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역대 최저 수준 밴드 수용 불가” 입장 표명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보건의약단체 간 2027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이 6개 단체와는 체결됐지만, 의원 유형은 끝내 결렬됐다. 이에 따라 2027년도 의원 환산지수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심의·의결 절차로 넘어가게 됐다.
공단은 대한의사협회 등 7개 단체와 진행한 2027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 협상을 마무리하고, 30일 재정운영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계약 결과를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협상 결과 2027년도 평균 인상률은 1.65%, 이에 따른 추가 소요재정은 1조2,058억원으로 정해졌다. 환산지수 인상률은 1.45%, 상대가치 연계분은 0.20%다.
유형별로는 병원 1.2%, 치과 2.6%, 한의 3.0%, 약국 3.7%, 조산원 6.0%, 보건기관 2.7%가 타결됐다. 병원 유형 중 요양·정신은 1.3% 인상으로 정리됐다. 반면 의원 유형은 공단 최종 제시안 기준 인상률 1.6%였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병원·치과·한의까지 상대가치 연계 확대
올해 수가협상의 특징은 환산지수 인상분 일부를 상대가치점수 조정과 연계한 점이다. 공단은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에 따라 필수의료 강화와 수가 불균형 완화를 위해 지난해 병원·의원 유형에 적용했던 환산지수-상대가치 연계를 올해 치과와 한의 유형까지 확대했다.
이에 따라 병원 유형은 환산지수 인상률 중 0.1%를 필수의료 및 저평가 항목에 투입하기로 했다. 치과와 한의 유형은 각각 0.2%, 0.1%를 진찰료 등에 반영하기로 했다. 의원 유형은 협상이 결렬됐지만, 공단 최종 제시안에는 환산지수 인상률 1.1%와 상대가치 연계 0.5%가 포함돼 있었다.
공단은 이번 협상에서 건강보험 재정 여건도 주요하게 고려됐다고 설명했다. 초고령사회 진입에 따른 진료비 증가, 지역·필수·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대규모 재정지출, 보험료 수입 기반 약화 등으로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는 것이다.
김남훈 공단 급여상임이사는 “금년도 수가협상 환경은 건강보험 재정이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과거 코로나19 및 전년도 비상진료 상황보다 훨씬 더 어려운 여건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가입자, 공급자, 공단이 그간 쌓아온 신뢰와 존중, 소통과 배려의 마음으로 진정성을 가지고 협상에 임했다”고 밝혔다.
재정위 “의원 1.6% 초과하지 말라” 권고
의원 유형 결렬에 따라 재정운영위원회는 별도 부대의견도 냈다. 재정위는 건정심이 의원 유형의 2027년도 요양급여비용을 심의·의결할 때, 타결된 다른 단체와의 형평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협상 단계에서 공단이 최종 제시한 의원 인상률 1.6%, 수가 인상 재정 총액 1조2,066억원 이내를 초과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권고했다. 또 의원 환산지수 인상분 중 상당한 재정을 필수의료 및 저평가 행위 항목의 상대가치점수 조정에 활용할 것도 건정심에 권고했다.
재정위는 이와 함께 건강보험 국고지원 확대와 비급여 관리 법률적 근거 마련 관련 국정과제의 조속한 이행도 촉구했다. 의원 유형 환산지수는 국민건강보험법 제45조에 따라 6월 30일까지 건정심에서 의결되고, 이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연말까지 2027년도 건강보험요양급여비용 내역을 고시하게 된다.
의협 “일차의료 현실 외면한 불통협상”
의협은 강하게 반발했다. 의협은 같은 날 입장문을 내고 “대한의사협회와 국민건강보험공단 간 2027년도 의원유형 요양급여비용계약이 이틀에 걸친 밤샘협상에도 불구하고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밝혔다.
의협은 “협상단은 무너져가는 일차의료의 회복을 위해 의료현실을 조금이나마 반영한 수가 인상과 실질적인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강력히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물가인상률 수준에도 못 미치는 역대 최저 수준의 추가소요재정과 수가인상률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어 불가피하게 협상 결렬에 이르게 됐다”고 했다.
의협은 공단 제시안을 두고 “고물가, 고금리, 고인건비의 삼중고 속에서 벼랑 끝에 내몰린 일차의료의 현실을 철저히 외면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또 “의료계의 합리적인 근거자료와 절박한 호소를 묵살한 채 일방적인 불통협상으로 일관했다”고 주장했다.
의협은 건정심 결정 과정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현재와 같은 불합리한 의사결정 구조 아래에서는 의료현장의 현실과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 채 정부 주도로 환산지수가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며 “그 결과 일차의료의 왜곡과 전달체계 붕괴가 더욱 심화될 수 있다”고 했다.
이번 협상은 6개 유형 타결과 의원 유형 결렬이라는 결과를 남겼다. 공단은 건강보험 재정 지속가능성과 필수의료·저평가 항목 보상을 함께 고려했다는 입장인 반면, 의협은 일차의료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낮은 밴드와 불통협상이 결렬의 원인이라고 맞서고 있다. 의원 환산지수를 둘러싼 논란은 이제 건정심 논의 과정에서 다시 이어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