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두리구슬하나, 암이라는 힘든 여정 속에 '친정' 같은 공간"
"TNBC 환자의 '사회적 영향력' 활용할 방안 모색 중"
박지연 대표 "환자 역량 강화와 가족의 경제적·심리적 지원에 힘쓸 것"
"삼중음성유방암 환자에게 가장 절실한 건 ‘치료받을 권리’입니다"
이두리 전 우리두리구슬하나 대표가 세상을 떠난 지난해 11월, 삼중음성유방암 환우회인 우리두리구슬하나 멤버들은 깊은 슬픔 속에서도 새롭게 진단받은 삼중음성 환우들을 위해 12월 ‘의학세미나’를 예정대로 진행했다. 이어 지난 17일에는 환우회 역대 최대 행사인 ‘핑크 패밀리데이’를 일산 호수공원 야외무대에서 개최하며 역대 최대 규모 행사를 성공리에 마무리 했다. 이번 행사는 ‘삼중음성유방암’을 대중에 알리고 환자와 그 가족들이 함께 하는 힐링의 시간으로 채워졌다.
이렇게 우리두리구슬하나는 이 전 대표가 생전 꿈꾸고 계획했던 ‘사업’들을 하나 둘 이어가며 ‘삼중음성유방암 환자와 그 가족들을 위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 전 대표의 뜻을 이어 지난 4월부터 대표직을 맡은 박지연 신임 대표는 환우회 최대 숙원사업이었던 트로델비(성분 사시투주맙고비테칸)의 급여 진입 소식이 전해지자 “누군가에게는 고작 6개월이지만, 환자에게는 생명을 지킬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면서 “더 이상은 이런 이별이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고 말하며 눈물을 떨궜다.
이두리 전 대표는 2019년 TNBC 3기 진단 후 전이와 재발을 겪으며 트로델비의 급여를 기다렸지만 결국 지난해 급여 결정 전 세상을 떠났다.
“치료제는 있는데, 환자는 그 약을 쓸 수 없습니다. 이 얼마나 잔인한 일인가요.”
박지연 대표는 “3040 여성에 주로 발생하는 삼중음성유방암은 그 가족에 커다란 영향력을 미친다. 엄마인 환자들이 아이를 걱정하고, 가족의 생계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면서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와 국가의 관심이 절실한 영역이다. 이제 사회가 이들을 위한 지원과 배려를 해야 할 차례”라고 강조했다.
본인이 삼중음성유방암(TNBC) 환자였고, 2차 암으로 자궁내막암, 뇌종양까지 겪었던 ‘암생존자’인 박 대표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우리나라 암 환자의 ‘치료받을 권리’와 환우회 사회적 기여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
그 첫 번째 숙제로 그는 그는 현재 조기 유방암 치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성분 펨브롤리주맙)의 급여를 꼽고 있다.
그는 “효과가 검증된 치료제임에도 비급여 상태여서 많은 환자들이 경제적인 이유로 치료를 포기하고 있다”면서 “약은 있는데, 돈이 없어서 못 쓴다는 건 환자에게 너무나 가혹한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우리두리구슬하나’는 단순한 환우회 그 이상을 지향한다. 박 대표는 “환자들에게 이곳은 친정 같은 존재”라면서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치료 정보를 공유하며, 함께 울고 웃는 공간”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치료 과정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환자와 가족 모두를 위한 정서적·경제적 지원 확대와 사회적 옹호 활동에 힘쓰고 있다”면서 “환우들의 목소리를 모아 정책과 제도가 변화할 수 있도록 사회적 영향력을 넓히는 것”을 자신의 목표로 삼았다.
“삼중음성유방암이 더 이상 절망의 단어가 되지 않도록 자신의 뭄을 불살라 보겠다“고 다짐한 박지연 우리두리구슬하나 신임 대표는 “환우회가 암을 진단받고 막막한 마음으로 문을 두드리는 환자들에게, 한 줄기 빛이 되기를 바란다. 혼자가 아니며, 함께라면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고 환우들을 향한 응원도 잊지 않았다.
다음은 지난 20일 중구 소재 한 사무실에 진행한 박지연 대표와 인터뷰 일문일답.
- 박 대표님 역시 삼중음성유방암 환자셨습니다. 이 질환은 환자에게 어떤 질환인가요?
