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심평원·공단 담당 관계자 대거 참석…외부 전문가 위원은 소수에 그쳐
업체별 질의응답 시간도 제각각…후속 절차·결과 발표 일정 안내 없어 혼선
희귀질환 치료제 신속등재 시범사업 대상 약제를 선정하기 위한 선정심의위원회가 4일 열렸다. 공모에 참여한 13개 제약사가 모두 대면심의를 마치면서 약제 선정 절차도 막바지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선정 결과가 언제 발표될지, 추가 심의 절차가 남아 있는지 등에 대한 정부의 안내가 없어 제약사들의 궁금증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특히 당초 예상과 달리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건강보험공단 관계자들이 심의에 대거 참석한 반면 외부 전문가 위원은 소수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업체별 질의응답 시간에도 상당한 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져 심의 방식과 향후 선정 절차를 둘러싼 다양한 관측이 나오고 있다.
4일 뉴스더보이스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 선정심의위원회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늦게까지 진행됐다.
대면심의는 사전에 정해진 순서에 따라 제약사 관계자들이 회의장에 입장해 약 10분 동안 준비한 자료를 설명하고, 참석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별도의 프레젠테이션(PT) 없이 인쇄물을 토대로 설명하는 방식이었다.
당초 제약사들에는 10분가량의 발표 시간이 주어지고 별도의 질의응답은 없을 것으로 안내됐지만, 실제 심의에서는 업체별로 질의응답이 진행됐다.
질문이 많았던 업체는 당초 배정된 25분을 넘겨 심의가 이어진 반면, 상대적으로 질문이 적어 짧게 끝난 업체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전체 일정도 당초 계획보다 지연됐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처음에는 10분 정도 발표만 준비하라고 했는데 실제로는 제품에 따라 질문이 많기도 하고 거의 없기도 했다"면서 "회사마다 질의응답 시간이 상당히 달랐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제약사 관계자도 "우리 회사는 심의 시작 자체가 예정 시간보다 늦어졌고, 질의응답까지 진행하면서 당초 배정된 25분보다 더 오래 걸렸다"고 전했다.
복지부·심평원·공단이 심의 주축…외부위원은 소수
이날 심의에서 눈에 띈 부분은 참석자 구성이다.
당초 제약사들은 외부 전문가 중심의 선정위원회가 구성되고 복지부와 심평원, 공단 관계자들은 배석하는 형태로 심의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실제 회의장에는 강준혁 복지부 보험약제과장과 담당 사무관, 심평원 담당 실장과 부장, 공단 담당 실장과 부장 등 정부와 보험당국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심의에 참석한 제약사 관계자들은 전체 참석자가 20명 안팎이었던 것으로 추정했다.
외부 전문가로는 심평원 중앙심사위원회 소속 정현철 약제급여평가위원장과 울산의대 조민우 교수가 참석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외에도 일부 위원이 있었지만 외부 전문가의 전체 규모는 크지 않았다는 게 참석 업체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외부 심사위원으로 보이는 분들은 3명 정도였고 나머지는 대부분 복지부, 심평원, 공단 관계자들이었다"면서 "질문도 심평원과 공단 관계자들이 주로 했고 위원들은 별다른 질문을 하지 않았다"고 귀띔했다.
이어 "그동안 심평원과 공단에서는 자신들이 선정하는 것이 아니라 위원들이 결정한다는 취지로 설명해 왔다"면서 "당연히 외부 위원들이 다수 참석하고 정부 관계자들은 배석하는 형태일 것으로 생각했는데 실제 구성이 달라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외부 전문가가 많지는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면서도 "참석자들의 명패가 없어 정확히 누가 외부위원이고 누가 상근위원인지 모두 확인하기는 어려웠다"고 했다.
다만 이날 참석자 구성만으로 실제 선정 권한이나 최종 의사결정 구조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외부 전문가의 추가 검토 여부와 위원별 역할도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다.
