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선 에베레스트 메디신 코리아 대표 인터뷰
“IgA 신병증은 오랜 기간 ‘치료 방법이 없는 병’에 가까웠습니다. 이제는 질환의 원인 단계에 직접 개입하는 치료제가 등장했고, 환자의 예후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전환점에 와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혜선 에베레스트메디신코리아 대표는 세계 최초의 IgA 신병증(IgAN) 치료제 ‘네페콘’을 이렇게 설명했다. 아직 국내에는 생소한 이름이지만, 에베레스트 메디신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미충족 의료 수요(Unmet Medical Needs)를 해결한다는 명확한 목표를 갖고 성장해온 글로벌 바이오제약사다. 박 대표는 “한국은 단순한 진출 국가가 아니라, 글로벌 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에베레스트메디신, AP 미충족 수요 해결 목표로 2017년 설립
에베레스트메디신은 2017년 설립된 바이오제약회사로 본사는 중국 상하이에 있다. 현재 베이징, 뉴욕, 샌디에이고, 서울, 싱가포르, 홍콩, 대만 등 글로벌 주요 바이오 허브에 진출해 있으며, 아시아를 중심으로 글로벌 확장을 본격화하고 있다.
회사는 2030년을 목표로 ‘기존 자산의 상용화’와 ‘신규 혁신 신약 확보’를 동시에 추진하는 이른바 ‘듀얼엔진 전략’을 실행 중이다. 사업개발 파트너십, 자체 연구개발(R&D), 글로벌 사업 확장을 통해 장기적인 성장과 기업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구조다.
핵심 치료 영역은 신장질환, 자가면역질환, 중환자 치료, 심혈관질환, 안과질환이다. 에베레스트메디신은 이들 분야에서 혁신적인 치료법의 개발과 상용화를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현재 3개의 상업화 제품과 통합 상업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으며, 2030년까지 연 매출 150억 위안(RMB) 이상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네페콘을 비롯해 벨시피티(Velsipity), 제라바(XERAVA),세페핌-타니보르박탐(cefepime-taniborbactam), 레로달시베프(Lerodalcibep) 등 파이프라인을 기반으로 향후 상용화 제품을 20개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유럽, 미국,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규제·임상·상업 역량을 강화하고, 라이선스 아웃과 직접 상업화를 병행해 글로벌 바이오파마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구상이다.
“한국은 중국 제외 최대 시장…전략적 중요성 매우 커”
박 대표는 2021년 에베레스트메디신에 합류해 같은 해 7월 한국 법인을 설립했다. 이후 한국 대표이사로서 조직을 구축하며, 자사 혁신 신약의 국내 허가 및 출시 기반을 다져왔다. 2022년 10월부터는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전반을 총괄하는 International Business Head 역할까지 맡고 있다.
그는 “현재 싱가포르, 홍콩, 마카오에서는 이미 3개의 신약이 허가·출시돼 상업적으로 성공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며 “한국은 중국을 제외하면 에베레스트 메디신에게 가장 큰 시장이자 전략적으로 가장 중요한 국가”라고 말했다.
국내 첫 허가 제품 ‘네페콘’…세계 최초 IgA 신병증 치료제
한국에서 에베레스트메디신이 확보한 첫 허가 제품은 ‘네페콘(네페콘 장용캡슐 4mg)’이다. 네페콘은 IgA 신병증 치료를 위한 신약으로, 미국 FDA, 유럽 EMA, 영국 MHRA를 비롯해 중국, 홍콩, 마카오, 대만, 싱가포르, 한국 등 아시아 여러 지역에서 승인을 받은 세계 최초의 IgA 신병증 치료제다.
국내에서는 2023년 ‘GIFT 2호 신약’으로 지정됐고, 2024년 11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획득한 뒤 2025년 8월 비급여로 출시됐다.
IgA 신병증은 면역글로불린 A(IgA)로 이뤄진 면역복합체가 신장 사구체에 침착되며 신장 손상을 유발하는 자가면역성 사구체신염이다. 아시아인에서 유병률이 높고, 다른 인종에 비해 말기신부전으로 진행될 위험이 56%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단백뇨 수치가 높고 사구체여과율(eGFR)이 감소한 환자의 경우 약 절반이 말기신부전이나 사망에 이를 정도로 예후가 불량하다. 신장 이식 후에도 30~60%에서 재발이 보고될 만큼 치료가 쉽지 않은 질환이다.
특히 환자 다수가 20~40대 경제활동기 연령층이라는 점에서, 개인의 삶의 질 저하뿐 아니라 사회·경제적 부담도 매우 크다.
“질환 결과 아닌 원인 단계에 직접 개입”
네페콘의 가장 큰 특징은 IgA 신병증의 원인 단계에 직접 개입한다는 점이다. IgA 신병증의 병태생리에서 핵심은 ‘갈락토스 결핍 IgA1(Gd-IgA1)’의 과도한 생성이다. 이 물질은 주로 회장 말단의 파이어판(Peyer’s patches)에서 생성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네페콘은 3중 코팅된 부데소니드를 회장 말단에서 선택적으로 용출하도록 설계해, Gd-IgA1 생성을 감소시키는 기전을 갖는다. 박 대표는 “질환의 결과를 억제하는 기존 접근과 달리, 병의 시작점에 개입하는 근본 치료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대규모 글로벌 3상 임상시험(NeflgArd Study)에서 네페콘은 임상적 유효성과 안전성을 입증했다. 9개월 치료로 신장 기능 소실 위험을 약 50% 낮췄고, 2년 추적 관찰에서도 유사한 효과가 유지됐다. 2023년 미국신장학회(ASN)에서는 네페콘 치료가 신장 투석 시작 시점을 평균 12.8년 지연시킬 수 있다는 예측 결과도 발표됐다.
