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가·필수의약품·아동정신건강 등 보건정책 전반 제도 개선 요구 쏟아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국정감사를 앞두고 주요 보건의료 현안을 망라한 보도자료를 잇따라 발표했다.
보건의료 공직자들의 대형 로펌 이직 실태부터, 민간의료기관의 보안 사각지대, 상병수당 부실 운영, 아동정신건강 악화, 마약류 의약품 의료쇼핑까지 문제점이 총망라됐다.
각 의원들은 정부의 책임 있는 대책 마련과 제도개선을 촉구하며 이번 국감이 “보건의료개혁의 분수령”이 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뉴스더보이스는 추석 연휴 기간 중 배포된 보건복지위 소속 국회의원들의 보건의약분야 보도자료를 발췌해 정리했다.
[김선민 의원]
“심평원 퇴직자, 로펌 가면 월급 5배↑”… 전관예우·이해충돌 우려
지난 5년간 보건복지부·식약처·심평원 등 보건의료 핵심기관 출신 27명이 김앤장, 태평양, 율촌, 세종 등 6대 로펌으로 이직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선민 의원(조국혁신당)이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분석한 결과, 김앤장 이직자가 7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태평양·율촌이 각 5명, 세종 4명, 광장·화우 각 3명으로 집계됐다. 출신 기관별로는 식약처와 심평원이 각각 9명으로 최다, 복지부 8명, 건보공단 1명 순이었다.
심평원 출신 중 화우로 이직한 인원의 평균 월 보수는 3,134만 원, 김앤장으로 옮긴 경우 593만 원에서 2,903만 원으로 약 5배 인상된 것으로 조사됐다. 김 의원은 “이직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지만, 퇴직 후 이해충돌과 전관예우 관행을 최소화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며 “공공분야 전문가들이 합당한 보상을 받으며 일할 수 있도록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25년째 11원짜리 약”… 물가도 반영 안 되는 퇴장방지의약품
김선민 의원은 또 퇴장방지의약품 628개 중 197개(31.4%)가 5년 이상 가격 인상 없이 동결, 그중 57개 품목은 20년 넘게 1원도 오르지 않았다고 밝혔다. 대표적으로 ‘알파아세트아미노펜정(0.5g)’은 2000년 지정 당시 11원이었고, 25년이 지난 지금도 동일하다.
김 의원은 “원가보전 신청이 없어도 사후관리 제외 등의 이유로 제약사들이 인상 요청을 하지 않는다”며, “국가가 지정만 하고 원가 보전은 방치한 채 공급중단이 반복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주기적 상한금액 재평가와 원가산정 기준 현실화 등으로 제도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종헌 의원]
“민간의료기관 0.06%만 보안관제 가입”… 사이버보안 무방비
국민의힘 백종헌 의원은 75,187곳의 민간의료기관 중 보안관제 서비스에 가입한 곳이 44곳(0.06%)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한국사회보장정보원 자료에 따르면, 상급종합병원은 54.3% 가입률을 보였지만 종합병원은 7.4%, 병·의원급은 0.007%에 그쳤다.
보안관제 시스템 구축에는 평균 8,600만 원의 초기비용(탐지센서 5,500만 원·VPN 454만 원 등)이 필요해, 소규모 의료기관에는 큰 부담이다. 정부는 장비 54대를 지원했으나, 전체 의료기관의 0.07% 수준으로 턱없이 부족했다.
