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단체연합회 “공정한 심의…미선정 약제도 급여 진입 노력 계속”
제약계도 선정 확대 요구…신속한 보험 적용·치료 연속성 보장 주문
오는 4일 희귀질환 치료제 신속등재 시범사업 대상 약제 선정심의위원회를 앞두고 환자단체들의 호소가 잇따르고 있다. 치료 기회를 기다려 온 환자의 절박함을 선정 과정에 반영하고, 실제 건강보험 적용까지 신속하게 이어가야 한다는 요구다.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와 98개 희귀·난치성질환 환자단체는 심사 중인 의약품을 가능한 한 모두 선정해 달라고 촉구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공정하고 전문적인 심의를 주문하면서 선정되지 않은 약제의 급여 진입 노력과 기존 치료환자 보호장치 마련도 함께 강조했다.
“일부만 선정하면 나머지 환자에게 또 기다림 요구”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와 98개 환자단체는 2일 공동 입장을 내고, 이번 시범사업을 환영하면서 환자들에게 생명줄과도 같은 치료제를 가능한 한 모두 선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희귀·난치성질환 환자에게 치료제는 질병의 진행을 늦추고 일상을 지키며 미래를 계획할 수 있게 하는 삶의 기회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해외에서 치료제가 사용되고 있더라도 국내 건강보험 적용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고, 그동안 비급여 치료비는 환자와 가족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이 돼 왔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산정특례와 의료비 지원, 희귀질환 지정 확대, 의약품 긴급도입, 허가·평가·협상 병행 시범사업 등을 추진해 온 점은 평가했다. 다만 산정특례와 의료비 지원만으로 비급여 고가 치료제의 부담을 해소하기 어렵고, 국내에 도입된 약도 급여가 적용되지 않으면 환자에게는 여전히 ‘그림의 떡’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연합회 등은 이번 선등재·후평가 방식의 시범사업이 이러한 치료 공백을 줄일 중요한 기회라고 봤다. 환자의 시급한 치료 필요성을 우선 고려하면서 실제 진료 현장에서 축적되는 자료로 치료성과를 평가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것이다.
특히 대체 치료제가 부족한 희귀질환은 치료 시기를 놓치면 예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신속한 사업 추진을 요청했다.
이번 시범사업에는 13개 제약사가 14개 의약품의 참여를 신청했다. 연합회 등은 당초 계획한 선정 규모 때문에 일부 의약품만 선정할 경우, 일부 환자에게만 치료 기회를 허용하고 나머지 환자에게는 다시 기다림을 요구하는 차별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가능한 한 심사 중인 의약품을 모두 선정하는 것이 선등재·후평가 취지에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단순히 선정 규모를 늘려 달라는 요구가 아니라, 기존 정책으로 해소하지 못한 치료 공백을 줄이고 치료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정책적 결단이라는 설명이다.
합리적인 약가와 급여기준, 지속 가능한 사후평가 체계를 마련할 필요성에도 동의했다. 다만 재정 부담과 평가의 필요성이 환자의 치료 기회를 제한하는 이유가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연합회 등은 “질환의 진행은 정책의 시행을 기다려 주지 않는다”며 심사 대상 의약품을 가능한 한 모두 선정하고, 실질적인 급여 적용과 약제비 부담 완화로 이어질 후속 조치를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이제는 환자가 제도의 변화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제도가 환자의 절실한 필요에 응답해야 한다”고 밝혔다.
“선정 원칙 지키되 미선정 약제 기다리는 환자도 살펴야”
한국환자단체연합회도 같은 날 논평을 내고 약제 선정부터 건강보험 등재까지 환자의 치료 필요성을 우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환자단체연합회는 신청한 모든 약제가 해당 질환 환자들에게 필요한 치료제이며, 환자와 가족에게 급여 등재는 시급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만큼 선정 과정에서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구체적으로 질환의 중증도, 기존 치료법의 한계와 치료 대안의 적절성, 재정 영향, 사후평가와 환자 치료보장 계획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선정 원칙과 기준·절차를 준수하고, 선정 결과와 근거도 공개 가능한 범위에서 충분히 설명할 것을 주문했다.
