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위탁 땐 제약사 사전 서면동의…수수료·계약조건 정기 전자보고 제안
수수료 상한제는 신중론…“실태조사 거쳐 중장기 도입 검토”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의약품 판촉영업자(CSO)에 판촉 수수료의 최대 3~5배를 상한으로 하는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하자는 제언이 나왔다. 신고만으로 영업할 수 있는 현행 제도의 진입요건을 강화하고, 제약사의 CSO 관리·감독 책임도 법에 명시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논란이 이어지는 수수료 상한제에 대해서는 적정 기준을 정할 자료가 부족하고 부작용도 예상된다며, 다른 개선책을 먼저 시행한 뒤 중장기적으로 검토할 것을 주문했다.
6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발간한 ‘KPBMA FOCUS’ 제36호에 따르면 김·장 법률사무소 강한철·이환범·권혁찬 변호사는 ‘의약품 판촉영업자(CSO) 관리·감독 체계 강화 및 유통질서 정상화 방안’ 보고서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8가지 입법·정책 과제를 제시했다. 보고서는 협회의 공식 입장이 아닌 집필진의 견해다.
신고제 도입했지만…“간판 바꿔 영업하는 편법 못 막아”
집필진은 2024년 10월 CSO 신고제 시행으로 그동안 규모조차 파악하기 어려웠던 사업자들이 제도권에 편입됐지만, 낮은 진입장벽과 사후관리 체계의 한계는 여전하다고 진단했다.
보고서가 제시한 2026년 5월 기준 신고 CSO 규모는 약 1만5000~2만개소다. 당초 정부 예상의 3배 이상으로, 약 70%는 직원 1명 규모의 영세 사업자로 파악됐다. 일부 사업자가 친인척 명의로 여러 1인 법인을 설립해 매출을 분산하거나 규제를 회피하는 문제도 지적했다.
수수료 구조 역시 주요 개선 대상으로 꼽았다. 보고서는 관련 보도 등을 인용해 업계 평균 수수료율이 약 37%이며, 일부 품목은 60~75%에 이르고 신규 처방액 전액을 수수료로 지급하는 이른바 ‘100:100 프로모션’ 관행도 보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처방량에 연동해 수수료를 책정하는 구조가 의료인에게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할 경제적 유인이 될 수 있다고 봤다.
다단계 재위탁도 문제로 지목됐다. 현행 제도는 재위탁 계약 체결일부터 30일 이내에 원위탁사에 서면으로 알리도록 하고 있지만, 재위탁 횟수나 단계에는 제한을 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제약사의 관리가 어려워지고, 중간 수수료 차액이 불법 리베이트 재원으로 전용되거나 위법행위의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질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업무정지 한 달로는 부족”…불법 수익 겨냥한 과징금 제안
집필진은 불법행위로 얻은 경제적 이익을 박탈할 수 있도록 금전적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보고서는 CSO가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하면 형사처벌과 함께 1차 위반 시 업무정지 1개월 수준의 제재를 받지만, 불법행위로 얻을 수 있는 수익에 비해 억지력이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가족이나 지인 명의로 새 CSO를 설립해 영업을 이어가는 방식으로 제재를 회피할 수 있다는 점도 한계로 들었다.
대안으로는 해당 의약품 판촉 수수료 전액 또는 수수료의 일정 배수, 예컨대 최대 3~5배를 상한으로 하는 징벌적 과징금 신설을 제시했다.
시장 진입 단계에서는 실질적인 자격 검증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의약학 전공자, 약사 등 전문자격 보유자, 일정 기간 제약사 연구·영업 경력을 갖춘 인력이나 의약품 정보담당자(MR) 자격 보유자를 전체 또는 일정 비율 이상 확보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영업관리기준과 준법감시 체계 구축을 의무화하고, 최근 5년간 의료법·약사법·의료기기법 위반으로 처벌받은 사람의 임원 취임을 제한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3년마다 자격유지 확인서와 교육 이수 현황, 판촉 실적 등을 제출하도록 하는 적격성 갱신제도도 개선안에 포함됐다.