삼중음성유방암(Triple-Negative Breast Cancer, TNBC)은 세 가지 주요 수용체(에스트로겐 수용체(ER), 프로게스테론 수용체(PR), HER2)가 없는 암으로 표적치료와 호르몬치료의 효과를 보기 어렵습니다. 치료 옵션이 제한적이고 암의 진행 속도도 빠르며, 전이나 재발 위험이 높은 공격적인 것이 특징입니다.
특히 40대 이하 여성에게 발생하기 때문에 가임력 보존, 조기 폐경 문제, 그리고 뇌, 폐, 간, 뼈 등 주요 장기로의 전이나 재발 가능성에 대한 두려움도 커 환자들의 심리적 부담이 상당합니다.
저 역시 경제활동을 활발히 하던 39세에 발병해 대부분의 시기를 투병 생활에 집중해야 했습니다. 아이가 있는 30~40대 여성의 경우, 경제활동 중단과 결혼, 출산, 육아 등을 병행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엄마의 입장에서는 가족의 생계를 걱정하고, 아이의 미래를 고민해야 하는 일상이 이어집니다. 환자 개인뿐 아니라 가족 모두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질환으로, 사회적·국가적 관심이 필요합니다.
- 최근 ‘우리두리구슬하나’의 새로운 대표가 되셨습니다. 소감은 어떠신가요?
세상을 떠난 이두리 전 대표의 뜻을 이어가면서 새롭게 진단받은 삼중음성유방암 환우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저는 아직도 이두리 대표가 제 곁에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는 저에게 암을 함께 이겨내는 동지였고, 동생이자 친구 같은 존재였습니다.
2019년 11월 이두리 전 대표를 처음 만났고, 그해 송년회를 시작으로 함께해왔습니다. 이두리 대표의 못다 이룬 꿈과 함께 꿈꿨던, 아직 하지 못한 다양한 일들이 너무나 많기에 어깨가 무겁습니다. 중요한 자리에 깊은 책임감을 느끼며,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삼중음성유방암은 치료 옵션이 제한적이며, 재발 및 전이 가능성이 높고 젊은 여성에게 많이 발생하는 고위험성 유방암 아형이라는 질병으로 정보 접근의 어려움이 컸고, 사회적 고립, 높은 약제비 부담 등 다양한 문제를 여전히 안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환자들의 다양한 문제에 귀 기울이고 질환에 대한 이해를 높이며, 빠르게 다변화하는 치료환경 속에서 주체적인 사회 참여를 통해 환자 역량을 높이고 권익을 증진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심임 대표로서, 환우회 운영에 대한 계획도 궁금합니다.
먼저는 삼중음성유방암 환우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정보 공유 플랫폼 역할을 강화할 것입니다. 2019년부터 쌓아온 정보와 이야기들을 홈페이지(https://tnbckorea.com)를 통해 체계적으로 제공하고, 최신 치료 동향 및 임상 정보, 정부 지원 정책 등을 알기 쉽게 전달하겠습니다.
또 서로 지지하고 공감하며 정서적 안정을 얻을 수 있는 든든한 커뮤니티를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전문 의료진과의 상담 및 강연회 개최, 환우 간 멘토링 프로그램 운영 등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그동안에도 삼중음성유방암 의학세미나, 송년회, 궁금한 이야기 TNBC, 챌린지, 사회복귀한 멘토들의 강연과 전시회 등을 이어왔습니다.
마지막으로, 삼중음성유방암 환자가 가지고 있는 문제에 더 집중해 환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여 치료환경 개선과 정책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더욱 적극적으로 노력할 것입니다.
- 환우회가 환자에게 어떤 존재라고 생각하시나요? 앞으로 어떤 환우회가 되고 싶으신지도 궁금합니다.
‘우리두리구슬하나’가 추구하는 환우단체는 암이라는 힘든 여정 속에서 만난 '친정' 같은 공간입니다. 단순히 정보를 얻는 곳을 넘어, 언제든 편안하게 찾아와 속마음을 터놓고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고 위로받을 수 있는 곳, 서로가 서로에게 멘토와 멘티가 되어 더 많은 환우에게 더 많은 희망을 주고 기쁨을 함께 나누며, 투병 경험과 정보를 공유하면서 '함께' 이겨낼 힘을 얻는 소중한 곳입니다.
