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 20년 전과 다름없는 희귀질환 환자의 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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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 20년 전과 다름없는 희귀질환 환자의 환경" 
  • 문윤희 기자
  • 승인 2025.02.28 06: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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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제·치료법 없는 수포성표피박리증, 보호자 전방위 케어로 버텨"
"환자 돌볼 수 있는 의사는 단 한명, 드레싱도 환자보호자가 알려줘"
"보호자 드레싱, 현재는 불법…홈케어, 지원 방안 필요"
"희귀질환복지법 제정, 환자 어려움 개선되는 시발점 될 것" 

20년째 변함없이 80만 명이라는 통계 수치를 나타내는 국내 희귀질환자의 수. 국가가 지원하는 희귀질환의 범위는 매년 늘어나고 있지만 환자의 수는 변함이 없다. 

국내에 추정되는 희귀질환자의 수는 20년 전 이후 그저 추정치로 남아 있어, 이들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시선이 어떠한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희귀질환자 현황 파악도 되지 않은 실정에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 살아가는 희귀질환자의 삶은 과연 존중받고, 이해되고 있을까? 

이 같은 물음에 권영대 한국수포성표피박리증환우회 대외협력팀장은 단호히 "아니"라고 말한다. 그는 27일 세계희귀질환의날을 기념해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희귀질환복지법 제정 토론회'에서 "사회적 존재로 인정받기를 원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권영대 한국수포성표피박리증환우회 대외협력팀장(사진 왼쪽에서 두번째)가 환자보호자로 토론회에 나서 희귀질환복지법 제정 필요성과 희귀질환에 대한 처우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모습.
권영대 한국수포성표피박리증환우회 대외협력팀장(사진 왼쪽에서 두번째)가 환자보호자로 토론회에 나서 희귀질환복지법 제정 필요성과 희귀질환에 대한 처우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모습.

환자와 그 보호자가 '질환'으로 취급되지 않고 한 개인으로 존중받기 원한다는 염원을 비춘 그는 "환자 역시 대한민국 국민이며 오늘과 내일을 살아갈 대한민국 사람"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희귀질환복지법 제정의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장애아를 둔 부모의 소원이 그러하듯 "아이보다 하루만 더 사는 것"이 희귀질환 환자 보호자의 맘이라고 밝힌 권영대 팀장은 "지금은 보호자가 있어 홈케어를 받지만, 보호자의 부재라는 말은 그나마 유일한 홈케어도 부재하다는 말"이라면서 "더 생각하기도 싫은 것은 병든 부모일 수 있다"면서 희귀질환복지법의 조속한 제정을 촉구하기도 했다. 

누구에게나 언제든 닥칠 수 있는 '희귀질환'을 사회적으로 보호받으며 치료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달라 호소한 권 팀장의 토론회 발표문 전문을  뉴스더보이스가 소개한다. 

안녕하세요. 저는 2003년생 선천성 수포성표피박리증 환자의 보호자이자 한국수포성표피박리증환우회 대외협력팀장을 맡고 있는 권영대입니다. 오늘 이 귀한 자리에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수포성표피박리증을 한 문장으로 말씀드리면 “사소한 자극에도 수포가 발생한다”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정말 지극히 사소한 외부의 자극에도 전신의 피부와 점막에 수포와 짓무름이 반복적으로 발생하여 이로 인한 상처와 흉터가 평생에 걸쳐 지속되는 희귀질환입니다.

반복적인 상처와 이로 인한 염증은 외부로 드러난 피부 외에도 구강과 식도, 안구, 내부 장기에 이르기까지 침범하지 않는 부위를 찾기 힘들고, 그 통증 또한 3도 화상에 버금가는 매우 고통스러운 질환입니다. 인구 5천만명의 우리나라는 약 250명 정도의 선천성 수포성표피박리증 환자가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으며, 국민건강보험 산정특례 적용 현황에 따르면 2024년 8월 기준, 등록 환자는 78명에 불과합니다.

