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3억제제·B인자억제제 단일요법, 돌발성 용혈 발생 확률 높아"
"보이데야 병용, 돌발성 용혈 제어 위한 안전 장치 역할"
날로 발전하는 의학 기술로 희귀·난치성 질환 영역에서 치료제의 역할 역시 한 단계 올라서고 있다. 과거 사망율 감소와 증상 개선 등 치료 효율에 중심이 맞춰졌던 치료제의 역할이 이제는 부작용 감소와 삶의 질 개선으로 옮겨지고 있다.
이런 발전적 단계를 밟고 있는 치료제 중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분야가 바로 PNH(발작성 야간 혈색소뇨증, Paroxysmal Nocturnal Hemoglobinuria)다. PNH는 우리 몸의 면역 시스템이 적혈구를 공격해 혈액 세포가 파괴되는 대표적인 혈액 질환이다. PNH로 인해 환자들은 극심한 빈혈과 피로감을 느끼거나 어지럼증, 호흡 곤란등의 증상을 겪으며 때로 적혈구의 파괴로 인해 혈전증과 신부전 등의 합병증을 겪는다. 때문에 PNH의 치료는 합병증 관리와 증상 완화에 맞춰져 있다.
그간 국내에서는 PNH 치료제로 C5억제제인 솔리리스(성분 에쿨리주맙, 2주 1회 투여)와 울토미리스(성분 라불리주맙, 8주 1회 투여)가 혈관 내 용혈(IVH, intravascular hemolysis)을 방어하며 환자 치료에 사용돼 왔다. 그럼에도 환자들은 여전히 극심한 피로감과 혈전증 발생 부담을 안고 가야 했는데, 그 원인으로 혈관 외 용혈(EVH, Extravascular Hemolysis)이 지목되면서 IVH와 EVH를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시대로 접어들게 됐다.
시대의 요구를 반영하듯 국내에도 지난해 C3억제제인 엠파벨리(성분 페그세타코플란, 자가 펌프형)가 허가 이후 6개월만에 급여 등재됐고, B인자 억제제인 파발타(성분 입타코판, 경구제)와 D인자 억제제인 보이데야(성분 다나코판, 경구제)가 허가를 받으며 PNH 치료의 진일보한 걸음을 시작하게 됐다.
그러나 다양한 신약의 등장에도 명확한 장단점은 분명히 존재하고, 치료제의 최우선 순위는 언제나 '안전성'에 맞춰져야 하기에 의료진의 치료 전략 역시 환자 개개인에 초점을 두고 세워지고 있다.
이런 변화의 흐름 속에 뉴스더보이스는 국내 PNH 권위자인 이종욱 한양대학교 혈액종양내과 교수를 만나 현재 가장 이상적인 치료로 꼽히는 'C5억제제+D인자억제제 병용'에 대한 견해와 최신 치료 동향을 들어봤다.
인터뷰에서 이종욱 교수는 다양한 신약의 등장에도 여전한 치료제 접근성 한계를 지적하며, 국내 환자들이 글로벌 신약 임상에 대거 참여할 수 밖에 없는 모순적인 환경을 지적했다.
"환자들이 급여권 내에서 안정적으로 치료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기를 고대하고 있다"는 말을 인터뷰에서 강조하고 싶은 멘트로 꼽은 이 교수와의 인터뷰 일문일답을 정리해 게재한다.
-PNH라는 질환에 대해 환자들이 알기 쉽게 설명해 주셨으면 한다.
쉽게 말해 적혈구가 파괴되는 병이다. 적혈구가 파괴되는 것을 용혈이라고 하는데, 용혈이 발생할 경우 빈혈이 생겨 수혈을 받아야 한다.
PNH는 보체의 공격으로 용혈이 발생해 단순 빈혈을 넘어 혈전이나 신부전 등 장기 손상을 유발할 수 있으며,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보체는 우리 몸의 면역 체계 중 하나로, 외부의 바이러스나 박테리아로부터 신체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보체가 적혈구를 공격하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적혈구에는 이를 방어하는 보호막이 있어 쉽게 파괴되지 않는다.
