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릭 판촉비·대학병원 간납사 거래 점검 촉구…의료비 지원 지연·재정 누수도 질타
[종합] 건보공단·심평원 국감=신약의 건강보험 진입을 앞당기기 위해 경제성평가에 환자의 일터 복귀와 가족의 간병 부담 감소 등 사회적 편익을 반영해야 한다는 요구가 국정감사에서 나왔다. 희귀질환 치료제 신속등재 시범사업의 선정 범위를 넓히라는 주문에 보건복지부는 당초 논의한 5개에 구애받지 않고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네릭 의약품 약가 우대가 실제 연구개발로 이어지는지, 임상재평가에서 효과를 입증하지 못한 의약품의 급여 환수 조건은 적절한지도 쟁점이 됐다. 대학병원과 특수관계에 있는 간납사의 의약품 공급 구조를 조사하고, 보험약제 지출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라는 요구도 이어졌다.
1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국민건강보험공단·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정감사에서는 이 같은 보험의약품 정책과 함께 본인부담상한제, 재난적의료비, 산정특례 등 의료비 지원제도의 공백과 건강보험 재정 운용 문제가 폭넓게 다뤄졌다.
치료의 가치 어디까지 볼 것인가…사회적 편익 반영 과제
국민의힘 최보윤 의원은 일부 치료제의 등재 절차를 앞당기는 데 그치지 말고 신약 경제성평가 체계 자체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의원은 국내 신약의 건강보험 등재에 평균 47개월이 걸린다며 영국 30개월, 호주 31개월과 비교해 환자의 치료 접근이 늦다고 지적했다. 비용효과성 문제로 급성 골수성 백혈병 치료제가 2년 가까이 비급여 상태에 있고, 루푸스 치료제 벤리스타는 급여까지 6년이 걸렸다는 사례도 제시했다.
평가에 담아야 할 가치로는 환자의 근로 복귀와 가족의 돌봄 부담 경감을 꼽았다. 중증질환으로 환자가 실직하고 가족도 간병을 위해 퇴직하는 상황과, 치료 후 일상으로 돌아가면서 얻는 편익을 함께 살펴야 한다는 취지다.
최 의원은 네덜란드가 치료로 줄어드는 근로 손실과 가족의 무급 간병 시간을 금전적 가치로 환산해 반영한다고 설명하며 객관적인 가이드라인 마련을 요구했다.
홍승권 심평원장은 사회적 편익을 반영할 기준 마련에 동의했다. 해외 사례를 참고한 지침 개정 및 이행계획을 종합감사 전까지 보고해 달라는 요청에도 수용 의사를 밝혔다.
희귀질환 치료제 신속등재 시범사업의 확대 가능성도 제시됐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시범사업 대상을 5개로 제한하면 선정 순위에서 밀린 치료제는 혜택을 받지 못한다며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희귀질환 치료 접근성 문제를 건강보험 재정만으로 해결하려는 방식에도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유주헌 복지부 건강보험정책국장은 당초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5개 정도를 대상으로 논의했지만, 실무진이 환자단체를 만나 의견을 수렴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치료에 꼭 필요하고 충분히 사용돼야 한다고 판단되는 의약품은 개수에 구애받지 않고 선정 범위를 확대하는 방향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홍 원장은 선정 기준에 따라 대상 의약품을 최종 선정한 뒤 평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급여 기다리는 환자들…접근성·오남용·안전성 함께 점검
개별 치료제의 급여 추진 상황도 국감에서 확인됐다.
국민의힘 김태호 의원은 소세포폐암 치료제의 건강보험 적용을 요구하는 청원에 5만2000명이 참여했다며, 검토 중이라는 답변 대신 구체적인 일정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홍 원장은 지난 6월 적응증 확대 허가가 이뤄졌고 암젠코리아가 급여 결정을 신청할 예정이라며, 신청이 들어오면 검토해 보고하겠다고 답했다. 다만 구체적인 검토 일정은 제시하지 않았다.
비만치료제 위고비는 지난 7일 급여 등재 신청이 접수된 것으로 확인됐다.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은 고도비만 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높이면서 오남용을 막을 수 있도록 급여기준을 설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건강보험 재정 영향도 함께 고려해 달라는 요청에 홍 원장은 심사 과정에서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급여평가 과정에서 안전성 정보를 충분히 검토했는지를 묻는 질의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은 타브너스의 국내외 안전성 관련 보고와 해외 규제 동향을 거론하며 급여 적정성 의결 경위를 따져 물었다. 국내 허가 당시 지적된 사항도 심의 자료와 회의록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이 의원은 재발 방지 대책을 종합감사 전에 보고하라고 요구했고, 홍 원장은 이를 수용했다.
