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의대생 조건없이 복귀...특혜성 조치 안돼"
"환자기본법 제정-환자정책국 신설 신속히 추진"
"필수의료 공백 방지위한 의료법 개정 속도 내야"
"수련환경 개선, 환자 안전·인권 보호와 병행"
"의료사고 사법리스크 분석 보고서 공개"
의정갈등과 의료공백 사태로 피해를 입은 환자들이 '환자중심 의료개혁'을 실현할 요구사항을 들고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 섰다. 이들은 의료공백 사태가 지속돼 온 지난 1년 5개월을 '각자도생(各自圖生)'의 시간들로 기억했다. "환자들은 정부와 의료계 모두에 대한 신뢰를 잃었고, 치료 정보를 공유하고 서로를 응원하며 버텨야 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가 환자 중심이 아닌, 의사 중심임을 절감했다"고 했다. '각자도생'은 고통 그 자체였지만, 환자들에게도 깨달음을 줬다. 의사 중심이 아닌 환자 중심의 보건의료체계, 이게 안되더면 환자와 의사가 함께 중심이 되는 보건의료체계를 만들 제도적 과제를 스스로 마련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환자들은 그 결과물을 지난 대통령선거 때, 또 국정기획위원회 활동시기에 적절하게 목소리를 내며 후보자와 정부에 전달했다. 하지만 의정갈등 사태를 봉합하는 과정에서조차 여전히 피해자인 환자들은 뒷전이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가 다시 용산 대통령실 앞에 서서 기자회견을 열고 목소리를 낼 수 밖에 없었던 이유다. 기자회견에서는 '환자중심 의료개혁'을 위해 그동안 주창해온 요구들을 다시 담아냈다. 또 전공의와 의과대학생 복귀에 대한 논평, 이른바 '의료사고 사법리스크 보고서' 등도 거론됐다.
기자회견 주요내용은 이렇다.
전공의-의대생 복귀 형평성 논란 없게=이들 단체는 "이재명 정부는 출범 이후 의료계 대표들과 소통하며 전공의·의대생 복귀를 포함한 의정갈등 해소를 논의 중"이라면서 "의료계의 목소리를 듣는 것은 환영하지만, 정작 피해자인 환자의 목소리는 듣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 환자 없이 논의가 이루어진다면 환자·국민의 정서와 상식에 반하는 결론으로 이어질 수 있어 우려스럽다"고 했다.
구체적으로는 "지난 1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와 교육위원회,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 대한의사협회가 함께 <의과대학 교육 정상화를 위한 공동 입장문>을 발표했다"면서 "미복귀 의대생 전원 복귀 소식은 의료정상화의 신호탄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가운 일"이라고 했다.
이들 단체는 이어 "의대생의 복귀에 반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복귀한 의대생을 위해 법령의 범위 안에서 형평성 논란이 없는 상식적인 수준의 학사 지원에 반대할 이유도 없다. 그러나 특혜로 인식될 수 있는 예외적 조치는 정의와 형평성에 어긋나며, 먼저 복귀한 이들에게는 정부에 의한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면서 "복귀는 조건 없이 자발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했다.
환자중심 보건의료 환경 조성을 위해=이들 단체는 "의정갈등으로 인한 의료공백 사태는 보건의료 환경이 환자 중심적이지 않을 때 국민·환자가 어떤 고통과 피해를 겪는지를 보여줬다"면서 "환자의 투병과 권익 증진을 위한 <환자기본법> 제정, 보건복지부 조직 내 환자정책과·환자안전과·환자피해구제과 등을 포함하는 <환자정책국> 신설, 환자의 투병·사회복지·정서적 지지·사회복귀 등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환자투병통합지원 플랫폼> 설립을 신속히 추진해 달라"고 했다.
필수의료 공백 방지법 신속 발의=이들 단체는 "새 정부는 의대 없는 지역에 의대 신설과 공공의료 사관학교(공공의대) 신설 추진을 보건의료 핵심 공약으로 발표했다. 그러나 그 추진 과정에서 또다시 의정갈등이 반복된다면 환자와 국민은 같은 피해를 반복해서 겪게 된다"고 했다.
