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아토피연합회, 아토피피부염치료제 교체 투여 급여 인정 촉구
내달 21일 ‘세계 아토피피부염의 날’ 맞아 정책토론회 개최
"약은 사용해 봐야 그 효과를 알 수 있는데 교체투여 급여를 인정해 주지 않는 것은 환자 선택의 기회를 빼앗고 치료를 더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중증아토피치료제 듀피젠트(성분 두필루맙)의 급여 진입을 위해 구성된 환자단체 ‘중증아토피연합회(이하 중아연)’는 2018년 모임 활동을 시작한 이후로 환자 권리 보호와 치료 접근성 개선에 노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중증아토피치료제 교체 투여 급여 인정을 촉구하며 다수 언론에 기고문을 보내는 한편, 다가오는 세계아토피피부염의날(9월 14일) 을 맞아 중증 아토피피부염 치료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 토론회를 21일 개최한다.
환자단체가 이처럼 환자의 목소리를 전하며 관련 정책 변화와 환자권익에 일조하는 것은 생각처럼 녹록하지 않다. 8년 전 환자단체 모임을 시작한 이후로 단체 활동의 재정 안정을 위해 고민하던 결과물도 최근 사업전개라는 실행에 나서며 시작점에 서게 됐다.
중아연 설립 이후 과제들을 하나 둘 풀어나가고 있는 박조은 중증아토피연합회 대표는 지난 5일 서경대학교 청년창업 인큐베이팅 공간 랩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듀피젠트 등장 이후, 잇따른 치료제 급여 등재로 치료제 옵션이 넓어졌지만, 자신에게 맞지 않는 치료제 사용으로 여전히 어려움을 겪는 환자들이 있다"면서 "부작용으로 치료제 투여를 포기하거나 다른 약제를 비급여로 투여 받는 환자들의 상황을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나 역시 듀피젠트 사용 이후 부작용으로 인해 전신에 발진이 나타나 꽤 오랜 시간 동안 사용에 어려움이 있었다"면서 "당시에는 치료 옵션이 듀피젠트 밖에 없어 고통을 감내하면서까지 약을 써야 했지만 지금은 환경이 달진 만큼 환자 각 개인에 맞는 치료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증아토피를 겪는 환자 개인 마다 최상의 효과를 낼 수 있는 약이 다르다"면서 "약을 사용해 봐야 그 효과를 알 수 있는데, 교차 급여를 인정해 주지 않는 것은 환자들의 선택의 폭을 줄이고 치료를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다른 약을 사용해보기 위해 힘들게 약을 다시 끊고 중증아토피를 겪으며 다시 3개월 이상을 살아가라는 것은, 환자에게 기껏 희망을 주고 도로 빼앗아가는 잔혹한 행위"라면서 "건선과 같이 치료제 교차 투여에 대한 기회를 중증아토피에도 줘야 한다"고 말했다.
박조은 대표는 이날 인터뷰에서 중증아토피연합회 향후 운영계획에 대해서도 밝혔다.
그는 "2018년 당시에는 듀피젠트가 비급여로 한 대에 100~200만원이 되는 고가 의약품“이었다면서 "치료를 위해 자비로 사용하는 과정에서 급여 진입의 필요성을 느껴 환자들과 함께 중증아토피연합회를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후로 아토피 인식개선 활동과 듀피젠트 급여를 촉구하는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며 2020년 급여라는 결과를 얻게 됐다"면서 "이후 2021년 중증아토피 산정특례 코드 신설과 유소아·청소년 급여와 산정특례, 여러 신약들의 등재를 위한 목소리를 내며 환자의 치료제 접근성 향상을 위해 꾸준히 활동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중아연은 올해부터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면서 "현재 비영리 임의단체로 7년째 운영 중인데 좀 더 원활한 운영과 자금마련을 위해 대표인 저의 돈과 일부 정부지원을 받아 새로운 사업을 진행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서경대학교 뷰티테라피메이크업학과를 졸업한 재원으로 뷰티컨설팅 분야에서 전문가로 활동하다 중증아토피연합회 일원으로 참여하게 됐다. 이후 자연스럽게 중아연 대표 자리에 올라 7년 간 활동을 이어가면서 환우회 운영에 필요한 자금 마련 방안을 찾게 됐다.
박 대표는 "7년이 넘게 연합회를 운영하면서 여러 애로사항이 있었지만 가장 힘든 것은 연합회 운영에 따르는 자금마련이었다"면서 "8000명에 달하는 환자단체를 운영하고 있지만 후원금을 강제할 수는 없어, 여러가지 방법을 모색하던 중 우리 환자들만의 제품을 런칭해 판매하자는 의견이 나와 회사를 설립해 수익금 5%를 환우회에 사용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중증아토피환자들이 피부 발전과 가려움에 사용할 수 있는 패치와 새럼을 개발, 판매하는 'AD솔루션'을 설립, 운영 중에 있다. AD솔루션은 정부지원사업에 선정돼 현재 제품화를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그는 "AD솔루션의 제품 판매 수익의 5%는 중아연에 기부될 예정으로 환우회는 보다 안정된 운영을 지속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면서 "개인적으로 정말 많은 고민과 어려움이 있었지만 중아연 활동을 그만두지 않고 지속하기 위해 새로운 선택을 했다“고 설명했다.
