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덕철 전 보건복지부장관이 내놓은 지속가능한 약가제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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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덕철 전 보건복지부장관이 내놓은 지속가능한 약가제도는?
  • 최은택 기자
  • 승인 2026.02.12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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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가인하 중심 개편, 산업 지속가능성 훼손 우려”…‘한국형 제도’ 필요
“건보 재정뿐 아니라 제약산업 기반 함께 고려해야”
제네릭·신약 병행 구조 반영한 협력적 제도 촉구
'KPBMA FOCUS' 김현욱 변호사와 공동 기고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정부가 추진 중인 약가제도 개편안과 관련해 국내 제약산업의 구조적 특수성을 반영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전문가 제언이 나왔다. 

보건복지부장관을 지낸 권덕철 법무법인(유) 세종 고문과 김현욱 변호사는 12일 'KPBMA FOCUS' 기고문을 통해 “약가 인하 중심의 제도 개편만으로는 보건의료 체계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국민건강보험 재정뿐 아니라 국내 제약산업의 지속가능성을 함께 고려한 한국형 맞춤 약가제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1월 약가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혁신을 촉진하는 선순환 산업 생태계 구축 ▲필수의약품 공급체계 안정화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약가제도 확립을 3대 목표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 제네릭 및 특허만료의약품 산정률을 기존 53.55%에서 40%대로 단계적으로 조정하고, 제네릭 최초 등재 시 기본 가산을 폐지하는 한편 혁신성과 수급 안정 기여도에 따라 차등 가산을 적용하는 방안 등을 포함했다. 다품목 등재에 따른 계단식 인하 강화, 시장연동형 실거래가 제도 개편, 급여적정성 재평가 강화도 주요 내용이다.

“해외 모델 단순 적용 한계…한국 산업 구조 반영해야”

저자들은 정부 개편안이 프랑스와 일본 사례를 참고했다고 밝힌 점에 대해 “우리나라와 해당 국가들은 의료보험체계와 약가제도뿐 아니라 산업 구조에서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프랑스와 일본은 글로벌 신약 개발 중심의 대형 제약사가 다수 존재하는 반면, 국내 제약산업은 제네릭 제조·판매 기업이 동시에 신약 개발을 병행하는 구조라는 점이 가장 큰 차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구조에서는 제네릭 매출이 신약 연구개발(R&D)의 핵심 재원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제네릭 약가를 급격히 낮출 경우, 단기적으로는 재정 절감 효과가 있을 수 있으나 중장기적으로는 신약 개발 투자 여력 약화와 산업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저자들은 “외국 사례가 없더라도 국내 산업 현실을 반영한 맞춤형 약가제도를 적극적으로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네릭 생태계, ‘축소 대상’ 아닌 ‘공존 구조’

정부 개편안은 제네릭 중심 산업 구조에서 신약 개발 중심으로의 전환 필요성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저자들은 제네릭 생태계가 신약 개발 생태계로 대체돼야 할 대상이 아니라 “함께 육성해야 할 핵심 구성 요소”라고 평가했다.

제네릭 산업은 국가 보건안보와 제약주권의 핵심 기반이라는 점도 강조됐다. 코로나19 팬데믹과 글로벌 공급망 불안 이후 각국이 자국 중심의 의약품 공급망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제네릭 생산과 공급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국내 제약기업이 제네릭 수요의 대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만큼, 특정 국가필수의약품이나 퇴장방지의약품에 한정된 지원이 아니라 제네릭 산업 전반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구조적 약가제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속가능성’ 범위 확대 필요

기고문은 정부가 지속가능성을 국민건강보험 재정의 관점에서만 접근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저자들은 “보건의료 체계의 지속가능성은 건보 재정의 안정성과 더불어 국내 제약산업의 지속가능성이 함께 확보될 때 가능하다”며 “재정 절감이 산업 혁신과 공급 안정으로 환류되는 구조를 제도적으로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즉, 약가 인하를 통한 단기 재정 절감이 아니라, 산업 경쟁력 강화와 안정적 의약품 공급을 통해 중장기적으로 의료 체계 전반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주요국 사례로 본 ‘협의형 거버넌스’

저자들은 약가제도 개편 과정에서 정부와 산업계 간 협력적 거버넌스 구축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하며, 주요국 사례를 소개했다.

프랑스는 정부와 제약협회 간 공식 협약을 통해 약가 결정 원칙과 절차를 문서로 명확히 하고, 정기적인 협의를 통해 제도 변경 시 사전 조율이 이뤄지도록 하고 있다. 영국은 약가 및 지불제도 개편 시 공식 의견수렴 절차와 영향평가를 의무화해 산업계와 의료계, 환자단체 등의 의견을 반영한다. 일본 역시 보험자, 의료계, 공익 대표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통해 약가 산정과 재조정을 논의하며, 장기간의 협의를 거쳐 제도를 개편해 왔다.

저자들은 “우리나라도 약가 정책 결정 과정에서 정부와 산업계가 지속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공식 협의 채널을 마련하고, 이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며 “사전 논의와 의견 수렴을 통해 정책의 예측 가능성과 수용성을 높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책 제언…바텀라인 설정·혁신 가산 확대·공급 안정 고려

기고문은 지속가능한 약가제도를 위해 구체적인 정책 방향도 제시했다.

먼저 제네릭 약가와 관련해, 산업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는 최소 수준, 이른바 ‘바텀라인’을 합리적으로 설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나치게 낮은 제네릭 약가는 생산 중단이나 공급 축소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오히려 의약품 공급 불안과 건강보험 제도의 안정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혁신형 제약기업이 아니더라도 R&D 투자, 시설 투자 등 혁신 가치 창출에 기여한 기업에 대해서는 약가 가산 대상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혁신 성과에 대한 보상이 보다 폭넓게 이뤄질 때 산업 전반의 투자 유인이 강화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안정적 의약품 공급 측면에서도, 국산원료 사용 의약품이나 필수의약품에 대해 한시적 가산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생산이 가능한 수준의 채산성을 보장하는 약가 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제네릭 전반의 약가가 대폭 인하될 경우, 제네릭 진입 자체가 위축되거나 소수 업체만 공급에 참여하는 구조로 바뀔 수 있다는 점도 우려했다.

“약가정책, 비용절감 수단 넘어 산업 전략으로”

권덕철 고문과 김현욱 변호사는 “약가정책은 단순한 비용 절감 수단이 아니라 산업 경쟁력과 공급망 안정성을 함께 고려하는 핵심 정책 수단”이라며 “정부 개편안의 취지를 살리되, 국내 제약산업의 특수성을 반영한 보완과 협력적 거버넌스를 통해 보다 정교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약가 인하 중심 접근만으로는 혁신 촉진과 필수의약품 공급 안정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기 어렵다”며 “산업과 보건의료 체계의 지속가능성을 함께 담보하는 방향으로 약가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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