그러나 PNH 환자는 유전자 이상으로 인해 이 보호막을 형성하지 못해, 보체의 공격을 받으면 적혈구가 쉽게 파괴된다. 적혈구가 손상돼 혈구 밖으로 헤모글로빈이 빠져나오는 현상을 용혈이라고 하는데, PNH는 용혈로 인한 2차적인 합병증이나 후유증에 영향을 크게 받으며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것이 혈전이다.
혈전이 발생하면 환자가 사회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극심한 피로감을 느끼게 된다. 임상 연구 시 환자의 피로도를 측정을 하는데, 치료 전후 차이를 보면 치료 전 환자들의 고통이 굉장히 컸음을 알 수 있다.
PNH의 발병 기전이 잘 알려지지 않았던 시기에는, 아침에 소변이 콜라색으로 나오는 것이 관찰돼 ‘발작성 혈색뇨증’이라는 병명이 붙었다. 이후 이 명칭이 굳어져 현재까지 PNH라는 이름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정확히는 ‘보체로 인한 혈관 내 용혈 질환’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PNH에서 C5억제제인 솔리리스와 울토미리스가 사용되고 있다. 이들 약제를 투여 후 D인자 억제제인 보이데야를 사용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C5억제제인 솔리리스와 울토미리스는 장기 생존 데이터를 확보하며 표준 치료로 자리 잡았다. 치료를 받은 환자들의 나이·성별을 보정한 생존율이 일반 인구와 유사한 수준까지 향상됐고, 혈액학 분야의 다른 질환과 비교해 봐도 지난 10~20년 동안 이렇게 크게 생존율이 개선된 사례는 드물다.
그러나 의학의 발전과 함께 삶의 질 향상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면서, PNH 치료에서도 표준 치료인 C5억제제 치료 중에 나타나는 미충족 수요인 혈관 외 용혈(EVH)이 주요 관심사가 됐다.
기존 C5 억제제는 말단 보체를 억제해 혈관 내 용혈을 효과적으로 차단하지만, 상위 보체인 C3가 적혈구에 지속적으로 축적될 경우 혈관 외 용혈이 발생한다. 혈관 외 용혈의 대표적인 증상은 빈혈이다. 빈혈은 수혈 필요성을 증가시켜 환자의 삶의 질을 저하시킬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프록시멀(Proximal) 억제제인 보이데야와 터미널(Terminal) 억제제인 솔리리스·울토미리스를 병용하는 전략이 적용되고 있다.
보이데야로 보체 활성화의 초기 단계(상위 경로)를 억제하고, C5억제제로는 말단 부분을 억제해 혈관 내 용혈의 재발을 막으면서, 혈관 외 용혈을 동시에 효과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
-보이데야 주요 임상인 ALPHA 연구 1 저자로 참여했다. 보이데야 병용요법의 장점에 대해 설명해달라.
보이데야 치료 대상은 혈관 외 용혈 증상이 있으면서 헤모글로빈 수치가 9.5g/dL 이하인 환자다. C5억제제 치료를 받는 환자 중 20%정도가 이에 해당하며, 이 중에서도 약 절반 정도인 총 10%의 환자에서 보이데야 치료가 필요하다.
임상 연구 결과 보이데야 투약 시 혈관 외 용혈이 관리되면서 빈혈 증상이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이데야 투약군이 위약군 대비 헤모글로빈 수치가 높았으며, 12주 차에 위약에서 보이데야로 변경한 환자들도 헤모글로빈 상승 효과를 보였다.
이후에도 기존 보이데야 투여군과 유사한 수준의 헤모글로빈 수치가 유지돼, 약제의 유효성이 입증되었다. 또한, 빈혈 개선에 따라 환자들의 피로도 역시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ALPHA 연구에서는 심각한 돌발성 용혈의 발생 유무, 즉 혈관 내 용혈이 다시 나타나는 지의 여부를 중점적으로 관찰했다. 심각한 돌발성 용혈은 치료 약물의 체내 농도가 부족해서 나타나는 약물역학적 돌발성 용혈(PK-BTH)과, 감염, 임신, 수술 등의 보체 활성화가 될 수 있는 외부 요인들로 인한 약물동력학적 돌발성 용혈(PD-BTH)로 나뉜다.
C3억제제나 B인자억제제 단일 요법은 상위 인자들을 억제하더라도 보체 활성화 경로 일부를 완전히 차단하지 못할 경우 보체 활성화를 증폭시키는 요인이 있을 때 심각한 돌발성 용혈이 발생할 확률이 높은 편이다.