연구개발 지원 명분의 가격 가산…보험료 사용처 검증 요구
진보당 전종덕 의원은 제네릭 약가 우대의 폭과 기간, 대상이 확대된 데 따른 재정 영향을 분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 의원은 일반 제네릭의 약가 산정 비율은 45%로 낮추면서 혁신형 제약기업 제품에는 60%를 인정하고, 국내 생산 요건을 갖추면 우대 기간이 최대 4년까지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준혁신형 제약기업도 우대 대상에 포함됐다며 동일 성분 의약품이라도 제조사에 따라 건강보험 부담이 달라지는 구조를 문제 삼았다.
특히 일부 제네릭의 의약품 영업대행업체(CSO) 수수료가 약가의 50~60%에 이른다는 점을 들어, 연구개발 지원을 위해 인정한 약값이 판촉 경쟁에 쓰이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의원은 리바록사반 제네릭 출시 이후 처방량 증가와 오리지널에 근접한 청구가격을 사례로 제시했다. 에독사반 성분 릭시아나의 제네릭 출시를 앞두고 약가 우대에 따른 추가 지출도 보험자가 먼저 따져봐야 한다고 주문했다.
강청희 건보공단 이사장은 의원실이 요구한 릭시아나 청구자료를 제출할 수 있다는 취지로 답했다. 홍 원장도 약가와 판촉 수수료 문제를 분석하고 복지부에 의견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콜린알포세레이트의 조건부 급여 환수 계약도 도마에 올랐다.
전 의원은 경도인지장애 임상재평가에서 주분석 1차 평가변수를 충족하지 못했다며, 효과를 입증하지 못할 경우 지급된 보험급여의 20%만 돌려받도록 한 조건의 적절성을 따졌다.
공단이 당초 100% 환수를 제시했다가 협상 과정에서 비율을 낮춘 경위를 밝히고, 환수 계약 조건을 공개해야 한다는 요구다. 환수 대상 기간을 재평가 공고일부터 적용하고 효과 미입증 시 전액 환수하도록 제도를 정비하라고도 주문했다.
강 이사장은 원칙적으로는 취지에 부합하지만 법적인 문제가 있다며 복지부와 협의하겠다고 답했다.
대학병원 공급·배당 구조 조사 촉구…다제약물 관리 확대도
남인순 의원은 대학병원과 특수관계에 있는 간납사의 의약품 독점 공급과 배당 구조를 문제 삼았다.
남 의원은 경희대병원의 지난해 약제비 총청구액이 617억원인 반면 상한가보다 낮게 청구한 저가 구매액은 1억원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간납사가 의약품을 싸게 구매해 특수관계 병원에 공급하고, 병원은 건강보험에 청구하면서 대학이나 병원 측이 배당으로도 이익을 얻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남 의원은 공단에 실태조사를 요구했다. 강 이사장이 조사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답하자 관련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의약품의 적정 사용을 위한 다제약물 관리사업도 개선 과제로 제시됐다.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은 처방 의약품을 10종 이상 복용하는 143만9000명 중 사업 참여자가 0.8%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사업이 9년째 이어지고 있는 만큼 시범사업 이후 본사업 전환과 고위험군 관리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제출하라고 요구했고, 강 이사장은 보고하겠다고 답했다.
늦게 받거나 아예 놓치는 의료비 경감 혜택
의료비 지원제도가 환자의 실제 부담을 제때 덜어주지 못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서영석 의원은 본인부담상한제 환급금이 소득 확정 절차 때문에 최대 1년 7개월 뒤 지급되는 문제를 제기했다. 사전급여 제도를 활용해 소득이 낮은 구간부터 조기에 정산받도록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다.
이인영 의원은 실손보험사가 공단 환급 예상액을 미리 제외하고 보험금을 지급하면서 환자가 의료비를 조달하지 못하는 공백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실손보험 선지급과 사후정산 등 개선방안을 검토해 종합감사 전에 보고하라고 요청했다.
보도자료를 통한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박지원 의원이 공개한 지난해 본인부담상한액 초과금 소멸 처리액은 240억원이었다. 이 중 65세 이상에게 돌아갈 금액이 69.4%, 소득 하위 50%에 해당하는 금액이 81.6%를 차지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용갑 의원은 별도로 2022년 결정분 중 소멸시효가 도래한 초과금이 221억2000만원이라며 자동지급 확대를 요구했다. 실손보험사가 소득분위를 잘못 적용해 보험금을 적게 지급하거나 공단 환급금과 중복 수령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상한액 확정 뒤 사후정산하는 방식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산정특례는 대상 선정과 신청 절차 모두에서 개선 요구를 받았다.
