이다. 때문에 한국뚜렛병협회는 학령기 아이들에게 장애인정과 특수교육 대상에 포함되는 방안을 제기하고 있다.
2007년 협회 설립 이후 뚜렛증후군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과 아이들의 권리 보호를 위해 '틱/뚜렛안내서' 발간, 부모/교사 교육프로그램 운영 등 다양한 사회활동을 전개한 '한국뚜렛병협회'가 이제는 환아를 위한 제도 개선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
더디지만 천천히 뚜렛증후군 환우들을 위해 한걸음 한걸음을 내딛고 있는 한국뚜렛병협회 김수연 회장을 뉴스더보이스가 지난 7일 서울 서초동 소재 한국코칭심리협동조합 사무실에서 만났다.
김수연 회장은 현재 한국코칭심리협동조합 대표코치이자 이사직을 맡고 있다. 그가 심리학 박사 학위를 받은 배경에는 자녀의 뚜렛증후군이 큰 역할을 했다. 아이가 아파서 엄마가 성장한 '성공적인' 케이스이기도 하다. 인터뷰의 시작 역시 뚜렛증후군을 가진 아이의 엄마로 살아가는 어려움을 설명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됐다.
-안녕하세요. 명함을 보니 심리학박사라는 타이틀이 눈에 띕니다.
아이가 2005~6년도부터 틱이 심해지기 시작했는데 그때는 뚜렛이나 틱에 대한 정보가 별로 없어 그냥 두고 보던 시기였어요. 그러다 부모교육을 들어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뚜렛을 주제로 한 교육은 없었어요. 그래서 ADHD나 다른 교육 프로그램이 있으면 신청해서 들었죠. 어떻게 해서든 아이를 위해 제가 뭔가를 해야 했었던 때니까요.
대체적으로 아이들은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초등학교 6학년 때 증상이 강력하게 와요. 이때를 의사선생님들은 '종합선물세트'라고 표현하시는데 엄마로써 자신감이 떨어지고 좌절감도 겪었죠.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해서 아이가 중학교 2학년이 되던 해에 심리학 석사 과정을 밟기 시작했어요. 아이와 같이 공부하면서 '뚜렛으로 인한 부모의 스트레스 대처'를 주제로 박사 학위를 받았죠. 당시에 선생님들은 뚜렛을 다스리려면 부모 교육이 100%를 차지한다고 말씀하셨는데 공부해 보니 그 말이 맞았어요.
-뚜렛을 가지고 있는 아이를 돌보는 엄마로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일까요?
예측 불가능한 예후요. 지금은 눈을 깜박이고 있는데 이러다 말겠지 하면 더 심해지는 경우도 있고 아예 다른 증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아이가 이렇게 심한 상태로 평생을 살아가게 될지, 아니면 좋아질 지를 예측할 수 없으니 그 부분이 가장 힘듭니다. 증상도 아이의 컨디션이나 장소, 스트레스 등의 영향을 받아서 들쑥날쑥합니다.
또 엄마들이 가장 힘든 '틱'으로 꼽는 것이 잇몸을 깨무는 틱인데, 치과에 가서 마우스피스를 끼거나 껌을 씹거나 하게 해도 막을 수 없어서 영구치를 잃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 연구에서 중증천식을 앓는 아이를 가진 부모와 뚜렛증후군을 앓는 아이의 부모의 스트레스 수치를 비교했는데 결과는 뚜렛증후군을 가진 아이의 부모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어요. 예측 불가능한 증상과 그 증상을 관리하는 것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심하다는 것을 보여준 연구였죠.
아이를 키우면서 힘든 점을 하나 더 꼽으라면 훈육을 해야 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가 헷갈린다는 것이죠. 의사선생님들도 이것이 틱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일상생활에서 나오는 아이의 잘못된 반응인지 뚜렷하게 답을 못해 주시더라고요.
-이제 틱을 막 경험하는 부모님들에게 조언을 하신다면요?
아이의 행동이 심하지 않을 때는 두고 보라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초등학교 1~2학년 때는 비염이나 알레르기가 같이 나올 수 있으니 지켜보면서 증상이 더 심해진다고 생각되면 소아신경정신과를 찾아서 가보시라고 말씀 드리고 싶네요.
-그러고 보니 뚜렛이라는 질환에 대한 설명을 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주위에서 눈을 깜박이거나 어깨를 들썩이는 정도의 틱 증상은 자주 보셨을 것 같습니다. 그런 증상을 보이는 것을 틱장애라고 하는데 일과성 틱장애, 만성틱장애와 뚜렛장애로 나눠집니다. 뚜렛장애는 틱장애 중 가장 심한 양상을 보이며 다양한 음성틱과 근육틱을 특징으로 하는 신경질환입니다. 투렛신드롬, 혹은 뚜렛장애라고 표현합니다.
