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원료약 등록대상 확대 등 건수 증가..."희귀약 등 우선 심사"
"해외에서 신약을 도입해 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높이려고 해도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너무나 많은 시일이 걸린다. 특히 신약 허가를 위해서는 반드시 GMP시설에 대한 실사가 필요한데 이를 식약처에 신청해도 오랜 시간이 소요될 상황이다. 허가가 언제될지 예상하기 어렵다."
이는 모 다국적제약사 관계자가 해외실사를 신청하려는 데 신청서를 제출해도 1년 넘게 기다려야 한다는 소식을 접한 후 식약처의 심사시스템의 개선을 주문한 목소리이다.
이 관계자는 최근 "지금 신약을 허가신청하면 내년까지 모든 해외실사일정이 꽉찼기 때문에 내후년이나 실제 실사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면서 "픽스 등의 가입으로 국내 규제기준이 국제조화를 발맞춰가야 한다는 것은 십분 이해한다. 하지만 식약처 심사인력 충원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적체된 신청건을 해소해야 한다"고 강하게 지적했다.
이어 "해외실사 건수가 많으면 이를 어느 정도 해소될 때까지만이라도 과도기적으로 팬데믹시기에 적용했던 비대면 실사를 일부 추진하는 방안도 필요해 보인다"고 제안했다.
식약처도 제약 등 업계의 이같은 애로사항을 접수받고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실사인력 등 한정된 자원으로 업계가 기대하는 신속한 GMP실사는 사실상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의약품의 경우 품질문제 등 안전성의 문제가 걸려있는 만큼 GMP실사는 의약품 허가의 필수요건이라고 밝히고 있다. 미국 등 세계 선진 주요국들도 모두 대면실사를 진행하고 있기에 이를 다른 방식으로 대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식약처 한 인사는 이와 관련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고 비대면으로 진행하던 GMP 해외실사가 대면으로 전환됐다"면서 "최근 새롭게 원료약이 등록 대상으로 확대되면서 실사건수가 크게 증가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 인사는 "인도나 중국등지에서 신규 GMP시설이 등록됨에 따라 이들 공장에 대한 실사가 많아졌다"며 "GMP실사 신청은 크게 늘었는데 이를 살필 식약처 가용인력은 한정돼 있어 어쩔 수 없이 실사일정이 지연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하소연했다.
다만 "기존 신약 등은 접수된 순서대로 실사를 나가게 되지만 희귀약이나 식약처에서 우선적으로 국내에 공급할 필요가있다는 정한 의약품은 접수순서와 상관없이 먼저 실사를 배정받게 된다"고 덧붙였다. 일명 우선심사 대상 지정 의약품을 먼저 실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해 10명의 실사인력을 기재부에 요구했지만 수용되지 않았고 그나마 인력을 더 뽑으려고 해도 모집이 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한 후 "지금 식약처의 실사는 그래도 미국이나 유럽은 기본적으로 1년 정도 걸리는 것에 비하면 우리가 더 빠른 편"이라고 평했다.
한편 식약처 GMP 사전사후관리를 위한 인력충원 문제는 그동안 줄기차게 국정감사 단골메뉴였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해외GMP실사에 대해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환자에게는 보다 빠른 신약접근성을 높이고 기업에게도 신속한 허가를 통한 시장진출, 규제기관인 식약처에게는 현실에 맞는 규제시스템을 갖춰줄 수 있는 해법이 제시될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