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환자 구매지원에도 물량 제한…국내 생산업체 제품별 1곳뿐
희귀질환자가 평생 식단 관리에 사용해야 하는 저단백 즉석밥 등 특수식의 공급을 국가가 관리하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정가 1700원인 저단백 즉석밥이 공급 부족으로 최대 1만3000원에 거래되는 등 환자들의 구매 어려움이 드러난 데 따른 것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용갑 의원은 23일 특수식 수요조사와 공급안전관리대상 식품 지정, 공급 중단 사전보고 등의 근거를 마련하는 ‘희귀질환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고 밝혔다.
환아 지원물량 남아야 구매…성인 환자 공급 사각지대
박 의원이 질병관리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질병청은 올해 3월 유선과 국민신문고 민원을 통해 만 19세 이상 선천성대사이상질환자의 저단백 즉석밥 구매 어려움을 처음 인지했다.
만 19세 미만 환아는 보건복지부의 ‘선천성대사이상 검사 및 환아관리사업’을 통해 분기별 선주문 방식으로 필요한 물량을 무상 공급받는다. 반면 성인 환자는 생산업체의 잔여 판매물량을 개별적으로 경쟁 구매해 왔다.
국내 업체의 재고가 부족하면 온라인 판매처에서 고가로 재판매하는 제품이나 해외 제품을 구매하는 사례도 확인됐다. 정가 1700원인 저단백 즉석밥을 개당 8500~1만3000원에 구매한 것으로, 최고 가격은 정가의 약 7.6배에 달했다.
의원실이 제시한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상 2025년 희귀질환 산정특례에 등록된 특수식 구입비 지원대상 선천성대사이상질환자는 28개 질환, 863명이다. 이 가운데 19세 미만은 630명, 19세 이상은 233명이다.
선천성대사이상질환자는 특정 영양소를 분해하는 효소가 부족해 식단 관리가 필요하다. 질환에 따라 단백질 등을 섭취하면 대사산물이 체내에 쌓여 장애가 발생하거나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어 저단백 즉석밥과 특수조제분유 등이 필수적이다.
성인 구매지원 시작했지만…분기별 312개 제한
질병청은 올해 6월 CJ제일제당,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와 업무협약을 맺고 7월부터 성인 환자 구매지원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다만 의원실은 법적 근거가 없는 업무협약에 기반한 체계여서 공급 부족이나 중단에 대한 우려가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1인당 구매량도 분기별 13박스, 312개로 제한돼 부족한 물량은 여전히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구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공급 구조도 취약하다. 의원실은 저단백 즉석밥과 특수조제분유의 국내 생산업체가 각각 1곳이며, 수입업체도 1곳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생산이나 수입이 중단되면 환자들이 대체 제품을 확보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것이다.
대체 어려운 특수식 지정…수요조사·사전보고 근거 마련
개정안은 국가가 희귀질환자 단체 등을 통해 특수식 수요를 조사하고, 대체 가능한 제품이 없거나 공급 중단 시 환자에게 중대한 위해를 초래할 수 있는 식품을 ‘공급안전관리대상’으로 지정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지정 식품에 대해서는 공급 중단 180일 전에 보고받도록 해 안정적인 공급기반을 구축하도록 했다.
박 의원은 현재 의약품과 의료기기에는 공급 중단·부족 보고제도가 있지만, 특수식은 생산이 중단되거나 공급이 부족해져도 정부가 사전에 대응할 제도적 장치가 없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희귀질환자의 생존에 필요한 식품 공급이 기업의 선의와 환자 민원에만 기대서는 안 된다”며 “정부가 실태조사로 특수식이 필요한 질환과 환자를 파악하고, 질병관리청과 식품의약품안전처, 보건복지부가 안정적인 공급기반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