재위탁은 사후 통보에서 사전동의로
재위탁 규제는 전면 금지나 횟수 제한보다 원위탁사의 사전 서면동의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현실적인 대안으로 제시했다.
재위탁을 원천적으로 금지하거나 횟수를 제한하면 문제 차단에는 효과적일 수 있지만, 계약자유의 원칙 침해와 제한 기준의 자의성 논란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대신 수탁자에게 하위 CSO의 자격 확인과 관리·감독 책임을 부과하도록 했다.
다만 제약사가 포괄적인 사전 승인을 남발하거나 협상력 차이로 승인을 거절하기 어려우면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짚었다.
CSO의 정보 제출 범위도 넓혀야 한다고 제안했다. 품목별 수수료율 범위, 재위탁 상세 내역, 위탁계약 조건, 판촉 종사자 명부 등을 정기적으로 전자보고하도록 해 시장의 구조적 위험을 조기에 파악하자는 것이다.
보건복지부장관이 일정 주기마다 판촉영업 시장의 수수료율 분포, 재위탁 구조와 단계, 경쟁상황, 법규 준수 실태 등을 조사하고 결과를 공표하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제약사 감독 책임 명시…충실히 관리했다면 처분 면제 검토
제약사에는 CSO의 법규 준수 여부를 관리·감독할 의무를 명시적으로 부여하고, CSO에는 제약사의 현장점검과 자료 제출 요구에 협조할 의무를 두도록 했다.
집필진은 해외 주요국이 CSO를 별도 업종으로 규제하기보다 판촉인력의 전문성, 보수 구조, 위탁 제약사의 책임을 중심으로 탈법행위를 방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일본의 MR 인정제도, 영국의 계약 영업인력에 대한 제약사 책임, 유럽의 판촉인력 교육·준법 확인 의무 등을 비교 사례로 제시했다.
관리 책임 강화와 함께 인센티브도 필요하다고 봤다. 정기 모니터링과 위반 징후에 대한 즉각적인 시정조치 등 합리적인 관리 의무를 다한 제약사는 CSO의 독단적인 위법행위에 대해 행정처분을 면제받을 수 있도록 약사법에 근거를 마련하자는 제안이다.
업계 자율규제 방안으로는 독립 심사위원회를 통한 우수 CSO 인증제와 MR 자격인증제도의 국가공인화 등을 제시했다. 우수 CSO 활용 제약사에는 행정조사 빈도 감면이나 행정처분 감경 등의 혜택을 연계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수수료 상한제는 신중론…“시장 수수료가 상한선에 몰릴 수도”
수수료 상한제에 대해서는 불법 리베이트 재원 차단이라는 취지를 인정하면서도 즉각적인 도입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상한율이 사실상 시장의 기준율로 굳어 수수료가 상한선으로 수렴할 수 있고, 적정 상한 수준을 정하기도 어렵다는 이유다. 처방액 산정과 우회적인 경제적 이익 제공 차단 문제, 기업별 원가와 약가 차이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처방량 대신 방문 횟수나 설명회 개최 등 실제 활동에 대가를 지급하는 활동 기반 보수체계(FFS)도 대안으로 검토했다. 다만 활동을 검증할 시스템이 부족하고, 제네릭 중심의 영업에서 활동 차별화가 어렵거나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가능성도 함께 살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집필진은 다른 개선책을 우선 시행한 뒤에도 불법 리베이트가 근절되지 않으면 정부 실태조사로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합리적인 수수료 상한율을 설정하는 중장기 접근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이어 “음성적 CSO에 의존하는 단기적 처방 증대 경쟁은 제약기업의 건전한 R&D 투자 여력을 잠식하고, 산업 전반에 도덕적 해이를 초래하며 국민적인 신뢰를 상실하는 부정적 결과로 귀결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