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실장과 의료개혁단장 등 실장 6명 기현상…"고공단 용산 예스맨 인사"
의료사태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 내부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세종청사 피로도와 복지부동이 지속되는 가운데 복수차관제 재정립과 신설부처 조직 확대를 위한 물밑작업이 빠르게 진행 중인 상황이다.
보건복지부는 복수차관 전환 이후 1명의 장관, 2명의 차관, 4명의 실장을 토대로 조직을 운영해왔다.
윤정부에서 의대 증원 등 의료개혁이 가시화되면서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추진단장을 실장급으로 발령하며 실장을 1명 늘렸다. 정부 기조에 따라 국장급인 대변인을 실장급으로 이미 격상했으니 복지부 실장은 총 6명인 셈이다.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조규홍 장관(행시 32회, 서울대 경제학과)과 이기일 제1차관(행시 37회, 건국대 행정학과), 박민수 제2차관(행시 36회, 서울대 경제학과)은 재임 2년 넘은 장수 정무직을 이어가고 있다.
정무직을 뒷받침하는 실장은 김혜진 기획조정실장(행시 38회, 서울대 간호학과)과 정윤순 보건의료정책실장(행시 39회, 고려대 무역학과), 이스란 사회복지정책실장(행시 40회,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그리고 최근 승진 발령한 은성호 인구사회서비스정책실장(행시 39회, 서울시립대 행정학과)이 포진하고 있다.
정호원 대변인(행시 40회, 서울대 사회복지학과)과 정경실 의료개혁추진단장(행시 40회, 숙명여대 행정학과)도 실장급 대열에 들어섰다.
참고로, 은성호 실장 발령에 따른 여당 국민의힘 보건복지위원회 수석전문위원 자리는 배경택 국장(외무고시 30회, 서울대 신문학과)이 여의도 출근을 시작하며 바통을 이어받았다.
■4실에서 사실상 6실 체제, 보건실장과 의료개혁추진단장 중첩 업무 '기현상'
복지부 임시조직은 의료개혁추진단 외에도 국민연금개혁추진단과 바이오헬스혁신추진단, 차세대사회서비스정보시스템 구축 추진단 등이 가동 중이다.
윤정부 보건복지 정책 변화와 이슈 발생 시 언제든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예비부대를 운영 중인 셈이다.
의료계가 주목하는 의료개혁추진단이 정식 직제로 전환될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보건의료정책실과 업무 중첩을 감안하면 정식 직제는 희박하다는 시각이 중론이다.
하지만 추진단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정경실 추진단장을 보좌하는 강준 의료개혁총괄과장과장, 유정민 의료체계혁신과장, 강슬기 의료인력혁신과장 등을 포함해 20여명이 배치되어 있다.
일각에서는 추진단 과장들이 국장급 업무 영역을 담당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물론, 단기간 내 성과를 도출해야하는 의료개혁추진단 공무원들이 지닌 책임감과 부담감은 크다.
보건의료정책실과 의료개혁추진단 2명의 실장이 양립하는 기현상에 대한 냉정한 평가는 향후 과제이다.
주목할 다른 부분은 저출생대응기획부(이하 저출생부) 신설이다.
■의료개혁단 과장들, 국장급 업무 담당…인구정책실, 저출생부에 이관 '예상'
지난 5월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밝힌 저출생부 신설은 복지부 조직변화와 직결된다.
지난 7월 대통령실 최종균 저출생대응비서관(행시 37회, 서울대 인류학과) 임명에 이어 얼마 전 임강섭 과장의 저출생대응비서관실 파견 등 복지부 출신 공무원들이 저출생부 태동의 중심부에 진입했다.
저출생부 신설을 위해 복지부는 인구사회서비스실 일부 부서 또는 전체를 내줘야 한다. 복지부 공무원 상당수가 저출생부로 이동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미다.
설사 여성가족부 폐지로 많은 공무원들이 저출생부로 이동한다고 해도 오랜 기간 인구정책을 담당해 온 복지부 출신이 차관과 실국장 등 저출생부 중심축에 포진할 개연성이 높다.
복지부는 타 부처와 마찬가지로 살아 움직이는 관료조직이다.
조직 축소가 예상되면 어떤 식이든 조직을 확장해 자신의 영역을 지키는 생명력을 지녔다.
경우에 따라 바이오헬스혁신추진단과 국민연금개혁추진단 등 임시조직을 실로 격상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일례로, 지난 6월 복지부 영유아 관련 부서가 교육부로 이관되어 강민규 국장(행시 37회, 조선대 정치외교학과)을 비롯한 공무원 상당수 명함이 복지부에서 교육부로 바뀌었다. 이는 교육부 담당이던 국립대병원 업무의 복지부 이관 추진과 무관하지 않다는 시각이다.
중앙부처 신설은 국회 본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는 만큼 야당의 동의가 필수이다.
윤정부 국정 운영 관련 다양한 의혹 제기가 진행형인 상황에서 저출생부 신설 등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여야 정치 공방 장애물을 넘을 수 있을지도 지켜볼 대목이다.
■젊은 공무원들, 조직 확대 남 얘기…야당 "용산 눈치보기, 무능한 복지부 처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복지부에 근무 중인 공무원들이다.
세종청사 젊은 공무원들에게 조직 확대와 대통령실 파견은 남 얘기에 불과하다.
의료개혁 깃발을 내걸고 돌진을 외치는 장차관 외침은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대통령 임명인 고공단(고위공무원)인 실국장은 용산 눈치보기에 연연하고 과장급은 용산 지시 사항 보고용 실행방안 마련에 몰두하는 형국이다.
보건의료 정책은 사무관 손끝에서 출발한다는 뷸문율은 사라지고, 모든 정책의 시작과 끝은 용산(대통령실)이라는 소리도 들린다.
고시든, 비고시든 젊은 공무원들에게 조직 확대 추진은 실국장 및 과장 등 그들만의 리그인 셈이다.
야당 고위 관계자는 "여당과 야당을 모두 해봤지만 지금처럼 무능한 복지부 행태는 처음 본다. 장차관과 실국장은 용산 눈치만 보고, 다수 공무원들은 복지부동이다. 최근 복지부 고공단 인사를 보면, 용산에서 하달된 명령만 성실히 수행하는 예스맨으로 채워지고 있다는 인상이 강하다"고 꼬집었다.
조직 확대를 위한 복지부 물밑 작업이 달콤한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 요란한 빈 수레에 그칠지 의료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