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중증·응급환자를 치료하는 국립대병원들이 시설 확충과 의료장비 도입을 위해 빌린 돈에 매달 수억원의 이자를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안에서 치료를 마칠 수 있는 의료체계를 구축하려면 병원 신축과 첨단 장비 도입을 뒷받침할 장기 저금리 정책금융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용갑 의원은 6일 국립대병원 차입금 현황과 병원별 의견을 공개하고, 정부의 ‘5극 3특 국가균형 성장 전략’을 뒷받침할 ‘한국판 의료 인프라 장기 저금리 융자 지원제도’ 도입을 촉구했다.
시설·장비 확충에 쌓인 차입금…정책융자는 연 2%
박 의원이 분석한 국립대병원 제출자료에 따르면 충북대병원은 2017년 이후 총 1466억7300만원을 차입했다. 상환액을 제외한 잔액은 1375억9700만원이며, 월 이자액은 4억6412만원이다.
보건복지부의 응급의료기관 융자를 제외한 대출의 적용금리는 연 3.42~4.88%였다. 2025년 농협은행에서 투자자금으로 빌린 220억원에는 연 4.88%의 변동금리가 적용됐으며, 제출자료에 기재된 월 이자액은 8100만원이었다.
반면 올해 지원받은 응급의료기관 융자 20억원은 연 2% 고정금리에 5년 거치 조건이 적용됐다. 대출기간은 15년이며, 병원이 제시한 월 이자액은 300만원이었다.
충남대병원은 세종분원 건립과 본관 리모델링을 위해 3214억원을 차입했다. 적용금리는 연 3.89%로, 미상환액은 2753억원, 월 이자액은 8억7000만원이었다.
경상국립대병원도 창원분원 건립과 의료장비·전산시스템 도입 등을 위해 총 2414억100만원을 빌렸다. 미상환액은 1538억1700만원이며, 월 이자액은 7억1100만원으로 집계됐다.
해외 공적금융 사례 제시…국내 산업 지원과도 비교
박 의원은 일본과 미국의 의료시설 금융지원 사례를 제시했다.
의원실은 일본 후생노동성 산하 복지의료기구(WAM)가 병원 신축·증축과 고가 의료장비 도입 등에 총사업비의 최대 80%를 장기·고정·저리로 지원하는 의료대출사업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국채 발행으로 조달한 재정융자자금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미국은 연방주택청(FHA)의 병원 모기지 보험을 통해 일정 기준을 충족한 병원이 시설 확장과 현대화 등에 필요한 자금을 최대 25년간 고정금리로 빌릴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소개했다.
국내에서도 반도체 설비투자에 2%대 장기 저금리 대출을 지원하고, 방위산업에는 시설투자와 연구개발 등을 위한 대출 이자의 일부를 보전하는 제도가 있다는 점을 들어 의료 분야에도 공적 금융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공공성 높은 필수의료, 자체 재원만으로 투자 한계”
국립대병원들도 시설·장비 투자에 대한 재정지원 필요성을 밝혔다. 박 의원이 10개 국립대병원에 의견을 요청한 뒤 공개한 병원별 입장에는 자체 재원과 일반 금융대출만으로 필수의료 기반을 확충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담겼다.
충남대병원은 “국립대병원은 지역의 중증·응급 및 필수의료를 담당하고 있지만, 필수의료 인프라는 공공성이 높고 수익성이 낮아 자체 재원이나 일반 금융대출만으로 확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서울대병원은 중증·응급과 감염병·재난 대응 등 공공성이 우선되는 필수의료를 수행하면서 지속적인 재정 부담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국고지원 비율 확대와 자부담 비율 완화, 지원한도 현실화 등 실효성 있는 세부 기준 마련도 요청했다.
전북대병원은 조달금리 인하와 상환기간 연장으로 이자 비용을 줄이면 그 재원을 의료진 처우 개선과 시설·장비 확충에 재투자할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제주대병원은 섬이라는 지리적 특성과 의료 인프라 부족을 고려해 증축사업과 고가 의료기기 구입에 직접 비용 지원이나 장기 저금리 융자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일본과 미국이 병원의 경영안정과 시설투자 확대를 위해 장기 저금리 의료대출을 지원하는 것처럼, 우리나라도 ‘큰 병은 서울’이라는 공식을 깨고, 5극 3특 권역별로 지역완결적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의료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한국판 의료 인프라 장기 저금리 융자 지원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지역필수의료특별회계, 미래대응기금 등을 통해 국립대학병원 신축과 첨단 의료장비 도입비에 대한 금융지원을 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