첫째, TNBC 경험자분들이 질환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스스로의 권익을 당당히 외치고(Self-Empowerment), 필요한 사회적 지원을 이끌어내는 데 주체적으로 참여하실 수 있도록 환자 역량 강화에 힘쓸 것이니다. 더불어 환자와 가족들의 경제적·심리적 지원을 통해 치료 여정에서 소외되지 않고 돕는 든든한 동반자가 되고자 합니다.
둘째, TNBC 경험자분들이 중심이 되어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확산하는 ‘소셜 임팩트(Social Impact)’를 창출할 수 있도록, 환우단체 커뮤니티의 따뜻한 유대감과 강한 응집력을 키우고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방안을 적극 모색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경험과 지혜가 모여 또 다른 누군가에게 희망이 되고, 사회를 변화시키는 작은 물결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믿습니다.
셋째, 삼중음성유방암 환우들의 어려움을 알리고, 다른 환자 단체, 의료기관, 정부 등과 협력해 사회적 이해와 지지를 넓혀나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겠습니다. 아직 저희는 신생 환우단체로서 환자 옹호 활동 등 환우단체 임원 및 리더의 역량 강화를 위해 배우고 연대해 TNBC 환우들을 위한 국내외 강력한 사회적 옹호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실질적인 정책 변화와 지원 확대를 이끌어내는 데 기여하고자 합니다.
그동안 ‘우리두리구슬하나’는 암환우를 중심으로 임원진이 운영됐지만, 이제는 그 곁을 지키는 가족들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이기 위해 보호자 멘토를 임원으로 추대해(이두리 대표님의 어머님을 보호자 임원 멘토로) 환자와 가족 모두를 아우르는 폭넓은 지원을 하고자 합니다.
- 트로델비가 내달부터 급여 적용이 됩니다. 이 소식은 환자들에게 어떤 의미일까요?
‘트로델비’는 삼중음성유방암 환자에게 있어 오랜 기다림 끝에 얻은 소중한 치료 옵션입니다. 제한적인 치료 환경 속에서 트로델비는 희망의 끈과도 같았습니다. 2020년 12월 미국 FDA에서 승인을 받은 후, 국내 환자들은 한 달에 1,000만 원이 넘는 약가 때문에 치료를 포기해야 했습니다.
이후 2025년 5월 급여가 결정되었고, 6월부터 적용되면서 많은 환자들이 치료받을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이 결정은 단순히 약제비 절감의 차원을 넘어, 환자들에게 ‘살 수 있다’는 희망과 생존의 가능성을 준 사건이었습니다.
삼중음성유방암은 특히 전이 및 재발 시 치료 옵션이 제한적이라 환자와 가족 모두 극심한 불안에 시달립니다. 트로델비 급여는 환자들에게 삶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고, 환우 단체로서도 가장 간절했던 목표 중 하나가 현실이 되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
- 트로델비 급여에 이어 현재 가장 시급한 과제는 무엇인가요?
현재 환자들이 가장 간절히 기다리는 약제는 ‘키트루다(Pembrolizumab)’입니다. 면역항암제인 키트루다는 TNBC 환자 중 일부(PD-L1 양성 환자)에 효과적인 약제이며, 조기 유방암 환자에서도 수술 전후 보조요법으로 사용됩니다. 하지만 현재 국내에서는 이 약이 여전히 비급여 상태입니다.
키트루다는 약가도 높고, 치료기간도 길어 경제적 부담이 매우 큽니다. 이로 인해 일부 환자들은 치료를 시작조차 못하거나 중단하게 됩니다. 트로델비처럼 키트루다도 환자들이 생존 가능성을 높일 수 있도록 조속한 급여 적용이 필요합니다.
현재 저희 ‘우리두리구슬하나’를 비롯해 다양한 유방암 관련 단체들이 함께 힘을 모아, 환자 목소리를 전달하고 급여 확대를 촉구하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 끝으로, TNBC 환자들과 우리 사회에 꼭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삼중음성유방암이라는 질환은 치료의 여정이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겐 서로가 있습니다. 같은 길을 걷고 있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큰 위로이자 힘입니다. 혼자서 아프고, 혼자서 고민하고, 혼자서 견디려 하지 마시고, 꼭 손을 내밀어 주세요. 언제나 곁에서 함께할 ‘우리두리구슬하나’가 있습니다.
사회적으로는, 암환자에 대한 인식이 점점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병과 싸우는 환자들이 치료 환경이나 사회적 지지 부족으로 외롭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더 많은 관심과 응원, 실질적인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합니다. 환자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함께 변화를 만들어가는 사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