뚜렛증후군의 발병 원인은 아직 자세히 밝혀지지 않았고 유전적, 신경생물학적 등의 요인 또는 뇌의 전반적인 네트워크 문제로 인해 발병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갑작스럽게 높은 강도와 빈도로 의도하지 않은 음성과 근육의 움직임을 보이고 스스로 조절하기 어려워서 주위사람들에게 숨길 수 없고, 틱 증상이 심한 경우 탈골이나 망막박리 등 신체의 손상이 동반될 수도 있어 환자가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매우 힘든 병입니다.
-뚜렛은 환자에게 어떤 질환일까요? 지금 말씀하신 것만 들어도 일상생활이 힘들 것 같은데요.
환자에게 뚜렛은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무언가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튀어나올지 몰라 당혹스럽게 하는 병입니다. 머리로 틱이 나올 땐 머리를 흔들거나 끄덕이고, 척추로 올 땐 척추를 앞으로 내밀거나, 인사를 하듯 앞으로 숙여야 할 때도 있습니다. 음성으로 나올 때는 욕설, 야설, 고함 등이 튀어 나오기도 합니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사랑하는 가족에게 느닷없이 소리를 지르고 나서 사과를 하기도 합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는 자신의 행동을 일부러 하는 것으로 오해할까 봐 전전긍긍하고 실제로 시비가 벌어질 수 있기 때문에 극도로 조심하게 됩니다.
초기 발병시기가 초등학교 입학 무렵과 겹치고, 증상이 극심한 시기는 초등학교, 중학교 시기와 겹칩니다. 이 시기는 삶을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공부를 하고 사람들과 잘 지내는 법을 익히는 시기입니다. 본인이 통제할 수 없는 증상으로 인해 사람을 사귀고 여러 활동을 하는데 제약을 받게 되고 학업에도 지장을 받습니다. 잘 준비되지 않은 채로 성인이 되어 직업을 갖고 유지하는 데도 지장을 받으며 가족을 이루어 살아가는데도 지장을 받습니다. 뚜렛은 한마디로 학교생활, 사회생활, 가족관계, 인간관계, 성격과 정서 발달 등 삶의 질을 구성하는 모든 영역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병입니다.
증상이 극심한데 비해 뚜렛장애는 우리나라에서 이해도가 몹시 낮은 편입니다. 특히 뚜렛의 특성상 가장 심한 증상을 보이는 학령기 아동들의 원활한 학습을 어렵게 합니다. 이는 뚜렛병 환자들의 사회 진출에 큰 어려움을 주거나 직업의 다양성에 큰 제약을 주기도 합니다.
-학령기 아동 교육과 관련해 올해 국회간담회에 참석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네. 현재 협회가 추진하는 정책은 크게 두 가지인데요, 하나가 장애진단에 관한 것입니다. 현재 뚜렛의 장애인정은 만 20세로 제한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학교생활을 하는 시기에 뚜렛 증상이 가장 악화되는 시기임에도 장애진단을 받을 수 없어 이 문제를 말하기 위해 간담회에 참석해 우리의 의견을 전했습니다.
두 번째 이슈는 뚜렛증후군을 특수교육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입니다. 운동틱, 음성틱 등 다양한 증상들이 발현되어 원활한 수업이 어려운데도 특수교육대상자의 조건에 배제돼 있어 '뚜렛증후군'을 대상에 포함시켜 달라는 의견을 내고 있습니다.
-뚜렛을 치료 과정에서 어려움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약물치료를 받는 부분에서 환자들은 많은 약제를 다량으로 복용하거나 약이 효과가 없어 다른 약제로 갈아타는 '유랑생활'을 한다는 점을 말씀 드리고 싶네요. 아직 뚜렛증후군을 치료하는 약은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에 환자들은 조현병치료제나 항경련제, 간질치료제 등을 복용하며 증상을 조절하게 됩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약물치료가 틱을 고쳐주는 것은 아닙니다. 증상을 약간 조절해 줄 뿐입니다.
뚜렛장애는 약물치료의 반응이 그리 좋지 않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일과성 틱장애나 만성틱장애와 달리 뚜렛장애의 경우 ADHD, 강박장애, 우울이나 불안 등의 동반질환이 상당히 높은 정도로 동반됩니다. 뚜렛장애의 치료는 단순히 틱 증상에 대한 조절 뿐만 아니라 동반질환도 같이 고려하면서 약물치료를 해야 할 경우가 많아 다양한 종류의 전형적, 비전형적 항정신제 약들을 많이 복용하게 되어 부작용을 경험하는 비율도 높습니다.
