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 시선] 30년 묵은 갈등, '통합약사'가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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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 시선] 30년 묵은 갈등, '통합약사'가 답이다
  • 최은택 기자
  • 승인 2025.09.22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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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와 한약사의 갈등은 오래된 직역 갈등 중 하나다. 그 뿌리는 1996년 이른바 ‘한약 파동’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정부는 한의사의 의약분업을 추진하면서 한약사 제도를 함께 도입했다. 취지는 분명했다. 한의사의 처방과 한약사의 조제를 분리해 국민 안전을 강화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한방분업은 끝내 시행되지 않았고, 한약사 제도만 덩그러니 남았다. 이후 한약사는 제도적 보호막 없이 약사와의 갈등 한가운데로 내던져졌다.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갈등이 봉합되지 못한 이유다.

최근 동아대병원 문전약국 사건은 이러한 갈등이 폭발 직전임을 보여준다. 한약사가 개설한 문전약국에서 약사를 고용해 전문의약품을 취급한 것을 두고, 약사회는 “사실상 면허대여”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대한약사회 권영희 회장은 “중증환자가 많은 종합병원 앞에서 전문의약품을 한약사 약국이 취급하는 것은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심각한 불법행위”라고 지적했다. 반대로 대한한약사회는 “법원 판결에서도 교차고용과 약국 개설이 인정됐다”며, 오히려 의약품 도매업체들이 공급을 꺼리는 것이 문제라고 맞서고 있다. 갈등은 법정 공방으로까지 번지고, 이제 국정감사 현안으로 다뤄질 정도로 정치권까지 확대됐다.

문제의 본질은 제도의 구조적 결함이다. 현행 약사법은 약사와 한약사의 업무 범위를 “약사는 한약을 제외한 약사 업무 전반, 한약사는 한약과 한약제제”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약국 현장에서는 구분이 애매하다. 일반의약품이나 전문의약품과 한약제제의 경계가 모호하고, 환자 입장에서는 굳이 약사와 한약사의 면허 차이를 구분하기 어렵다. 이런 회색지대가 누적되면서 갈등은 불신으로, 불신은 다시 갈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반복했다.

정부의 책임도 무겁다. 복지부는 2011년 이후 한약사 문제를 수차례 제기받고도 행정처분을 사실상 방치해 왔다. 약사회의 고발은 수사기관에서 전문성 부족으로 복지부에 공을 넘기고, 복지부는 “입법 미비”라는 이유로 애매한 답변만 반복한다. 그 사이 한약사들은 면허 범위 밖 활동을 확대했고, 약사들은 “불법을 방치한다”며 분노를 쌓았다. 정부가 30년 가까이 사실상 손을 놓으면서 두 직능의 감정의 골은 이제 메우기 어려운 수준에 도달했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땜질식 처방이 아니라 근본적 구조조정이다. 무엇보다 정부는 한방분업이라는 미완의 제도를 공식적으로 폐기하고, 직능 이원화 구조를 통합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제도의 원래 전제가 사라진 상황에서 한약사 제도만 유지하는 것은 정책 실패를 방치하는 것과 다름없다.

바로 ‘통합약사’ 제도다. 사실 과거 대한약사회 집행부는 한약사와 약사를 아우르는 통합약사 방안을 추진한 적이 있다. 그러나 약사사회의 반발로 좌초됐다. 기득권을 의식한 단기적 이해관계가 근본적 해법을 가로막은 셈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갈등이 고착화된 상황에서는 통합약사가 오히려 가장 합리적이다. 교육과정과 면허 체계를 일원화해, 한약과 한약제제를 포함한 약물 전반을 다루는 보건 전문가로 재정립하는 방식이다. 그렇게 해야 중복 면허로 인한 불필요한 소모전을 끝내고, 국민 입장에서도 혼란 없는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물론 통합약사 전환은 간단치 않다. 현직 약사와 한약사의 이해를 조율하고, 교육과정 재설계와 법령 정비도 필요하다. 그러나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지금처럼 갈등이 계속된다면 행정력과 사법 자원은 소모되고, 직능 단체들은 불신만 키우며,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한약사 제도는 출발부터 구조적 한계를 안고 태어난 ‘사생아’였다. 이제라도 그 잘못된 설계를 바로잡아야 한다. 정부가 한방분업 폐기를 명확히 선언하고, 통합약사라는 큰 틀의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그것이 약사와 한약사 모두를 위한 길이며,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최소한의 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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