수포성표피박리증은 아직 근본적인 치료방법이 없습니다. 그렇기에 대증요법으로 물집과 상처, 궤양 등 병변 및 2차 감염 방지를 위한 피부 드레싱과 함께 가려움, 통증 등에 대한 약물치료를 하루도 빠짐없이 가정에서 수행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더불어 식도

협착과 합지, 관절구축 등의 장애를 벗어나기 위한 수술 및 재활치료, 전신의 상처와 염증으로 인한 빈혈과 영양 결핍을 해소하기 위한 특수 영양식 등 말 그대로 보호자의 전방위적인 케어가 없으면 하루도 버틸 수 없는 질환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홈케어의 어려움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수포성표피박리증은 치료제도, 치료법도 없는 실정입니다. 그렇기에 병원에 가더라도 상처 치료를 위해 가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이 질환으로 인한 다양한 합병증을 치료하기 위해 피부과가 아닌 소아과, 심장내과, 정형외과, 성형외과, 항문외과, 비뇨기과, 산부인과, 내분비내과, 안과, 치과 등을 수시로 내원합니다. 피부과를 가는 이유는 대부분 피부 드레싱에 필요한 드레싱제재를 처방 받기 위해서 입니다. 이러한 제재들은 동네 병원은 물론이고 대학병원이라고 해서 아무데서나 처방 받을 수 없습니다.

대부분의 희귀질환이 비슷한 경우를 겪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환자의 수가 적다 보니 환자를 보는 의사의 수는 더 적습니다. 그래서 같은 질환을 가진 희귀질환 가족은 대부분 한두곳의 병원에서 마주치게 됩니다. 제 아이가 태어난 2003년에는 수포성표피박리증을 알고, 진단하고, 이러이러한 드레싱이 필요하다고 말씀을 해주실 수 있는 의사가 단 한 분 계셨습니다. 22년이 지난 지금은 서울의 빅5를 비롯한 몇몇 대학병원에서 진단은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온몸이 벗겨져 태어난 아이를 처치할 수 있는 의사는 지금도 한 분 밖에 안 계십니다. 22년 전 그 교수님의 제자입니다.

보호자가 가정에서 드레싱을 한다고 하니까 한 기자가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습니다. 병원에서 드레싱을 배우셨나요? 제 대답은 “아니오” 입니다. 오히려 지금 유일하게 처치가 가능한 해당 병원의 교수님이 전공의였을 때 저희 보호자들에게 드레싱 방법을 묻고 배우셨습니다. 저희 환우회의 막내는 23년생입니다. 용산구의 순천향대병원에서 다리가 벗겨진 채로 태어나자마자 곧바로 서울대병원으로 전원 되었고, 해당 병원에서 진단은 내려졌으나 도저히 케어가 안되어 강남세브란스로 다시 전원 되어 기본적인 처치를 받고 퇴원해서 현재는 보호자가 홈케어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다리가 벗겨져 태어나기도 하고 손과 발, 몸통 부위가 전부 벗겨져 태어나기도 합니다. 그런 아이를 만질 수도, 안을 수도 없습니다. 정말 손발이 덜덜 떨립니다. 그 상태에서 산후조리도 못한 산모와 초보아빠는 아이의 드레싱을 해야 합니다. 아빠는 돈을 벌러 나가고 엄마는 손 대면 상처가 생기는 아이를 안을 수도 그렇다고 그냥 놔둘 수도 없는 상태로 그 아이와 하루를 온전히 함께 합니다. 아이가 잠든 밤에도 엄마는 온전히 잠들 수 없습니다. 자다가 긁어 상처가 덧나는 아이를 위해 옆에서 지켜야 합니다. 미치지 않으면 다행입니다.

가장 가까운 조부모의 도움도 받기 어렵습니다. 시부모님은 니가 뭘 잘못해서 그런 거 아니냐고만 안하시면 다행이고, 친정부모님은 산모와 함께 죄책감에 시달리지만 않으셔도 다행입니다. 오히려 23년생 아이의 엄마는 요즘도 잘 모르겠고, 힘들고 지칠 때면 저의 배우자에게 전화를 해서 한참동안 울고 웃다 전화를 끊습니다. 밤에 걸려오는 그 전화를 옆에서 들으면 그 두 사람이 정말 모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2003년과 2023년이라는 20년의 간극에도 불구하고 한국사회는 희귀질환자와 그 가족을 위해 과연 무엇이 달라졌는지 묻게 됩니다. 당장의 드레싱 비용이 얼마고, 간병비, 재활치료비가 얼마가 들고, 급여/비급여가 왜 문제인지도 시급합니다만 매우 따뜻한 단어인 홈과 케어가 만나 왜 이런 차디찬 현실을 표현하는 단어가 됐는지에 대해 함께 고민해 주셨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 저희 질환의 이해를 돕기 위해 슬라이드 몇 장 함께 보도록 하겠습니다.