임상적 유용성·질환 위중도에 질문 집중
심의 과정에서 주요하게 다뤄진 내용은 약제의 임상적 유용성과 대상 질환의 위중도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약제의 치료적 가치와 환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임상적 편익 등이 주요 질문으로 제시됐다는 설명이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질문은 약가나 재정 문제보다는 임상적 유용성에 집중됐다"면서 "질환의 위중도와 해당 치료제가 갖는 임상적 가치에 대한 질문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외부 전문가로 보이는 참석자가 처음 질문한 내용 역시 질환의 위중도와 임상적 가치에 관한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이는 이번 시범사업이 단순히 약제의 경제성이나 재정 부담만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미충족 의료수요와 치료제의 임상적 필요성 등을 함께 고려하는 방향으로 심의가 진행됐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다만 업체별 질문의 양과 내용에는 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일부 제약사 사이에서는 질문이 많거나 적은 것이 선정 가능성과 관련된 신호가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됐다.
한 관계자는 "대기 중인 회사들 사이에서 질문을 많이 받은 업체와 그렇지 않은 업체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다"면서 "이미 어느 정도 선정 순서가 정해진 것 아니냐는 추측까지 있었지만 확인된 내용은 아니다"고 말했다.
질문 횟수나 심의 시간만으로 선정 여부를 판단할 근거는 없는 만큼 이러한 관측은 신중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환자단체 의견 청취 이어 대면심의까지…남은 절차는?
이번 시범사업은 앞서 환자단체 의견을 청취하는 간담회를 진행한 데 이어 이날 신청 제약사들을 대상으로 대면심의까지 마쳤다.
공모에는 13개 제약사가 14개 품목을 신청했다. 신청 품목 모두 해외 3개국 급여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초 5개 품목을 선정하는 방안이 거론된 만큼 이 기준이 유지된다면 경쟁률은 2.8대 1에 달한다.
그러나 이날 심의가 최종 선정 단계인지, 추가적인 외부 전문가 평가나 별도의 의사결정 절차가 남아 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특히 복지부 측은 대면심의를 마친 제약사들에 후속 절차나 선정 결과 발표 시점을 별도로 안내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발표와 질의응답을 마친 뒤 곧바로 회의장을 나왔고 이후 일정에 대한 설명은 듣지 못했다"면서 "일부 회사에서는 다음 주에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고 이달 안에 발표될 것이라는 말도 있지만 공식적으로 확인된 내용은 없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도 "오늘이 사실상 마지막 심의인지, 추가적인 선정 절차가 있는지 알 수 없었다"면서 "선정 결과를 언제 발표하는지에 대해서도 아무런 안내가 없었다"고 말했다.
또 "당초 예상했던 심의위원 구성과 실제 참석자 구성이 달라 준비한 설명이 적절하게 전달됐는지도 의문"이라며 "심의에 참여할 기회는 가졌지만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전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선정 절차 막바지…정부의 세심한 안내 필요
희귀질환 치료제 신속등재 시범사업은 기존 급여 절차에서 장기간 대기해야 했던 희귀·중증질환 치료제의 환자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추진되고 있다.
그만큼 대상 약제 선정은 신청 제약사뿐 아니라 치료 기회를 기다리는 환자들에게도 중요한 사안이다.
특히 이번 공모에 신청한 약제들이 모두 해외 급여 요건을 충족한 상황에서 최종적으로 어떤 품목이 선정될지, 선정 규모가 당초 거론된 5개 품목으로 제한될지 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환자단체 간담회와 제약사 대면심의까지 진행된 만큼 선정 절차는 상당 부분 진척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부가 향후 일정과 남은 절차를 명확히 안내하지 않으면서 제약사들 사이에서는 확인되지 않은 추측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물론 선정 과정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개별 약제의 평가 내용이나 위원별 판단을 공개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최소한 추가 심의 여부와 결과 발표 예정 시기 등 절차적 사항에 대해서는 보다 구체적인 안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시범사업이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인 만큼 선정 과정의 신중함과 함께 절차의 예측 가능성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관심은 정부가 몇 개 품목을 선정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최종 결과를 발표할 지에 모아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