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해 11월 28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약가제도 개선방안을 보고한 데 이어, 올해 1월 5일 희귀·중증난치질환 치료제 접근성 강화를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핵심은 희귀질환 치료제의 신속한 등재를 위해 평가·협상기간을 현행 240일에서 100일로 단축하겠다는 방향을 밝힌 것이다.
이번 발표는 환자에게 단순한 행정 개선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치료제를 ‘언젠가’가 아니라 ‘제때’ 사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약속이며, 접근권 개선의 핵심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환자단체는 이러한 정책 방향에 대해 기대와 긍정의 입장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 기간 단축이 환자에게 실제로 체감되려면, 제도 설계뿐 아니라 절차 운영 방식의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이미 2023년부터 허가·평가·협상 병행 시범사업이 운영돼 왔다. 환자가 치료제 등재를 기다리는 시간을 앞당기기 위한 제도적 시도였다. 그러나 실제 사례를 보면, 급여 등재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었다. 허가·평가·협상 병행 시범사업의 첫 적용 사례였던 콰지바주와 빌베이캡슐 역시 자료 보완 요청과 기준 설정 문제, 절차 재개 지연 등이 반복되며 등재까지 1년 이상이 걸렸다. 허가·평가·협상 병행 구조에도 불구하고 전체 일정이 길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결국 기간 단축의 성패가 제도의 명칭이나 목표 숫자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각 단계가 실제로 어떻게 운영되는지에 달려 있다.
현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약제 급여 등재 절차를 보면, 항암제의 경우 약제급여평가위원회 상정에 앞서 암질환심의위원회를 통해 급여기준이 설정된다. 반면 항암제를 제외한 약제는 약제급여기준소위원회를 거쳐 급여기준이 마련된 이후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 상정된다. 암질환심의위원회의 경우 회의 일정과 심의 결과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되고 있다. 그러나 희귀질환 치료제의 급여기준을 설정하는 약제급여기준소위원회는 회의 일정과 심의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환자와 가족은 해당 치료제가 현재 어느 단계에 있는지, 절차가 실제로 진행되고 있는지, 지연되고 있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조차 알기 어렵다. 결국 치료가 언제 가능해질지에 대한 정보조차 얻기 힘든 상황에 놓이게 된다. 약제급여기준소위원회 역시 최소한의 회의 일정과 심의 결과는 공개할 필요가 있다. 이는 과도한 정보 공개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정부가 발표한 평가·협상 기간 단축이 실제 현장에서 작동하고 있는지를 환자도 확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이기 때문이다. 등재 기간 단축은 그 과정이 투명할 때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또 하나의 과제는 자료 보완 절차에 소요되는 시간의 관리다. 현재는 보완 요청 시 소요되는 기간이 공식적인 등재 기간 산정에서 제외된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숫자상의 기간은 단축된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환자가 실제로 치료제 등재를 기다리는 시간은 달라지지 않는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 환자에게 중요한 것은 서류상의 기간이 아니라, 실제로 치료제에 도달하는 시간이다. 자료 보완 절차의 이유와 소요 기간을 투명하게 관리하지 않는다면 실질적인 등재 기간 단축을 달성하기 어렵다.
신속등재의 취지는 치료 시기를 놓치면 안 되는 환자들에게 행정 절차가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데 있다. 따라서 등재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공식 일정에서 누락되는 기간까지 포함해 전체 소요 기간을 관리하는 일은 희귀질환 치료제에만 국한된 과제가 아니다. 이는 항암제를 포함해 생명과 직결된 신약 전반에서 환자가 실제로 치료에 도달하는 기간을 앞당기기 위해 지켜져야 할 기준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