백 의원은 “해킹사고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국민의 의료정보가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며 “보안관제 장비 지원 확대와 인센티브 부여 등 실질적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인순 의원]
“심정지 생존율 9.2%로 개선…CPR 교육·홍보 강화 시급”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질병관리청 자료를 인용해 급성심장정지 생존율이 2015년 6.3%에서 2024년 상반기 9.2%로 상승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일반인 심폐소생술 시행률도 14.1%→30.2%로 증가했다. 그러나 영국(76.8%), 미국(41.7%) 등 선진국에 비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남 의원은 “심정지 골든타임은 4분이며, 심폐소생술이 1분 늦어질 때마다 생존율은 7~10%씩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응급처치교육 예산이 2023년부터 2026년까지 매년 25억 원으로 동결돼 있다”며, “일반인 대상 CPR 실습교육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자 돕는 대변인 16%가 병원 소속 변호사”
남 의원은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환자대변인제도’에 선정된 변호사 56명 중 9명이 병원 자문·소송대리 등 병원 측 변호사로 활동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의료사고 환자를 조력해야 할 대변인이 병원 측 변호사라면 이해충돌이 불가피하다”며, “현직 병원 자문·소송 변호사는 해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박희승 의원]
“‘아프면 쉴 권리’ 유명무실… 상병수당 예산 3년 새 75% 삭감”
박희승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상병수당 시범사업’이 2022~2023년 재정사업평가에서 2년 연속 ‘미흡’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예산은 2023년 204억 원에서 2024년 146억 원, 올해 36억 원으로 3년 만에 75%가 삭감됐다.
실집행률도 2022년 35%, 2023년 32.4%에 그쳤으며, 참여 의료기관은 전체의 10% 수준에 불과했다.
박 의원은 “OECD 38개국 중 34개국이 상병수당을 운영 중인데, 한국만 아직 제자리에 머물고 있다”며 “본사업(2027년) 추진을 위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필수의약품 수급 불안 심화… 6년간 147건 공급중단”
박 의원은 식품의약품안전처 자료를 근거로, 2020년 이후 국가필수의약품 공급중단이 147건에 달한다고 밝혔다. 공급중단 사유는 채산성(17.7%), 제조원 문제(17%), 판매부진(15%), 원료수급 문제(9.5%) 순이었다.
그는 “시장 기능만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한 사안”이라며, “이재명 정부의 필수의약품 안정공급 공약이 실질적으로 작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영석 의원]
“정신병원 아동·청소년 환자 2배 증가… 초등생도 항우울제 처방”
서영석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최근 5년간 정신병원에 입원한 아동·청소년이 2020년 1,076명 → 2024년 2,126명으로 2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ADHD 등 행동문제로 인한 입원은 266명→668명, 우울·불안 등 정서문제는 514명→963명으로 급증했다.
또한 4년 반 동안 아동·청소년 정신과 약물 처방 환자가 220만 명을 넘어섰으며, 초등학생 우울증 환자는 2배 이상 늘었다. 서 의원은 “약물보다 상담·심리치료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복지부는 아동정신건강 관리체계를 전면 재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윤 의원]
“투석 사무장병원, 5년간 1,623억 원 건보재정 파먹어”
김윤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최근 5년간 투석 관련 사무장병원 9곳에서 총 환수대상액 1,623억 원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2020년 1,147억 원, 2023년 19억 원, 2024년 160억 원, 2025년 294억 원으로 최근 3년간 급증세를 보였다.
김 의원은 “특별사법경찰권이 없는 건보공단은 불법 의료기관을 직접 수사할 수 없다”며, “공단에 특사경 권한을 부여해 부당 청구·불법 개설을 신속히 적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진숙 의원]
“졸피뎀 처방, 1년간 56개 병원 전전”… 마약류 의료쇼핑 여전
전진숙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식약처 자료를 인용해 졸피뎀·식욕억제제·ADHD 치료제 등 마약류 의약품을 다수 병원에서 중복 처방받는 사례가 여전히 심각하다고 밝혔다. 졸피뎀 상위 20명은 총 74,694정을 197개 의료기관에서 처방, 그중 1명은 56곳을 돌며 9,332정을 받았다.
ADHD 치료제(메틸페니데이트)는 32개 기관에서 11만 2천정, 식욕억제제(펜터민 등)는 60개 기관에서 11만 1천정을 처방받았다.
전 의원은 “마약류 통합관리시스템과 처방시스템의 연계가 실제로 작동하는지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며 “중복 처방 차단을 위한 현장 점검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