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 당일 13개사 모두 발표…회사당 10분, PT 없이 준비 자료로 설명
복지부 국장은 “확대 적극 검토”…사후관리 인력 확충·2차 모집 요구도
희귀질환 치료제의 건강보험 적용을 앞당기기 위한 신속등재 시범사업에 신청한 13개 제약사 14개 품목이 모두 해외 3개국 급여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 선정심의 당일에는 신청 업체 전체가 발표에 나설 예정이다. 정부가 당초 계획한 ‘5개 이내’를 유지하면 품목 기준 경쟁률은 2.8대 1로, 환자단체와 제약계의 선정 규모 확대 요구에도 힘이 실릴 전망이다.
보건복지부는 국정감사에서 선정 범위 확대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실무진은 추가 선정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높이려는 정책 목표와 제한된 규모로 운영 방안을 검증하려는 시범사업 관리 논리가 첫 선정 과정에서 맞부딪치는 양상이다.
13개사 14품목 모두 3개국 요건 충족…신청 업체 전원 발표
지난달 30일 뉴스더보이스 취재결과, 희귀질환 치료제 신속등재 시범사업에 참여를 신청한 13개 제약사 14개 품목 모두 A8 국가 중 3개국 이상에서 공적으로 급여되고 약가가 확인돼야 한다는 해외 급여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일부 약제의 해외 급여 요건 충족 여부가 확인되지 않아 심의대상이 11개 또는 12개로 알려졌으나, 최종 확인 결과 신청한 14개 품목 모두 해당 요건을 갖춘 것이다.
신청 업체와 성분별 적응증은 다음과 같다. 한국아스트라제네카가 2개 품목을 신청했고, 나머지 12개사는 각각 1개 품목씩 접수했다.
기존 신청 현황표에는 한국노바티스의 오나셈노진 아베파르보벡, 한국얀센의 니포칼리맙, 머크의 미르다메티닙 등 3개 품목이 해외 급여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기재돼 있었다. 그러나 이후 확인 과정에서 이들 품목도 요건을 갖춘 것으로 파악돼, 최종적으로 14개 품목 모두 선정심의 대상에 포함됐다.
복지부는 11월 4일 선정심의위원회를 열어 신청 업체의 대면발표와 대상 약제 심의를 진행하는 일정을 잠정 확정했다. 회의 당일에는 신청한 13개사가 모두 발표하며, 발표시간은 회사당 약 10분이다. 별도의 PT 없이 준비한 자료를 바탕으로 설명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당초 계획대로 5개 품목을 선정하면 경쟁률은 2.8대 1이다. 신청 품목 중 9개가 첫 시범사업 대상에서 제외되는 셈이다.
이번 선정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기존 급여평가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치료제에 신속등재가 환자 접근성을 개선할 중요한 통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청 약제 중 보이데야정, 락손정, 윈레브에어주, 레블로질주, 헴제닉스주, 칼소디주 등 6개는 이미 급여심의를 받은 이력이 있다. 임상적 유용성이나 비용효과성, 급여기준 등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기존 평가 과정의 쟁점이었다.
시범사업에서 선정되지 않더라도 일반적인 급여등재 절차를 밟을 수는 있다. 다만 다른 경로로 급여 진입이 어려운 약제는 다음 기회를 기약하기 어렵다는 게 환자단체와 제약계의 우려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5년 이상 대기’ 가능성 역시 확정된 일정이라기보다 추가 기회 없이 등재가 장기 지연될 수 있다는 현장의 위기감을 반영한다.
국장은 “5개에 구애받지 않겠다”…실무진은 신중
선정 규모를 둘러싼 혼선은 복지부 내부에서 전달되는 메시지의 온도 차로 커지고 있다.
유주헌 복지부 건강보험정책국장은 지난달 1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 질문에 “꼭 필요한 의약품이고 충분히 쓰여야 한다고 판단되면 개수에 구애받지 않고 확대하는 방향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초 5개를 대상으로 논의했지만, 환자단체 의견과 치료 필요성 등을 고려해 선정 범위를 넓힐 수 있다는 취지다.
