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 급여·연명의료 인센·응급실 뺑뺑이…“재정 우선순위부터 따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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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모 급여·연명의료 인센·응급실 뺑뺑이…“재정 우선순위부터 따져야”
  • 최은택 기자
  • 승인 2025.12.24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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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단체연합회, 복지부 대통령 업무보고 주요 지시사항에 공식 입장
“개별 사안 아닌 보건의료 체계 전반의 문제”
[사진=한국환자단체연합회]
[사진=한국환자단체연합회]

보건복지부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제시된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급여화, 연명의료 중단 환자 인센티브 검토, 응급실 ‘뺑뺑이’ 대책, 필수의료 활성화 방안 등을 두고 환자단체가 “건강보험 재정의 사용 우선순위와 환자 안전 원칙을 먼저 확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탈모 급여화에 대해서는 논의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는다면서도 아직 급여 적용을 받지 못하는 항암제 유지요법·유방재건술 등과 함께 사회적 논의가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24일 입장문을 내고,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6일 보건복지부·질병관리청·식품의약품안전처를 대상으로 진행한 업무보고에서 지시한 주요 보건의료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연합회는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급여화, 연명의료 중단 환자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검토, 응급실 뺑뺑이 대책, 필수의료 활성화 방안 등 네 가지 사안을 중심으로 평가와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탈모 치료제 급여화 “원칙적 반대는 없지만 우선순위 검토 필요”

연합회는 대통령이 탈모 치료제를 질환의 일부로 보고 건강보험 적용 가능성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데 대해 치료제에 대한 경제적 부담 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 자체를 부정할 이유는 없다고 밝혔다. 다만 급여화를 위해서는 임상적 유용성, 비용효과성, 그리고 제한된 건강보험 재정의 우선 투입 필요성에 대한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유전성 탈모 치료제는 의학적 치료 효과를 둘러싼 논란이 지속돼 왔고, 비용 대비 효과나 사회적 합의 측면에서도 급여 적용을 정당화하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연합회는 그 사례로 유방암 환자의 유방재건술이 생명과 직결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오랫동안 비급여였으나, 2015년부터 의료비의 50%만 지원하는 선별급여로 운영되고 있는 점을 들었다.

또 암 치료 종료 후 재발 방지를 위해 필요한 항암제 유지요법 역시 다수 항목이 비급여 상태에 놓여 있으며, 면역항암제의 경우 급여기간 2년이 지나면 환자 상태와 무관하게 건강보험 적용이 중단되는 현실도 함께 언급했다. 연합회는 탈모 치료제 급여화 논의가 사회적 공감을 얻기 위해서는 유방재건술 급여율 상향, 항암제 유지요법 급여 확대 등과 함께 건강보험 재정 사용의 우선순위를 종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연명의료 중단 인센티브 “윤리적 문제…재정, 호스피스로 재투입해야”

연명의료 중단 환자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연합회는 생애 말기에 연명의료를 중단하면 건강보험 재정이 절감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절감된 재정은 생애 말기 돌봄과 임종 돌봄을 강화하는 데 재투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람의 생명을 인위적으로 단축하는 선택에 국가가 재정적 보상을 제공하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이는 연명의료결정법 제정 당시부터 제기돼 온 윤리적 문제라고 밝혔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호스피스 전문기관을 이용하는 환자 비율이 20~25%에 불과하고, 임종실 건강보험 급여기간도 최대 3일로 제한돼 있으며, 자택 임종을 지원하는 왕진 호스피스 인력 역시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연합회는 대통령의 발언 취지를 연명의료 중단으로 절감된 재정을 호스피스·연명의료 환경 개선에 재투입하라는 의미로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관련 정책 방향을 명확히 할 것을 촉구했다.

응급실 ‘뺑뺑이’ 대책...“단 한 건도 용납돼선 안 돼”

응급실 뺑뺑이 문제와 관련해 환자단체연합회는 대통령이 현장의 현실을 직시하고 구체적 대책을 요구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구급차 안에서 병원을 찾지 못해 환자가 사망하는 사건은 단 한 건도 발생해서는 안 되며, 이를 목표로 행정·재정·입법적 조치를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골든타임 내 인근 응급의료기관이 모두 정당한 사유로 수용 불가를 사전 고지한 상황에서, 중앙 또는 권역 응급의료상황센터의 요청에 따라 중증응급환자를 수용해 치료한 의료기관과 의료진에 대해서는, 그 과정에서 발생한 의료사고에 대해 형사책임을 필요적으로 감경하는 제도 도입에 찬성 입장을 밝혔다.

다만 더불어민주당 김윤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응급의료법 개정안에 포함된 ‘중대한 과실이 없는 불가피한 응급의료 사고’에 대한 형사책임 감면 규정을 전반적으로 확대하는 데에는 반대한다고 선을 그었다. 아울러 응급실 뺑뺑이로 입은 환자의 손해에 대해서는 국가 차원의 공적 보상체계 도입과 함께, 해당 응급의료기관에 대한 재정적 인센티브 제공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필수의료 활성화 “수가 보상·사법 리스크, 환자 관점도 함께 반영해야”

필수의료 활성화 방안과 관련해서는 필수의료 위기의 원인을 구조적 문제로 인식한 대통령의 문제 제기에는 공감하면서도 의료사고 책임을 완화하는 방향의 논의에는 유감을 표했다. 특히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을 벤치마킹한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 논의는 위헌성 문제와 사회적 합의 부족으로 이미 추진하지 않기로 정리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연합회는 의료사고 발생 시 환자가 형사고소에 나서지 않도록 하려면, 처벌 완화가 아니라 환자안전사고 설명의무 도입, 사과·유감·위로 표현의 증거능력 배제, 의료사고 트라우마센터 설치 등 피해자 보호 장치가 우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중상해 의료사고의 경우에는 의료분쟁조정 절차에서 환자도 동의해 조정이 성립했을 때 형사처벌을 면제하는 방안은 검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분만 의료사고로 평생 중증 장애를 안고 살아가야 하는 환자 사례를 언급하며, 의료분쟁조정이 신속하고 실질적인 해결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환자도 보건의료 정책의 핵심 이해관계자”

연합회는 이번 대통령 업무보고가 전면 생중계돼 보건의료 정책 결정 과정을 국민이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생중계 형식의 한계로 인해, 의료공백으로 피해를 입은 환자에 대한 구제 방안과 재발 방지 대책이 충분히 논의되지 못한 점은 아쉽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보건의료 정책에서 의료계뿐 아니라 환자 역시 중요한 이해관계자라며, 대통령과 환자단체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공식적인 창구 마련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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