최대용량의 약물치료가 소용이 없는 난치성 뚜렛 장애의 경우 뇌에 전기자극장치를 삽입해서 틱 증상이 일어나는 부위에 전기자극을 주는 심부뇌자극(Deep Brain Stimulation) 수술을 하기도 합니다. 습관반전법(habit rehearsal)이라는 인지행동치료로 증상을 조절하려 하기도 하는데 아직까지는 대부분 시도되는 치료가 증상의 완화를 목적으로 할 뿐 완전히 고치는 것은 현대의학으로 불가능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한국뚜렛병협회에 대한 소개도 부탁드립니다.
한국뚜렛병협회는 2007년 창립됐습니다. 정보공유와 자조모임을 목적으로 온라인에서 활동하고 있던 뚜렛장애가 있는 자녀의 부모와 당사자들이 주축이 되어 만들어졌습니다. 협회의 필요성은 꾸준히 논의되고 있었는데 한 TV 프로그램에서 틱을 희화화한 것에 대해 회원들이 힘을 합쳐 사과방송을 요구한 것이 계기가 되어 협회의 모습을 갖추게 됐습니다.
협회는 뚜렛장애 환우의 권익보호와 사회적 인식제고, 그리고 보다 나은 치유와 생활환경 조성을 목적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주요 사업으로는 교사용 틱/뚜렛 안내서 제작·배포, 부모용 틱/뚜렛 안내서 제작·배포, 틱 안내 명함 제작·배포, 협회 소식지(바람개비) 발간, 뚜렛 가족 캠프, 부모교육 강연회, 부모자조모임과 환우자조모임, 교사 연수 참가 사례 발표 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환자단체 운영의 어려운 점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규모가 작은 다른 단체들처럼 재정적 어려움이 있습니다. 창립 당시부터 부모들과 당사자가 의사결정과 운영의 주체가 되어 일해 왔습니다. 저희는 치료환경을 더 낫게 만드는 것 외에 사회적 인식의 제고나 제도 개선, 학교 및 사회생활환경조성도 상당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의사 전문가, 홍보전문가, 법률전문가, 학교전문가, 사회복지사, 직업관련 전문가 등이 협력해 일하는 체제를 갖추게 됐으며 합니다.
-앞으로 활동 계획은 어떻게 잡고 계신가요?
올해와 내년에는 장애제도의 개선에 중점을 두고 일해 보려고 합니다. 2021년에 뚜렛장애가 장애등급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은 매우 감사한 일이지만 여러 보완점들이 많습니다. 신청연령제한의 문제와 사실상 경증장애로 한정된 부분은 실제 도움이 필요한 시기에 적절한 도움을 받는 것에 상당한 거리가 있다고 여겨집니다.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도움을 받기 위해서는 크고 작은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을 토론회, 간담회, 국정감사, 권익위원회, 인권위원회 등 여러 경로를 통해 알리려고 합니다.
-회장님의 개인적인 목표도 있으실 것 같습니다.
뚜렛장애학회나 연구회가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뚜렛장애 환우를 위해 노력하는 분들이 한 자리에서 다양한 의견을 주고 받으며 함께 논의하고 다학제로 협력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뚜렛장애 환자 당사자와 가족, 모두가 행복해 질 수 있도록 치료의 측면에서 그리고 교육적 측면에서 사회복지 측면에서 무엇이 필요한지 연구할 수 있도록 말이죠.
개인적으로는 뚜렛장애를 가진 부모들의 부모교육전문가 과정을 만들고 싶습니다. 뚜렛장애는 장애를 가진 당사자 뿐 아니라 돌보는 가족에게도 상당한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병입니다. 가장 가까운 지원자로서 뚜렛장애 환자의 부모는 심리적 지원 뿐 아니라 전문가적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발병부터 어느 정도의 완화에 이르기까지 거의 10년에 가까운 시간동안 서포트를 해야 하기 때문에 부모님들이 증상의 경중에 흔들리지 않고 울타리를 만들어 줄 수 있는 힘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그 부모들이 다른 이들을 가이드할 수 있는 전문실력을 갖추면 더욱 좋겠지요.
-인터뷰를 정리하려고 합니다. 꼭 전하시고 싶으신 메시지가 있다면?
뚜렛은 가족을 비롯해 학교생활, 사회생활 등 삶의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병입니다. 아이들이 자라나는 시기에 가장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지금보다 조금 더 편안하게 자랄 수 있도록 (정부나 사회가)도와주면 아이들이 더 잘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뚜렛이라는 병으로 움츠린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학교생활이 행복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회생활을 하는데 용기를 못내는 분들도 있어요. 그런 분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잃지 않도록 제도적인 측면과 사회적인 인식 개선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합니다. 지금보다 조금은 따뜻한 눈으로 환자들을 바라봐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