더불어민주당 김윤 의원은 본인부담 진료비가 높은 상위 20개 질환 중 10개가 산정특례 대상에서 빠져 있다고 밝혔다. 중증 호산구성 천식처럼 고가 의약품을 사용하지만 세부 상병코드에 가려 제도에서 누락되는 사례까지 검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유 국장은 연말까지 개선안을 보고하라는 요구를 수용했다.
국민의힘 백선희 의원은 2023년부터 올해 7월까지 확진 후 30일을 넘겨 산정특례를 신청한 건수가 2만1576건이라고 지적했다. 병원의 신청 지연이나 재등록 누락에 환자 책임이 없다면 구제할 수 있도록 실태를 파악하고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긴급지원 지연 속 비급여 적정성 논란
재난적의료비는 지급 속도와 지원 적정성 문제가 함께 제기됐다.
남인순 의원이 공개한 현황에서 올해 신청부터 지급까지 평균 소요기간은 83.7일이었다. 승인 이후 실제 지급까지도 평균 75.3일이 걸렸다. 남 의원은 반복적인 연중 증액 대신 본예산을 현실화하고, 승인 후 즉시 지급할 수 있도록 집행체계를 정비하라고 촉구했다.
박용갑 의원은 구강암 수술 후 재건에 필요한 치과보철치료가 지원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며 개선을 요구했다. 공단은 반드시 필요한 환자에 대한 지원 허용 방안을 복지부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지원금이 의학적 근거가 부족한 비급여 진료에 사용되지 않도록 검증을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다.
김윤 의원은 재난적의료비 운영과 비급여 실태조사를 연계해 개선방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행위료에 포함된 의약품·재료 비용을 별도 비급여로 청구하는 문제를 거론하며 리도카인 겔 등의 관리 필요성도 제기했다.
박지원 의원은 급여 제품과 성분·효과가 같아도 규격 차이로 비급여 가격이 크게 벌어지는 지혈용 거즈 사례를 제시했다. 대체 가능한 급여 항목과 추가 부담액을 비교 설명하도록 하고, 급여와 비급여가 함께 시행되는 진료 실태를 파악해야 한다는 요구다. 홍 원장은 모니터링 강화와 실태 파악 필요성에 동의했다.
국고 책임·불법청구 차단 주문…지역의료 설계도 점검
건강보험 재정에서는 법정 국고지원 이행과 지출 목적의 적정성이 쟁점이 됐다.
남인순 의원은 내년 정부 예산안의 일반회계 지원액이 11조7923억원으로 보험료 예상수입액의 12.5%에 그친다며 법정 기준인 14%를 지키라고 촉구했다.
이수진 의원은 재난적의료비와 각종 시범사업의 재원 분담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조배숙 의원도 의료개혁에 대한 국비 투입과 국고지원 이행, 보험사기와 연계된 급여 청구의 선제적 포착을 주문했다.
전진숙·서미화·남인순 의원 등은 사무장병원과 면허대여약국 수사가 장기화하는 문제를 들어 공단 특별사법경찰 도입을 촉구했다. 백선희 의원은 해외 체류자에 대한 허위 진료 청구나 급여·비급여 이중청구를 지급 전에 걸러내도록 심사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장 수용성을 높이라는 요구도 있었다. 서미화 의원은 스캐노그램 청구 기준이 명확히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내부 기준을 앞세운 현지조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 원장은 조사 방식과 직원 대응에 대한 개선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최보윤 의원은 비대면 진료 비급여 보고 과정에서 의원급 의료기관의 이중 입력 부담을 줄이도록 전자의무기록과 보고체계를 연계하라고 주문했다.
지역의료 정책에서는 이달희 의원이 광역시 인구감소지역과 종합병원이 없는 군 지역이 지역우대수가 혜택에서 배제되는 문제를 제기했다. 소병훈 의원은 상급종합병원 전문회송 뒤 진료협력병원 이용 확인 비율이 19.3%에 그치고, 치매관리주치의 시범사업 지역 42곳 중 12곳에는 등록환자가 없다며 연계와 사후관리 점검을 요구했다.
이수진 의원은 내년 1월 시행되는 공공정책급여가 기관 간 연계와 성과를 보상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고 당부했다. 김윤 의원의 병원별 표준화 사망비 공개 요구에 홍 원장은 오는 21일 공개 범위를 심의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기관 운영을 둘러싼 공방도 벌어졌다. 국민의힘 한지아 의원은 홍 원장의 프랑스 출장과 지인 동행, 업무용 차량 이용, 비서실 인력 확대 등을 문제 삼으며 사퇴를 요구했다. 홍 원장은 학술대회 초록 제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학술대회에 참석한 사실은 없다고 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