실제 "2020년에도 같은 사태가 있었다. 당시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응급환자 사망 사례가 발생했다"면서 "환자단체는 국회에 응급실·중환자실·분만실과 같은 필수유지 의료행위는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의료법 개정안(일명, 필수의료 공백 방지법) 제정을 요청했고,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이 이를 대표 발의했지만, 의료계 반대로 21대 국회에서 폐기됐다"고 했다.
이들 단체는 이어 "2024년 한 해 동안 환자들은 국회에서 <필수의료 공백 방지법>제정을 요구하며 6월 13일 국회 정문 기자회견 6월 18일 국회 본청 간담회, 그리고 7월 4일에는 환자 400여 명이 서울 보신각에 모여 집회를 열며 필수의료 공백 방지법 제정을 강력히 촉구했다"고 했다.
그러나 "22대 국회가 개원한 지 13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어떤 국회의원도 해당 법안을 발의하지 않았다. 만일 2020년에 이 법이 통과되었다면 2024년 전공의 집단사직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고, 지금과 같은 의료공백도 없었을 것이다. 환자들이 가장 시급히 원하는 법률은 <필수의료 공백 방지법>"이라고 했다.
수련환경 개선-환자 안전·인권 보호 병행 추진=이들 단체는 "수련병원인 (상급)종합병원에서 전공의 없이 전문의와 진료지원 간호사만 있는 1년 5개월을 보낸 환자들은 전공의 수련으로 인한 환자의 안전과 인권 침해가 심각하다는 사실을 경험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국회는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뿐 아니라 수련의 대상인 환자의 안전과 인권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입법적 조치를 병행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의료사고 사법리스크 분석 보고서 신속 공개=이들 단체는 "의료계는 전공의와 의사가 응급, 중증외상, 분만, 중증소아 등 고위험 필수의료를 기피하는 이유로 검찰의 높은 기소율과 법원의 중형 선고 때문이라는 일명, <과도한 사법 리스크>를 주장하며, 형사처벌 면제를 요구해 왔다"고 했다.
이어 "이 주장은 2022년 11월 9일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의 「의료행위 형벌화 현황과 시사점」보고서에서 시작됐으며, 2013~2018년 연평균 754.8건의 의사 기소가 있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했다.
이들 단체는 "그러나 해당 주장 근거가 된 의료정책연구소 자료는 시민사회와 전문가들 사이에서 팩트 검증 필요성이 제기되었고,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의료사고 사법리스크 현황 분석 및 함의」 연구를 2024년 12월부터 추진했다"고 했다.
이어 "해당 연구는 2025년 5월까지 연장됐고, 4월에 「의료사고 안전망 전문위원회」에서 중간결과가 보고됐으나 7월 현재까지 공식 결과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면서 "언론은 최근 5년간 실제 1심 판결이 나온 의사 기소 사건이 연평균 34건, 약식기소 포함 연 50건 미만이라고 보도하며 의료계 주장과는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7월 3일 보건복지부에 연구결과의 신속한 공개를 촉구했지만, 아직 답변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의료계가 주장하는 <과도한 사법 리스크> 팩트 확인과 의사의 업무상과실치사상죄 형사처벌 면제 특례의 필요성 판단에 중요한 근거자료가 될 보건복지부에서 발주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수행 중인 연구용역의 위탁 과제(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의료사고 사법리스크 현황 분석 및 함의) 결과를 신속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했다.
이들 단체는 결론적으로 "의료는 특권이 아니다. 환자 없는 의료는 존재할 수 없다"면서 "새 정부는 대통령의 공약처럼 <환자 중심 의료개혁>을 반드시 실현하고, 의정갈등에 의한 의료공백 사태의 실제 피해 당사자인 환자에게도 1년 5개월 동안 겪은 환자 경험과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입법적 의견을 전달할 기회를 마련해 주기 바란다"고 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는 연합회 소속 한국백혈병환우회, 한국GIST환우회, 한국신장암환우회, 암시민연대,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한국건선협회,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한국신경내분비종양환우회, 한국PROS환자단체, 한국파킨슨희망연대 등 10개 단체 관계자들이 함께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