중아연은 이를 기반으로 2025년부터 비영리 단체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박조은 대표는 중아연 비영리 단체 변경과 AD솔루션 창업 그리고 수익의 5% 환우회 기부에 대한 계획을 지난 6월 17일 중아연 카페에 올려 공지한 바 있다.
박 대표 공지 글에 한 아토피 환자 부모는 "죄송하다. 아들이 듀피젠트 주사 이후 아토피(라는 질환의 무게)를 잊고 살다보니 발걸음이 뜸해졌다"면서 "꼭 좋은 성과 있기를 바란다"며 응원의 글을 올렸다.
다른 환아 부모 역시 "후원도 못했지만 중아연의 큰 도움을 받아 예쁜 피부를 가지게 된 아이를 보면 늘 중아연이 떠오른다"면서 "도움이 되지 못해 죄송하다. 제품을 출시한다면 꾸준한 구매로 응원하겠다"고 남겼다.
박 대표의 공지 글은 두 달 사이 78개의 댓글이 달리며 회원들의 응원을 받고 있다.
박 대표는 "개인적으로는 중아연을 운영하며 시간과 노력, 자금도 써야 했고, 저의 도움 요청으로 환우회 운영에 참여하게 된 운영진에 대한 미안한 마음도 컸다"면서 "국내에서 환자단체가 사업체를 운영해 그 일부 비용을 환우회에 환원하는 사례가 없어, 이 길이 맞나 고민도 컸지만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지금의 방법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회원 규모는 크지만 중증아토피치료제를 맞고 나서 호전된 환자들은 더 이상 연합회를 찾지 않고 있고, 자신이 중증아토피환자라는 사실도 밖으로 꺼내길 부담스러워 한다"면서 "그런 환자들의 마음도 이해한다. 그러나 여전히 중증아토피로 어려움에 처한 환자들이 있기에 중아연은 이들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토피피부염의 날, 함께하는 치유와 희망'
중아연은 1년에 한번 9월 14일 '세계 아토피피부염의 날’을 기념해 환우회 최대 행사를 연다.
올해는 중중 아토피피부염 환우들이 모여 소통하고 희망을 나누기 위해 ‘아토피피부염의 날, 함께하는 치유와 희망’을 주제로 9월 21일 드리움 8층 스카이홀에서 정책토론회와 차담회, 건강토크쇼를 잇따라 진행한다.
1부 순서인 정책토론회는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중증아토피연합회가 주최하는 행사로 '중증 아토피피부염의 치료환경 개선 방안'을 주제로 한태영 대한아토피피부염확회 보험이사가 주제 발표에 나선다.
2부 순서인 차담회는 '아토피피부염 극복을 위한 연대와 소통'을 주제로 1부 순서 토론자들이 모여 논의를 진행하고, 3부 순서인 건강토크쇼는 '중증 아토피피부염과의 동행'을 주제로 질환 치료와 산정특례제도 운영 방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된다.
박조은 대표는 "지금껏 그래왔듯 중증아토피연합회는 아토피 환자들의 올바른 치료와 아토피 질병에 대한 인식개선을 위해 활동할 것"이라면서 "이번 행사에 많은 환자분들이 참여해 함께하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인터뷰 마지막 질문으로 '환자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있냐'를 묻자 박조은 대표는 "아토피는 완치는 아니지만, 치료될 수 있다. 내가 그랬다"면서 "정확한 진단을 받고 의사선생님과 긴밀하게 소통을 이어가면서 치료하면 정상인과 같은 생활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나 역시 치료제를 맞은 뒤 직장생활을 시작했고, 결혼과 출산까지 해내며 살아가고 있다"면서 "스스로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버리지 말고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으며 꾸준한 자기 관리를 해나간다면 조절이 잘된다"고 당부의 말을 전했다.
*인터뷰의 덧
박조운 대표는 중증아토피로 유아시절부터 수많은 민간요법, 한의학 치료 등을 전전했지만 치료 효과를 보지 못하고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키는 경험을 여러 번 반복했다고 한다. 듀피젠트 허가 이후 자비를 들여 주사를 맞은 이후 극심한 부작용에 처하기도 했으나 '마지막 희망'이라는 생각에 지속적인 투여 끝에 현재와 같은 건강한 삶을 살 수 있게 됐다. 그가 치료제 선택의 기회를 환자들에게 주기 위해 '아토피치료제의 교체투여 급여 인정'을 주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더불어 박 대표는 인터뷰 초반 30분 이상의 시간을 할애하며 중증아토피를 치료하는 잘못된 방법에 시간과 돈, 에너지를 쏟아 붓는 일이 없길 바라는 마음을 간절히 전했다. 자신과 같은 피해사례가 더 이상 나오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