반면, 보이데야 병용요법은 심각한 돌발성 용혈의 발생이 상대적으로 적은데 이는 보이데야 병용요법이 프록시멀(Proximal)과 터미널(Terminal) 보체 경로를 동시에 차단하여 심각한 돌발성 용혈을 제어하기 위한 안전 장치로서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보이데야 병용요법이 글로벌 표준치료가 될 것이라고 보는지?
PNH 치료에서 C5억제제는 표준 치료로 자리 잡았다. 반면 보이데야를 비롯해 최근 도입된 프록시멀(Proximal) 억제제들은 아직까지 EVH 치료에 있어 글로벌 표준 치료라고 언급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
EVH 환자를 대상으로 한 감염이나 심각한 돌발성 용혈 등에 대해서는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각 약제마다 장단점이 다르므로, 환자의 상태에 따라 의료진이 적절한 치료법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보이데야 병용요법과 C3억제제와 비교했을 때는 어떤가?
보체계(Complement system)는 단계적으로 활성화되는데, C3에서 C5로 내려올 때 한 개의 C3 분자가 활성화되면 수백 개의 C5 분자를 활성화할 수 있다.
적혈구가 치료를 통해 잘 깨지지 않게 관리되면, 적혈구 수명이 길어지면서 체내에 더 많이 쌓이게 되는데, 이때 C3억제제가 C3의 활성화를 완전히 차단하지 못할 경우 수백 개의 C5 분자가 한꺼번에 활성화되는 폭발적 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
이 경우 심각한 돌발성 용혈(Massive breakthrough hemolysis)이 발생할 수 있다. 실제 임상에서 심각한 돌발성 용혈이 발생하여 임상 연구를 중단한 환자 사례가 있을 정도다.
반면, C5억제제는 보체 활성화를 거의 완전하게 차단하지만, 극소수의 C5가 활성화될 경우 제한적인 수준에서 혈관 내 용혈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이때 발생하는 돌발성 용혈은 일부 C5가 활성화되는 정도로, 비교적 경미하고 빠르게 회복된다.
-파발타와 엠파벨리 등 현재 등장한 신약들의 약제별 장단점을 설명해 주신다면?
환자의 상황에 따라 특정 약제의 장점이 단점이 될 수도 있으며, 반대로 단점이 장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또한, 약제에 대한 선호도는 환자 개인뿐만 아니라 국가별 의료 환경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예를 들어, 미국과 같이 병원 접근성이 낮은 지역에서는 병원 방문을 위해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므로 자가 투여가 가능한 약제가 선호될 수 있다. 경구제는 투여의 편리함이 장점으로 작용한다. 이어 심각한 돌발성 용혈의 위험을 줄이고자 하는 경우에는 혈관 내 용혈과 혈관 외 용혈을 동시에 억제해주는 보이데야 병용 요법이 고려될 수 있다.
따라서 각 약제의 장단점을 충분히 이해하고, 환자의 상황에 맞춰 의료진과의 면밀한 논의를 거쳐 최적의 치료법을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PNH 환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증상이 뚜렷해 보험급여 기준에 명료하게 적용되지 않으나 치료가 필요한 그레이존(Grey Zone)에 속한 환자들은 현재 급여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의료진들은 임상 연구 참여, 무상 공급 등의 방법을 통해 환자들이 치료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지만, 한계가 존재한다.
지난 솔리리스·울토미리스 임상 시 한국 환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경향을 보였는데, 이는 상대적으로 낮은 보험 접근성으로 인해 환자들이 임상 연구를 통한 치료 기회를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했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는 보험 접근성이 보장된 환경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어 임상 연구 참여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경향을 보인다.
정부 차원에서 재정 건전성이 필요하다는 점은 이해하지만, 보이데야와 같은 신약들이 PNH 치료의 미충족 수요를 해결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킨 만큼, 환자들이 급여 제도 내에서 안정적으로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인터뷰를 통해 전하고 싶으신 메시지가 있으시다면?
국내의 PNH 관련 임상 연구나, 치료 수준, 논문 수 등을 봤을 때 전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수준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급여 기준은 그렇지 않다. 의료진들이 환자 치료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한계가 존재한다.
이에 PNH 및 혈관 외 용혈로 고통받는 환자들이 급여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치료 접근성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