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3년 사이 환자 탈락율 증가, 치료 중단 환자 증가 막아달라" 호소
초고가 신약 중 하나인 척수성근위축증(SMA)치료제 스핀라자(성분 뉴시너넨)를 투약하고 있는 환자들이 최근 불안에 떨고 있다. 정부가 고가약에 대한 접근성 향상을 위해 관련 약제들에 대한 개정안을 손보고 있기 때문이다.
더 많은 고가약을 더 많은 환자에게 투약할 기회를 주겠다는 정부의 입장에 이미 투약 대상이 된 환자들이 불안에 떨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정부가 새롭게 설정하는 '기준'에 들지 못하면 더 이상 약제를 투약할 수 없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실제 스핀라자를 투약하고 있던 환자 중 심평원 심의에서 탈락돼 투약의 기회를 잃은 환자들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투약이 중단된 환자들은 대부분 심평원으로부터 '제출한 운동기능평가 결과는 스핀라자주 투여에 따른 운동기능 유지 또는 개선으로 볼 수 없다는 전문가의 의견이 있다'는 이유로 배제되고 있다며 임의로 탈락시키는 사례가 부당하다 주장하고 있다.
환자들은 "SMA는 진행성 질환임에도 기능 유지를 인정하지 않아 탈락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면서 "정부가 손을 보고 있는 개정안 내용에 SMA 투약기준이 '운동기능이 남아있는 환자'로만 국한될까 두렵다"고 말하고 있다.
뉴스더보이스는 환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 올해 초 구성된 'SMA 청년 스핀라자 공동대응 TF' 소속 정혜인 팀장을 만나 '환자들의 치료 받을 권리'를 주장하는 근본 배경과 현 문제점들을 들어봤다.
다음은 정헤인 팀장과 일문일답.
-먼저 SMA 청년 스핀라자공동대응 TF라는 조직에 소속돼 있다. TF팀에 대한 소개를 먼저 해달라.
스핀라자 급여 기준 문제로 고통 받는 모든 SMA환자들의 치료 받을 권리를 위해 결성된 임시 조직이다. 스핀라자 급여 기준 완화와 탈락자에 대한 재심의를 최종 목표로 나가고 있다.
TF는 지난 4월 20일 SMA치료제 스핀라자 급여 기준 변경과 치료 중단에 대한 목소리를 내기 위해 전장연과 함께 기자회견을 공동 주관하며 TF의 출범을 알렸다.
당시 기자회견에서 주위의 많은 청년들과 환아들이 더 이상 치료받지 못하고 퇴행의 길에 놓여 있는 상황을 알리고자 실제 환자 사례를 말씀드리기도 했다. 환자들은 심평원 심사 탈락의 이유를 일수도 알지도 못하고 치료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다. 값비싼 약이지만 환자들은 살고 싶다. 치료 기회의 폭은 좁아져 가지만, 숨 쉬고 살고 싶습다. 척수성 근위축증 환우들이 지속적으로 치료 받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말씀을 전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우리의 목소리를 낼 것이다.
-스핀라자는 투약기준은 점차 좋아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 연령제한 족쇄도 풀리는 방안을 논의 중인데.
현재 스핀라자의 급여기준은 '5q SMN-1 유전자의 결손 또는 변이의 유전자적 진단', '만 3세 이하에 SMA 관련 임상 증상과 징후 발현', '영구적 인공호흡기를 사용하고 있지 않는 경우 등을 모두 만족하는 5q 척수성 근위축증'이다.
그런데 환자들에게 들려온 소식은 3세 이전에 자료를 삭제한다는 내용이다. 정부는 더 많은 치료 제공을 위해 연령을 확대한다는 자세지만, 이를 달리 보면 운동기능이 남아 있는 환자들에게만 투약을 하겠다는 취지로 읽힐 수 있다.
정부가 치료 유지를 위한 기준을 따로 만들어 환자들에게 기준을 충족하라고 한다면 그 기준에 들지 못하는 환자들은 치료 기회를 박탈당하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인터뷰에 나서게 된 계기다.
정부에서는 8월 말이나 9월 초에 스핀라자 개정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그 전에 환자들도 달라지는 내용을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SMA TF는 어떻게 대응할 예정인가?