희귀질환복지법 제정의 필요성

희귀질환 정책의 현실과 요구는 모두 2015년 제정되어 2016년부터 시행된 “희귀질환관리법”과 그에 따른 ‘시행령’, ‘시행규칙’을 그 근거로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법령 어디에도 “희귀질환자의 정의”, “희귀질환자의 권리”, “희귀질환자에 대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라는 내용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저 “희귀질환”만을 이야기할 뿐입니다. 이에 반해 “장애인복지법”을 위시한 “노인복지법”, “아동복지법”, “청소년기본법”에 더해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조차 해당하는 “수용자”와 “수형자” 등의 ‘이름’을 가진 시민의 ‘정의’와 ‘권리’, ‘차별금지’ 및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를 나열하고 있습니다. 물론 앞에 나열한 법률과 유사한 정도의 “희귀질환자 복지법”이 제정된다고 해서 오늘의 희귀질환자가 맞선 어려움이 모두 해결되리라는 순진한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 해결의 시발점은 분명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희귀질환을 실질적으로 관리하는 질병관리청 헬프라인 누리집에는 지정 희귀질환의 숫자가 매우 구체적으로 매년 업데이트 되고 있습니다. 2024년까지 수포성표피박리증을 포함한 총 1,248개의 질환이 지정되었고, 같은 해에 66개 질환을 신규로 지정하여 2025년에는 1,314개 질환에 대하여 국가가 지원할 계획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희귀질환자의 숫자는 20년째 80만과 200만 가족이라는, 20년 전에도 추정이었고, 이후에도 통계를 낸 적이 없어 당시의 추정을 그대로 받아쓸 수밖에 없는 2025년 대한민국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이게 뭐가 문제냐?” 싶으실 수도 있습니다만, 현대사회에서 통계에서 제외됐다는 건 사회적 존재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우리 사회에 존재하지만, 투명인간처럼 지워진 희귀질환자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입니다. 우리는 질환으로 이 사회에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희귀질환자는 분명 오늘을 살고 있는 대한민국 시민이며 내일도 사라지지 않을 대한민국 시민입니다. 그에 맞는 “이름”을 갖고, 그에 따른 “권리”를 가지며, 이들에게 국가가 자신의 “책무”를 다할 수 있는 법률적 기반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입니다.

혼자 남은 희귀질환자

저는 제 가족이 지나온 지난 22년간의 이야기는 이제 누구에게든 담담하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 가족이 겪은 삶을 그대로 재생하는 것 같은 새로운 환아 가족의 이야기나 혼자 남을 제 아이의 미래는 그러기가 쉽지 않습니다. 장애아이를 가진 부모의 소원은 그저 아이보다 하루 더 사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어 보셨을 겁니다.

한국사회에서 희귀질환자 부모의 마음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22년의 시간도 굳세게 잘살았는데 앞으로 44년! 그냥 살면 되지! 라고 생각하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습니다. 저도 제 배우자도 늙고, 병들고, 경제력도 쇠할 테니까요. 건강한 손을 가져도 손이 닿지 않고 눈에 보이지 않는 부위에는 스스로 드레싱을 할 수 없습니다. 아까 사진을 보셔서 아시겠지만 하물며 그 손으로 어떻게 드레싱을 할 수가 있겠습니까?

보호자의 부재라는 말은 그나마 유일한 “홈케어”도 부재하다는 말입니다. 생각하기도 싫지만 부재보다 더한 건 그저 병든 부모일 수도 있습니다. 희귀질환자에게 지금의 정책과 제도가 아닌 새로운 정책과 비전이 필요한 이유이며, 오늘 우리가 희귀질환복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합니다.

최후 발언

각자도생, 무한경쟁, 이러한 삶의 방식이 공정과 평등의 뉴노멀이 된 것 같은 세상을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이유, 그리고 모두가 바라는 세상은 그러한 경쟁에서 밀리더라도 죽지는 않는 세상, 치열한 경쟁을 마친 후 승자에게 존경을, 패자에게 존중을 보여주는 세상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와 제 가족이 그랬듯, 또 오늘 함께 자리한 희귀질환 가족에게 그랬듯, 희귀질환은 언제, 누구에게 닥칠지 아무도 모릅니다. 건강약자이자 소수자인 희귀질환자의 삶이 안전한 사회라면 분명 모두에게 안전한 사회로 대한민국이 한발 다가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안전한 대한민국을 위해 희귀질환자복지법 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말씀을 다시 한번 전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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