말기신장병 환자의 연간 치료 비용은 1인당 약 3500만 원에 달한다. 박 대표는 “투석을 수년, 나아가 10년 이상 늦출 수 있다는 점은 의료적 의미뿐 아니라 건강보험 재정과 사회적 생산성 측면에서도 매우 큰 혁신”이라고 강조했다.
“허가 이후에도 치료 기회 찾아 해외로 간 환자 있었다”
환자 접근성의 핵심은 급여 등재다. 네페콘은 허가 직후 급여 등재를 신청했지만, 아직까지 긍정적인 결과를 얻지 못한 상태다.
박 대표는 “국내 허가 이전, 치료 기회를 찾기 위해 미국까지 이동해 네페콘 처방을 받은 한국 환자가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이는 중증 진행성 IgAN 환자와 의료진이 새로운 치료 옵션을 얼마나 절실히 기다려왔는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이미 영국과 이탈리아를 포함한 유럽 여러 국가, 아시아 일부 국가에서 네페콘이 급여 적용을 받고 실제 임상 현장에서 활용되고 있다. 그는 “정부 및 관계 기관과 지속적으로 소통해 네페콘이 최대한 빠르게 국내 급여 체계에 포함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차기 파이프라인 ‘벨시피티’…2026년 상반기 허가 목표
에베레스트메디신이 한국에서 다음으로 준비 중인 주요 파이프라인은 궤양성 대장염 치료제 ‘벨시피티(Velsipity, 성분명 에트라시모드)’다. 벨시피티는 스핑고신-1-포스페이트 수용체(S1PR) 1·4·5에 대해 선택도와 특이도를 개선한 경구용 면역조절제다. 림프구가 림프기관에서 말초 염증 부위로 이동하는 경로를 선택적으로 차단해 염증 반응을 조절한다.
에베레스트메디신은 한국을 포함해 중국, 대만, 싱가포르, 홍콩·마카오 등 아시아 주요 국가에서 판권을 보유하고 있으며, 해당 지역에서는 직접 출시를 담당할 예정이다. 한국에서는 2026년 상반기 허가를 목표로 준비 중이다. 이 밖에도 2027년 이후를 목표로 자가면역간염, 신장질환 등 미충족 의료 수요가 큰 분야의 추가 파이프라인을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희귀·중증질환 접근성 개선, 약가제도 변화 기대”
박 대표는 최근 정부가 발표한 약가제도 개선안에 대해 “환자의 치료 접근성 개선을 위한 의미 있는 이정표”라고 평가했다. IgA 신병증은 미국과 유럽에서는 희귀질환으로 지정됐지만, 국내에서는 환자 규모조차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
그는 “질환 특성과 중증도를 고려할 때, 특히 치료가 시급한 IgAN 환자에 대한 신약 접근성이 제도적으로 더 개선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5년내 최소 3개 신약…한국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혁신 제약사로”
박 대표는 에베레스트메디신코리아의 중장기 비전도 분명히 했다. 그는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건강보험 시스템과 예측 가능한 규제 환경, 높은 임상 데이터 품질을 갖춘 국가”라며 “다국가 임상에서 First-in 또는 Early-in 국가로 자주 포함될 만큼 전략적 가치가 크다”고 설명했다.
2021년 한국 법인 설립 이후 지난 5년간 허가와 급여 등재를 위한 투자를 지속해왔으며, 네페콘 급여 출시를 기점으로 영업·마케팅 및 조직 역량을 본격적으로 강화할 계획이다. 이어 두 번째 혁신 신약인 벨시피티 출시와 함께 조직을 지속적으로 확장·고도화한다는 구상이다.
박 대표는 “First-in-Disease, Best-in-Class라는 명성에 걸맞게 한국 시장에서 확고한 리더십을 구축하겠다”며 “향후 5년 내 최소 3개의 신약을 성공적으로 출시해 한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가장 혁신적인 제약회사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말했다.
* 박혜선 에베레스트메디신코리아 대표는?
서울대학교 약학과에서 학사와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성균관대학교 약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다국적 제약사에서 마케팅, 사업개발, 마켓 액세스, 대외 협력 등 핵심 분야를 두루 거치며 전문성을 쌓아왔다.
한국 화이자에서 마케팅과 마켓 액세스를 담당했고, 한국 애보트에서는 사업개발과 대외 협력, 마켓 액세스 업무를 수행했다. 이후 바이엘 스페셜티 사업부를 이끌었으며, 한국 비엠에스(BMS) 사장을 역임했다.
2021년 에베레스트 메디신에 합류해 한국 법인을 설립하고 대표이사로 취임했으며, 현재는 에베레스트 메디신 코리아 사장이자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을 총괄하는 International Business Head로 활동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