대상 약제 선정심의위원회에 환자단체가 참여하지 않는 이유도 설명했다. 신청한 모든 약제가 해당 환자에게 절실한 만큼, 환자의 치료 필요성을 전달하는 일과 제한된 수의 약제를 선정하는 전문적 판단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선정위원회가 공정성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각 약제의 임상적 근거와 치료 현장의 상황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기존 치료법으로 충분한 효과를 얻지 못하는 환자의 현실을 고려하고, 선정되지 않은 약제도 기존 급여평가 절차를 통해 등재 노력을 이어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선정으로 끝나선 안 돼…실제 보험 적용 시점이 중요”
환자단체연합회는 대상 약제 선정 이후 절차가 지연되는 문제도 짚었다.
현재 운영 중인 허가·평가·협상 병행 시범사업에서도 선정 이후 실제 급여 등재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있다는 것이다. 사례로 2024년 12월 2차 대상으로 선정된 드라벳증후군 치료제 핀테플라액이 올해 9월 1일 건강보험에 등재됐고, 같은 시기 선정된 림카토주는 현재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약가협상 중이라고 설명했다.
환자단체연합회는 “환자에게 중요한 것은 평가 과정의 일부 기간이 단축됐는지가 아니라 필요한 치료제를 실제로 언제 건강보험으로 사용할 수 있는가”라며 새 시범사업에서는 선정 이후 평가와 계약 절차가 지연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신속등재에 따른 제약사의 책임도 강조했다. 등재 전 평가와 약가협상 절차가 간소화되는 만큼 사후평가에 필요한 임상자료를 충실히 제출하고, 평가 결과에 따른 약가·급여조건 조정 등 계약상 의무를 성실히 이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에는 선정 단계부터 사후평가와 환자 치료보장 계획의 적정성을 면밀히 검토하고, 등재 이후에도 이행 여부를 지속적으로 점검할 것을 요청했다.
특히 사후평가 결과 약가나 급여조건이 바뀌더라도 이미 치료받는 환자가 치료를 중단하거나 과도한 경제적 부담을 떠안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속한 등재와 치료의 연속성 보장은 함께 지켜야 할 원칙이라는 입장이다.
환자단체연합회는 심평원과 건보공단의 신속한 평가·계약, 제약사의 자료 제출·사후관리 책임을 거듭 주문했다. 아울러 이번 사업을 신약 접근성 개선의 출발점으로 삼아 항암제를 비롯한 중증질환 치료제의 건강보험 등재기간을 단축하는 제도 개선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업계도 “요건 갖춘 약제 모두 선정…사후관리 인력 늘려야”
앞서 뉴스더보이스 취재결과, 신청한 13개사 14개 품목 모두 해외 3개국 급여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파악됐다. 당초 계획대로 5개 품목을 선정하면 경쟁률은 2.8대 1이다. 해외 급여 요건 충족이 최종 선정을 뜻하는 것은 아니지만, 환자단체와 제약계는 선정 개수보다 치료 필요성을 우선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접수된 약제 어느 하나 환자에게 절박하지 않고 신속한 접근성에 대한 요구가 낮은 약제가 없다”며 “요건을 충족하는 약제는 일단 모두 선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환자단체 한 관계자도 “선정위 위원들도 시범사업 취지와 요건을 충족하는 약제는 모두 선정할 수 있도록 전향적으로 판단해 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사후관리 부담에 대해서는 업계 다른 관계자가 “별도 TF팀을 구성해서라도 해결할 문제이지 관리인력에 맞춰 약제 선정을 고려하는 건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환자단체연합회 역시 지난달 28일 논평에서 심평원과 건보공단의 전문인력 확충을 주문했다. 공모 준비기간을 맞추지 못한 업체를 위한 2차 모집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