반면 실무책임자인 강준혁 보험약제과장은 환자단체 간담회 등에서 추가 선정에 부정적이거나 명확한 방향을 제시하지 않는 태도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제도 취지에 부합하는 약제가 예상보다 많지 않다는 취지의 언급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전언만으로 복지부가 확대 검토 방침을 철회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국감에서 밝힌 확대 가능성과 실무 협의에서 전달된 신중론의 간극이 선정을 기다리는 환자와 업체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무진의 신중론에는 다수 약제를 한꺼번에 선정했을 때의 운영 부담과 등재 이후 사후관리·평가를 맡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인력 문제 등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숫자부터 정할 일인가”…참여 요건과 선정 기준이 쟁점
환자단체와 제약계는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와 시범사업의 목적, 치료를 기다리는 환자의 절박함을 고려하면 ‘5개 이내’ 방침을 고수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접수된 약제 어느 하나 환자에게 절박하지 않고 신속한 접근성에 대한 요구가 낮은 약제가 없다”면서 “숫자를 정해놓고 정성적으로 순위를 정하는 비과학적이고 불합리한 방식으로 접근하지 말고 요건을 충족하는 약제는 일단 모두 선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사업계획에 제시된 참여 요건은 네 가지다. 희귀질환자 산정특례 대상 질환에 허가받았거나 허가 예정인 약제여야 하며, 허가를 받았거나 허가심사 중이거나 급여결정 신청 전까지 허가신청이 가능해야 한다. 미국·영국·독일·프랑스·이탈리아·스위스·일본·캐나다 등 A8 국가 중 3개국 이상에서 공적으로 급여되고 약가가 확인돼야 하며, 올해 12월 31일까지 요양급여 결정 신청이 가능해야 한다.
이번에 신청 품목 모두 충족한 것으로 확인된 것은 이 가운데 해외 3개국 급여 요건이다. 해당 요건 충족이 곧 최종 선정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선정위원회는 대체약제 유무와 질환의 중증도 등을 고려해 대상을 결정한다.
결국 쟁점은 신청 약제를 어떤 기준으로 평가하고 선정 범위를 정할 것인지, 치료 필요성보다 선정 개수가 우선하는지다. 정부가 선정 규모와 평가 기준의 관계를 분명히 설명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는 이유다.
환자단체 한 관계자는 “복지부와 심평원은 약제 선정은 전적으로 선정위원회에서 정한다고 하지만 그걸 믿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복지부가 선정위에 가이드라인을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선정위 위원들도 시범사업 취지와 요건을 충족하는 약제는 모두 선정할 수 있도록 전향적으로 판단해 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총액제한형 계약 최대 300억원…예상 환자 수·약가 핵심 판단 요소
이번 시범사업은 희귀질환 치료제의 등재 절차를 간소화해 환자에게 필요한 치료제를 신속하게 공급하고, 운영 방안을 검증한 뒤 제도화를 추진하는 데 목적이 있다. 사업기간은 2026년 9월부터 2029년 12월 31일까지로, 추진 상황에 따라 변경하거나 연장할 수 있다.
핵심은 등재 전 평가와 협상에 쓰이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다. 임상적 유용성을 중심으로 평가하고, 등재 이후 실제 임상성과에 기반한 사후평가 또는 경제성평가를 실시한다. 심평원은 임상성과 자료 수집을 지원한다.
약가는 협상 절차를 생략하고 A8 조정 최저가의 90%로 계약한다. 예상 청구액도 별도 협상 없이 최대 300억원 범위에서 제약사가 제출한 금액을 적용하되, 추후 사후평가와 실제 청구액을 토대로 조정할 수 있다. 제약사가 신청하면 약가유연계약도 허용한다.
특히 총액제한형 계약이 최대 300억원까지 제시돼 있는 만큼, 예상 환자 수와 약가인 ‘A8 조정 최저가의 90%’를 적용한 청구 규모가 이 범위에 부합하는지도 중요한 판단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제약사가 해당 계약조건을 수용할 수 있는지 역시 검토 과정의 변수다.
“사후관리 부담, 선정 제한보다 전문인력 확충으로 풀어야”
평가를 등재 이후로 옮기는 만큼 사후관리 역량도 뒷받침돼야 한다. 제약계는 관리 부담을 이유로 선정 규모를 제한하기보다 전담인력 확보 등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심사평가원의 사후관리에 대한 업무적 부담도 고려되고 있는 것 같다”며 “이는 별도 TF팀을 구성해서라도 해결할 문제이지 관리인력에 맞춰 약제 선정을 고려하는 건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도 지난달 28일 논평에서 신속등재와 등재 이후 평가·관리 등 새로운 업무가 늘어나는 만큼 심평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전문인력 확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속등재 확대와 사후관리 체계 보강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는 요구다.
첫 선정 뒤에도 과제…2차 모집·항암제 확대 요구
첫 대상 약제가 결정되더라도 추가 모집 요구는 이어질 전망이다. 공모 준비기간이 짧아 신청하지 못한 업체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데다, 환자단체는 항암제에도 등재기간 단축 방안을 적용해 달라고 공개 요구한 상태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복지부는 당초 9월에 선정 및 발표를 진행하기로 하고 접수를 8월 말에 마감했는데 실제 진행은 2개월 정도 늦어졌다”며 “공모 마감을 9월 말에 했으면 더 많은 업체가 신청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과론적이지만 현 진행 상황을 보면 준비기간을 맞추지 못한 업체에는 억울한 측면이 있는 만큼 2차 모집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항암제 확대는 현재 공모 대상 안에서 약제를 추가 선정하거나 2차 모집하는 문제와는 별도 논의가 필요하다. 희귀질환자 산정특례 대상 질환 등 현행 참여 요건을 넘어 제도 적용 범위를 넓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