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재정, 흑자 둔화·지출 급증…통제장치 마련 시급"
상태바
"건강보험 재정, 흑자 둔화·지출 급증…통제장치 마련 시급"
  • 최은택 기자
  • 승인 2025.07.30 09: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부 비상진료에 3조원 이상 투입…국회 심의 없이 집행
예산정책처 “건보기금화·지출 상한제 등 관리체계 필요”
[사진=뉴스더보이스헬스케어]
[사진=뉴스더보이스헬스케어]

국민 건강을 책임지는 국민건강보험 재정의 지출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이를 관리·통제할 제도적 장치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국회에서 제기됐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24회계연도 결산보고서를 통해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한 지출 통제와 재정 운용 체계 개선이 시급하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건강보험 총수입은 99조 870억원으로, 보험료 수입이 83조 9,520억원, 국가지원금이 12조 1,658억원, 기타 수입이 2조 9,692억원을 차지했다. 총지출은 97조 3,626억원에 달했으며, 이 가운데 93조 7,685억원이 보험급여비로 쓰였다.

당기수지는 1조 7,244억원 흑자를 기록했으나 전년(4조 1,276억원) 대비 흑자 규모가 41.8% 수준으로 급감했다. 특히 정부지원금을 제외할 경우 실제 재정수지는 10조 4,414억원 적자로, 전년보다 적자 폭이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비상진료대책 추진을 위한 건강보험 재정 투입이 재정 안정성을 악화시켰다고 분석했다. 보건복지부는 2024년 의정 갈등에 따른 의료 공백에 대응하기 위해 2조 9,874억원의 건강보험 재정을 긴급 투입했다. 이 중 비상진료 수가 한시 인상에 1조 5,031억원, 수련병원 선지급에 1조 4,843억원이 사용됐다. 선지급금은 2025년부터 상계 처리될 예정이나, 수가 인상분은 회수되지 않는 일회성 지출로 건강보험 재정에 직접적인 부담이 된다.

예산정책처는 이처럼 정부 정책 결정에서 비롯된 의료공백 대응에 건강보험 재정을 사용하는 것은 원칙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건강보험은 가입자의 보험료로 조성된 공적 재원으로, 가입자의 진료비 보장에 우선 사용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정부가 추진 중인 필수의료 정책과 의료개혁 과제에도 상당한 재정이 소요될 전망이다.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위는 2024년부터 2028년까지 20조원 이상을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분만·소아 수가 인상 등에 투입할 계획이다. 예산정책처는 이런 상황을 반영할 경우, 건강보험 재정의 적자 전환 시점은 2025년으로 앞당겨지고, 누적 준비금 소진 시점도 2028년으로 2년 앞당겨질 것으로 전망했다.

건강보험 재정 운용 구조 자체에 대한 개선 필요성도 제기됐다. 현재 건강보험은 국민건강보험공단 회계로 운영되며, 예산 편성과 결산 승인권은 모두 보건복지부가 갖고 있다. 이에 따라 국회의 심의·의결을 거치지 않고 수 조원대의 지출이 집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재정운용의 투명성과 책임성 확보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특히 건강보험은 국민연금·고용보험·산재보험 등 여타 사회보험과 달리 기금 형식으로 운영되지 않아, 「중장기 기금재정관리계획」 제출 의무도 없다. 이에 따라 건강보험 지출이 국가재정에서 과소평가되고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국회는 2023년 결산 심의 과정에서 ‘건강보험의 기금화 또는 관련 법령 개정을 통해 국회 등 외부 통제를 강화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복지부는 이에 따라 시행계획 수립과 정보공개 확대를 약속했지만, 예산정책처는 “이는 투명성 제고에 그칠 뿐, 국회의 실질적 통제 강화 방안으로는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복지부는 기금화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의료비 지출의 변동성이 크고, 정책 우선순위에 따라 보장성 강화 예산 확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예산정책처는 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건보지출 확대를 감안할 때, 적절한 지출 관리를 위한 제도 마련이 불가피하다고 봤다.

예산정책처는 한국조세재정연구원, KDI 등 외부 연구기관의 분석을 인용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내 재정심의 기능 분리 ▲지출 상한제 도입 ▲보건복지부와 기획재정부 공동 참여 기구 설치 등의 방안을 제안했다. 주요 선진국들이 지출상한 설정, 보험료 차등, 국회 승인 등의 절차로 건보재정을 통제하고 있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예산정책처는 “건강보험 재정의 특성과 급증하는 지출을 감안할 때, 기금화를 포함한 재정관리체계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며 “건강보험 재정이 가입자와 국민 모두에게 신뢰받으며 지속가능하게 운영되기 위한 선제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