지난 4월 기자간담회 이후 국회의원들에게 손편지쓰기 캠페인 등을 진행했지만 언론과 대중의 이목을 잠시 끄는 데 그쳤다. 우리의 의견을 전하기 위해 SNS를 활용하고 있고 지금 뉴스더보이스와 인터뷰도 하고 있다.
환자들은 정부가 SMA 치료제 투약기준을 변경하는 개정안을 곧 발표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더 많은 환자들이 스핀라자 투약 기준 개정에 대한 내용을 파악하고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논의를 함께 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TF라는 조직만이 해서 될 일은 아닌 것 같다.
그렇다. 우리는 환우회와 별개로, 청년들이 만든 임시 조직일 뿐이다. 목표 설정은 스핀라자 개정안 완화에 두고 있고, 고시 발표 이전까지 탈락됐던 환자들의 치료 받을 권리를 위해 움직이자는 취지로 활동하고 있다.
실제 심평원에 탈락된 환자 구제를 위해 이의신청을 내고 있지만 기각되는 사례도 있고, 병원 측에서도 힘들 것 같다는 의견을 보이기도 한다. 이제는 호소할 곳이 없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상황이 이럼에도 불구하고 하고 싶은 이야기는 있을 것 같다.
더 많은 약제(에브리스디, 경구제)가 급여에 진입한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런데 반대급부로 이미 치료제를 쓰고 있는 환자들에게 더 엄격한 기준을 내밀어 치료제 투약 대상에서 탈락시키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실제 스핀라자 치료 심의에서 탈락하는 환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금 심평원의 고시는 직전 평가 시점과 비교해 '운동기능의 유지 또는 개선을 2회 연속 입증하지 못하는 경우'에만 투여가 중단되는 것을 원칙으로 하지만 현실은 평가 점수의 저하가 없더라도 불승인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우리는 투여 전후 낮은 점수 상승이나 유지를 보이는 환자들을 임의로 탈락시키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이 개선으로 볼 수 없다는 의견을 보이는 이유가 이것이라고 본다.
심지어 0점에서 2점으로 상승했음에도 탈락하는 경우가 나왔다. 환자들을 직접 보시는 의사선생님들은 "환자들의 운동 능력을 반영할 수 있는, 보다 정확한 운동기능 평가 방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주고 있다.
-심평원측은 이런 상황에 대해 뭐라고 의견을 주는가?
심의 내용에 대한 사안은 기관이 아닌 개인에게 안내할 수 없고, 모든 내용은 심의위원회에서 전문가 의견을 통해 경정된 사안이라는 답변만 들려주고 있다.
심평원에게 왜 개개인의 심의 탈락에 대한 명확한 이유를 공개하지 않고 있는 지 물어보고 싶다.
환자들은 탈락된 구체적인 이유라도 알고 싶어 한다.
더 큰 문제는 환자가 이의신청을 넣어도 열람이나 소식을 직접 들을 수 있는 방법이 제한적이다 보니 시기 자체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종결처리가 돼 버려서 투약이 안 되는 사례가 나오니까 환자입장에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이 많다.
-환자가 직접 투약 비용을 대고 스핀라자를 맞는 사례가 나오는지 궁금하다.
심평원에서 탈락된 한 환아의 부모는 올해 초 자비 1억원을 내고 스핀라자를 맞췄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아이에게 스핀라자를 자비로 투여하는 과정에서 이 가족이 부담해야 하는 경제적인 타격은 상당했다고 들었다. 환자들은 그렇게 절실하고 절박하다.
-환자들이 바라는 그림이 있을 것 같다.
환자들도 스핀라자가 고액의 치료제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환자 모두가 이 약을 맞을 수 없다는 것도 안다. 다만 바라는 것은 '환자의 건강 상태에 따른 평가도구'와 환자 중심의 치료'가 진행되길 바란다. 더불어 환자들이 혼란스럽지 않게 일관된 기준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스핀라자 기준에 들었다가 탈락한 환자들은 하늘에서 내려온 선물을 하루아침에 빼앗긴 기분이다. 숨을 제대로 쉴 수 있게 되고, 말도 할 수 있게 됐는데 약제를 끊으라는 말을 들으면 하늘이 무너진다. 이런 상황을 만들지 말라. 환장 입장에서는 너무 고통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