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에 생긴 작은 종양이 점차 커져 눈과 뺨을 뒤덮고, 끝내 시력마저 잃어가는 어린아이, 그리고 출혈 위험을 무릅쓰고 수술대에 올라 종양 일부를 제거했지만 이내 다시 자라난 종양이 신체 곳곳을 뒤덮으며 본래의 모습을 알아보기 어려울 만큼 외형이 변해버린 청년이 있다.
이름은 낯설지만 질환으로 인한 부담은 결코 가볍지 않은 ‘신경섬유종증(Neurofibromatosis, NF)’ 환자들의 이야기이다.
신경섬유종증은 유전자변이로 인해 신경계와 피부 등 신체 여러 부위에서 종양이 발생할 수 있는 희귀유전질환이다.
이 중 신경섬유종증 1형(Neurofibromatosis type 1, NF1) 환자의 약 20~50%에서 나타나는 총상신경섬유종(Plexiform Neurofibroma, PN)은 신경을 따라 복잡하게 자라는 질환 특성상 수술을 시행하더라도 완전 절제가 가능한 환자는 약 15%에 불과하다.
또 종양의 위치와 크기에 따라 극심한 통증과 신체 기능 저하, 외형적 변형 등을 유발하거나 주변 혈관이나 주요 장기 등을 압박해 심한 경우 생명을 위협하기도 한다.
다행스러운 점은 최근 의학의 발전으로 과거에는 제한적이었던 신경섬유종증의 치료에 ‘파란불’이 켜졌다는 것이다. 그간 신경섬유종증은 근본적인 치료법이 없어 증상 완화를 위한 치료나 수술적 절제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종양이 주요 신경이나 혈관, 주변 조직에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경우 완전한 절제가 어렵고, 수술 과정에서 신경 손상이나 기능 저하 등 추가적인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종양 성장과 관련된 신호전달 경로를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표적치료제가 등장하면서, 수술 외에는 방법이 없었던 환자들에게도 새로운 치료의 길이 열렸다.
치료 환경은 진일보했지만 국내 환자들의 선택지는 여전히 좁다. 현재 국내에서는 증상이 있고 수술이 불가능한 총상신경섬유종을 동반한 신경섬유종증 1형인 만 3세 이상 환자에서만 표적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다. 그보다 어린 환자들이 쓸 수 있는 약물 치료 선택지는 전무하다. 반면 해외에서는 동일한 질환을 겪는 만 2세 이상 소아부터 표적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다.
단 ‘한 살’의 차이는 언뜻 대수롭지 않게 여겨질 수 있다. 그러나 신체가 빠르게 성장하고 발달하는 영유아기의 1년은 성인의 시간과 결코 같지 않다. 치료의 적기를 놓쳐버린 사이 종양이 주변 신경과 조직을 침범하거나 주요 장기를 압박하면 평생에 걸쳐 성장과 발달에 돌이킬 수 없는 상흔을 남기기 때문이다. 때문에 국내에서도 혁신 신약의 신속한 도입이 절실하다. 새로운 치료제의 등장은 단순히 치료 시점을 앞당기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환자별 증상과 종양 형태가 천차만별인 신경섬유종증의 질환 특성을 고려할 때, 환자 개개인에게 최적화된 맞춤형 치료의 물꼬를 터준다는 점에 더 큰 의미가 있는 것이다.
치료의 문턱은 성인 환자에게도 높다. 국내에서 표적치료제의 허가는 최근 성인 환자까지 넓어졌지만, 건강보험 급여는 여전히 만 18세까지의 소아·청소년에게만 적용된다. 소아 시절 급여로 치료를 이어오던 환자도 만 19세가 되는 순간 연간 억대에 이르는 약값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고 성인이 되어 치료가 필요해진 환자에게는 허가된 약이 있어도 사실상 ‘그림의 떡’이다.
성인 환자들은 종양으로 인한 통증과 외형의 변화를 안은 채 학업과 취업, 결혼처럼 삶의 중요한 순간마다 보이지 않는 벽과 마주한다. 질환은 나이를 가리지 않고 평생 이어지는데, 치료의 기회만 나이에 따라 끊기는 셈이다.
신경섬유종증은 소아기부터 성인기까지 지속적인 치료와 관리가 필요한 질환이지만, 현재의 치료 환경은 여전히 연령과 제도라는 장벽에 가로막혀 있다. 이러한 모순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혁신 신약의 조속한 국내 도입과 더불어, 소아에서 성인으로 끊김 없이 이어지는 급여 환경이 마련되어야 한다.
특히 성인 환자들이 비용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지 않도록 성인 치료에 대한 접근성을 넓히는 일이 시급하다. 부디 의학적 발전의 결실이 국내 환자들에게도 온전히 닿아, 더 이상 나이와 경제적 여건이 치료의 걸림돌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모든 환자가 적절한 시기에 필요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상식이 현실화될 수 있도록 모두의 노력과 관심이 필요한 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